25년 3월 21일부터 24일까지, 광저우와 선전의 수박 겉의 겉의 겉만 핥아보며 느낀 점을 기록해 둔다.
화창베이, 이미 중국의 용산전자상가로 부르기에는 미안할 만큼 커진.
- 정말 많은 전자기기가 있다. 한 가지 아이템에 집중하는게 아니라 만들수 있는 모든 걸 만든다는 느낌.
- 베끼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 이미 애플이나 다이슨 같은 애들이 시장에 정답을 만들어 놨는데 왜 제로에서 시작하나.
- 기존 제품에서 10%가 아니라 5% 디테일만 바꿔도 상품화하는 느낌.
- 공장 직영샵 중에 ‘바이킹’이란 곳이 있는데, 지적재산권을 약탈해 간다는 면에서는 상당히 적합한 브랜드 네이밍 같음.
- ‘대륙의 실수’라는 표현이 10년도 더 된 것 같은데. 지금은 실수가 아니라 실력이다.
- 물리적 만듦새에 비해 중국 브랜드 신뢰의 한계는 있다.
- 중국의 도로, 철도 같은 하드웨어 인프라는 이미 한국을 넘어섰으나 시민의 공공장소 에티켓은 부족한 것과 같은 구도.
- 항상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 간 간극이 생긴다. 이게 그나마 한국을 포함한 기존 강자들이 가지는 몇 안 되는 우위일지도.

바둑 로봇과 장기 로봇. 그냥 자판기를 만들면 될 걸 로봇팔로 로봇 바리스타 만드는 것처럼 억지 구색 맞추는 느낌이지만. 또 아날로그스러운 멋도 있다.


세 번 접는 폰. 이거 말고 두 번 접는 폰도 지금 갤럭시 폴드 보다 좋더라. 물론 내구성과 소프트웨어까지 종합적으로 사용성을 판단해야겠지만. 역시 당장 겉보기 하드웨어 만듦새는 한국을 뛰어넘었다.
빅 브라더
- 이미 충분히 들어 놀랍지는 않았으나, 사상이나 기질적으로 중국의 체계와 안 맞는 사람이 있겠다.
- 입국시 얼굴 촬영은 물론이고 손가락 지문도 다 찍는다.
- 한국은 주민등록할 때 지문을 다 찍는 경험을 하니 상대적으로 거부감이 덜할 것 같은데.
- 생체 정보 전반을 주요 개인정보로 여기는 서구권 사회 구성원이라면 거부감 들 듯. 그것도 입국하면서 겪는 절차이니.
- 도로의 단속 카메라 같은게 수십초 주기로 플래시를 터트리며 아주 적극적으로 사진을 촬영한다.
- 운영 방식은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차량 번호와 운전자 얼굴을 저장한다네.
- 거리에 걷는 사람 얼굴을 인식해 동선 파악하는 것도 당연히 가능하겠지.
- 이것도 불편한 사람 입장에서는 한없이 불편한 장치. CCTV로 은밀히 촬영하는게 아니라 플래시를 터트리며 아주 노골적으로 촬영하고 있다는 신호를 주는 게 특징이라면 특징.
생각보다는 안 싼 물가, 그에 비해 싼 임금
- 택시비는 확실히 싸다.
- 체감상 한국의 3분의 1정도.
- 한시간 넘는 거리도 굳이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을 찾을 유인을 못 느낀다.
- 디디를 처음 한번만 써보면 이후부터는 그냥 카카오T랑 똑같다.
- 택시기사는 거의 당연히 영어를 못하지만, 어차피 중요한건 출발지와 도착지와 요금인데. 이 세가지를 모두 앱을 통해서 처리하니 기사랑 굳이 대화할 필요도 없다. 처음 탑승할때 제대로 탑승한게 맞다는 것만 앱을 보여주거나 하면 된다.
- 맥주도 싸다.
- 사실관계는 확인 안 해 봤는데, 중국은 식당이랑 소매점이랑 주류에 붙는 세금이 같아서 소매가도 거의 같단다.
- 그래서 식당에서 거의 음료수 값 수준으로 맥주를 마실 수 있다.
- 이 때문에 중국 식당은 손님이 술을 반입하는 걸 허용하는게 일반적이라고. 사업하는 사람들은 손님에게 자기가 좋아하는 술을 갖고와 대접하는 문화가 있단다.
- 스타벅스는 한국보다 몇백원 더 비싼 느낌
- 신메뉴로 보이는 스누피 프라푸치노 시켰는데 한국돈으로 8,600원
- 일반적인 아아도 6천원 수준
- 중국 임금 수준을 생각하면 스벅이 일반 커피숍으로는 잘 되기 어렵다 싶은데, 우리가 간 곳이 다들 잘 사는 동네라 곳곳에 스타벅스가 있더라.
- 한국과 달리 제조가 완료되면 점원이 가져다 주고, 실내에서 먹어도 일회용 컵을 주고, 다행히 빨대가 플라스틱.
- 광저우에서 일반 가게 점원으로 일하면 월 100만원 정도 번다고 하니, 물가에 비해서는 임금이 또 너무 박하다 싶다.
- 샤오미 같은 저가 전자기기가 전국민적 인기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다른 나라 10분의 1 가격으로 그 편익을 만끽할 수 있으니.
- 근데 선전 지역 1인당 소득은 3만 1천불. 마카오와 홍콩을 빼고 가장 높다. 한국의 여느 도시랑 견줘도 낮지 않은 수준.
이미 와 있는 전기차 천국
- 자동차도 오토바이도 전기가 주류다.
- 많은 인파에 매연까지 있었다면 끔찍했겠지만. 다행히 모든게 전기라 경적 소음만 참으면 된다.
- 심지어 어지간하면 오토바이를 타고 다녀서인지 도로는 막히지도 않는다.
- 이런거보면 1인 1차량 운전하는 한국이 유난인가 싶은데. 너무 춥고 너무 덥고 장마 때는 비가 너무 많이 내리는 기후를 생각하면 한국에서 오토바이가 운송수단으로서 매력이 떨어지는게 사실. 결국 그 사회에 적합한 운송수단이 주류가 된다.
- 중국차가 한국에서 잘 팔리냐와 별개로. 차량 자체 만듦새는 이미 충분히 올라온 느낌.
- 아무리 현대차가 기술이 발전해도 일본에서는 죽을 쑨다. 현대차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다. 일본 소비자 입장에서는 딱히 도요타가 아닌 현다이를 선택할 이유가 없기 때문.
- 이와 같은 구도로, 중국 차가 한국 주류 상품이 되긴 어렵겠지만. 중국 내수는 물론이고 다양한 나라에 더 잘 팔릴 건 자명해 보인다.
- 내연기관을 계속 팠다면 따라잡기 어려웠을테지만, 전기차로 전격적으로 전환한게 주효했다.
- 아, 그리고 중국에서 탄 열차는 한국 케이티엑스보다 훨씬 더 부드러운 승차감에 더 조용한 실내를 만끽하게 해줬다.
- 전반적으로 하드웨어는 이미 한국을 넘어섰다는 인상이다. 중국 가기 전에는 그냥 하는 소린줄 알았는데.

