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이 빠진 “자기 계발서의 함정”

하루 20부 가량의 신문을 보는게 업무다 보니,

맘에 드는 칼럼을 종종 만난다.

오늘은 매일신문 조두진 문화부 차장님의 “자기 계발서의 함정” 을 보고 고개 끄덕이는 바가 있어 연습장에 끄적여 본다.

공부 잘 하는 방법을 알고 싶어 기도하는 학생에게 신령이 나타나

‘국 영 수 를 중심으로 열심히 해라’ 했다는 썰렁 개그로 성공엔 지름길이 없다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지름길 안내’가 아니라 ‘감동’

자기 계발서가 ‘지름길 안내서’라면 문학작품은 ‘감동서’다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어 1시간 일찍 일어나고 1시간 오래 앉아있는 것은 방법론이 아니라 실천이며, 그것은 열망에서 나오고, 열망의 근원은 감동이라는 것이다.

곧 감동이 행동의 변화로 이어진다는 것!

몇 권의 처세서를 가볍게 탐독하면서 ‘이러면 안 되는데…’ 싶던 내 심경을 제대로 찔러준 칼럼이다. 심중에만 있던 생각을 멋드러지게 풀어 준 글이다.

글은 간결한 것이, 음식은 담백한 것이 좋으나 피와 살을 발라내고 뼈대만 남은 처세술로 무슨 곰국이라도 끓일셈인가.

처세술에는 귀중한 가치들이 너무 과도하게 압축돼 있어 몇 페이지 넘기는 것 만으로 너무 많은걸 듣는다.

이래서는 마음이 움직일 수 없다. 일일이 압축 풀 시간이 없다.

칼럼 마지막 문구를 인용하며 문학책 리스트를 궁리해 본다.

‘영혼에는 감동이 필요하고 육체에는 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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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기사 전문

      

[계산동에서] 자기 계발서의 함정
  

성적을 올리고 싶은 학생이 있었다. 그래서 ‘공부 좀 잘하게 해주십사…’ 기도했다. 어느 날 신령이 나타났다.
‘공부 잘 하고 싶으냐?’  

‘네, 비결을 알려주십시오.’

‘국·영·수 중심으로 열심히 해라.’

학생은 실망했다. 국·영·수 중심으로 열심히 공부하면 성적 올라간다는 것쯤이야 누가 모르나? 신령님이 공부 잘 하는 방법을 알려 주었지만 이후에도 이 학생의 성적은 오르지 않았다. 이 썰렁한 유머 속에는 ‘자기계발서’에 대한 우려가 숨어 있다.

1년에 얼마나 많은 자기 계발서가 출간되는지 모르겠다. 책 소개를 기대하며 신문사의 책 담당자 앞으로 오는 계발서는 쏟아진다고 할 만큼 많다. 성공과 승진을 보장하는, 성적 향상의 지름길이라는, 인간관계를 좋게 하려면…. 서점의 자기계발서 코너 역시 독자들로 북적댄다.

‘아침마다 1시간만 일찍 일어나라. 그래서 무엇이든 해 봐라. 영어를 공부하면 영어실력이, 몸을 단련하면 몸이, 하다 못 해 포르노 책을 매일 1시간씩 보면 포르노 박사가 될 것’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성공 지침서를 읽고 성공했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성공한 CEO나 유명한 저술가, 특별한 업적을 이룬 학자 중에 자기 계발서에서 ‘지름길’을 찾았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국·영·수 중심으로 열심히 공부하면 공부 잘 한다’는 것쯤은 누구나 알지만 공부 잘 하는 학생이 많지 않은 것과 같다.

사람을 움직이는 힘은 ‘지름길 안내’가 아니라 ‘감동’이다. 매일 아침 1시간씩 일찍 일어나 무엇인가를 행하는 힘은 ‘그렇게 하면 된다’는 가르침이 아니라 ‘그렇게 하고 싶은 열망’에서 비롯된다. 그런 열망은 ‘안내’나 ‘충고’에서 오는 게 아니라 ‘감동’에서 비롯된다.

자기 계발서 읽을 시간에 문학 읽기를 권하고 싶다. 등장인물과 더불어 웃고 울고, 슬퍼하고, 기뻐하기를 바란다. 때로는 두 주먹을 쥐고 분노를 터뜨리기를 바란다. 줄거리 파악이 아니라 세세한 부분에서 공감하고 감동 받기를 바란다. 천천히 완독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단지 줄거리 파악을 위해 두꺼운 책 한 권을 읽는다면 손해가 크다. 그럴 바에야 그 책을 이미 읽은 사람에게 줄거리를 듣는 게 낫다. 중요한 것은 줄거리가 아니라 행간 혹은 한마디 말속에 든 시적 영감이다. 그러니 ‘줄거리 요약본’을 읽고 그 책을 읽었다고 간주하는 것은 틀린 생각이다.

감동 받은 영혼은 매일 아침 1시간씩 일찍 일어나라고 말하지 않아도 그렇게 한다. 그리고 많은 일을 해낸다. 새벽이슬을 맞으며 연인의 집 창 아래에서 세레나데를 연주하는 힘은 ‘그렇게 하면 연인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가르침 덕분이 아니라 상대에게 빠져 있기에, 그 혹은 그녀에게 감동 받았기에 가능하다. 경제와 경영 등 이른바 ‘돈벌이’밖에 모를 성싶은 많은 CEO들이 문학을 즐겨 읽는다는 말은 빈말이 아니다.

현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영혼에는 감동이 필요하고 육체에는 땀이 필요하다.’

자기계발서를 통해 감동 받기는 무척 어렵고, 감동 받지 못한 당신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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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02월 1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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