시속 200킬로까지 달리는 열차. 심지어 이건 중국에서 고속열차고 아니다. 그런데 KTX보다 확실히 조용하고 덜 떨린다.
남에게 신경 (한국보다는)덜 쓰는 사회
- 집단생활을 하며 남의 눈치를 보는 문화는 동아시아 삼국이 큰 틀에서 같은데. 그 중 확실히 중국이 신경을 제일 덜 쓴다.
- 남에 대한 관심이 덜하기에 다양한 행동을 하는 인간이 많고. 이게 다양성으로 이어진다.
- 선전에서 묵은 숙소 옆 공원을 산책하는데. 하나의 공원을 다양한 방식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 태극권 수련자, 쿵푸 수련자. 근데 누구는 권법을 누구는 봉을 또 누구는 칼을 들고 수련한다.
- 한국이었으면 테니스나 배드민턴 코트가 들어설 곳에, 탁구대가 들어선 것도 재밌더라.
- 커다란 붓에 물을 묻혀 서예를 하는 아저씨는 운치 있어 보이고
- 아침에는 하모니카 부는 아저씨, 저녁에는 노래하는 틱톡커가 차지한 공원 중앙 공터
- 한국 보라매공원을 중국 선전 사람들이 와서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하네.
- 한국은 공공장소에서 타인에게 배푸는 관용의 허용구간이 좁다는 느낌.

중국의 탁구 인프라!

아침엔 하모니카, 저녁엔 노래하는 틱톡커. 중국의 광장은 장르 포용력도 크다.

공원에서 만난 고양이. 한국과 비슷하게 적당히 인간 친화적이더라.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으면서 세세하게 들어가면 다르다. 다들 베란다에 빨래를 넌다. 한국은 미세먼지와 황사와 비바람 때문에 베란다 이중창을 하고. 대신 건조대를 들여놓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