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조 빙자 섬여행, 작지만 큰 섬 외연도

개요

  • 방문일시 : 2025년 4월 21일~23일(월~수)
  • 인구 : 196가구, 438명
  • 이름 유래 :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안개에 가린 듯 까마득하게 보여 외연도
  • 특징
    • 세 개 산에 둘러싸여있고, 섬 한가운데 평지에 마을 위치
    • 대부분 섬은 물이 부족한데 외연도는 산림이 울창하여 물 걱정 없음
    • 예전에는 이웃 어청도와 함께 해마다 파시가 성황을 이룰 정도로 풍어. 지금은 어족자원 고갈로 과거의 영화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그래도 아직은 먼 섬이라는 장점 때문에 고기들이 그런 대로 잡힘
    • 섬 규모에 비해 인프라가 큼, 과거 고기잡이가 잘 되던 것도 있고 중국과 가까운 서해 섬이므로 안보 면에서도 요지였을 듯

대애애충 저런 식으로 섬 세개를 둘러볼 수 있는 길이 있는데. 60~70%는 데크, 그 외는 원주민 들이 다니는 길이다. 새를 보면서 쉬엄쉬엄 섬 절반 도는데 3시간이 걸렸으니. 트래킹한다는 느낌으로는 5시간이면 한 바퀴 다 돌 수 있지 않을까.

섬 둘러보기

섬은 자원을 들이는 것도 어렵지만 버리는 건 더 어렵나 보다. 폐가와 폐품에 이어, 폐차도 섬 안에서 두대나 볼 수 있었다.

이제 어느 섬이나 볼 수 있는 폐가. 여긴 고기잡이가 흥하기도 했고 산으로 둘러싸여 평지가 부족하니 집이 꽤 귀했을텐데. 이 폐가는 마을 끄트머리에 자리잡아 고즈넉하고 모양새도 꽤나 공들여 지었을게 보인다. 하지만 사람이 살아야 집인 것을.

하네스 차고 다니는 도시 강아지 느낌의 검은 푸들. 섬에서 개는 총 5마리 봤는데 고양이는 단 한 마리도 못 봤다.

민박 어르신들께 물어보니 과거에는 많았는데 어느순간 싹 사라졌단다. 쥐약 같은 게 한 번 돌지 않은 이상 고양이가 일시에 없어지진 않을텐데. 이상한 일. 그래서인지 섬 안에 들쥐가 있더라.

얘는 선착장을 배회하는 목줄 없는 아이. 외지인 친화적이진 않다. 근데 확실히 주민말은 알아채고 눈치 챙기는 아이임. 나보고 짖으니까 주민이 시끄럽다 한마디 하니 꼬리 감추며 주춤거리다 돌아가 버린다.

공병당 130원 보증금을 환급 받지 않고 밭 울타리로 사용하다니. 혹은 한해 농사 끝나고 일거에 환급 받아 크게 한 잔 하실지도.

마을 뒤편 약한 경사지에 밭이 몰려 있는데. 얼마 되지 않는 경작면적인데도 불구하고 놀리는 땅이 꽤 보였다. 판매용 작물이 아닌 집에서 바로 반찬으로 먹을 대파 정도가 대부분.

남해민박 주인 아주머니가 기르는 텃밭.

외연도 경제는 해삼, 전복 양식과 까나리 액젓을 만드는 까나리로 돌아간다. 섬의 오른쪽 편, 그러니까 민가 반대편 해안가에 가 보면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거대한 까나리 통이 모여있는 까나리 메가시티를 만나볼 수 있다.

섬 크기를 생각하면 오버스펙 같은 유치원과 초등학교. 그만큼 예전엔 외연도 경제와 인구가 컸다는 방증이겠지.

재밌게도 분교가 되기 전에는 전교생 5명에 관리하는 어른이 총 12명이었단다. 교장, 선생, 서무, 건물관리, 주방 아주머니 등이 다 있었단다. 근데 건물 규모를 보면 그정도 필요하다 싶다.

지금은 아이 셋에 선생 둘. 그마저도 내년엔 학생이 없어져 폐교 예정이란다. 한 아이가 육지로 나가는데, 그 애 어머니가 따라 나가며 아이들 다 데리고 나간다네.

예전에는 애 혼자만 육지에 유학시키기도 했는데. 요즘은 도시 살이처럼 애 옆에 엄마가 붙어있는게 섬에서도 당연해진듯. 나라는 잘 살게 됐는데 역설적으로 애 키우기는 더 힘들어졌다.

마을 중앙 파출소 앞 우물. 산이 높아 담수가 풍부하단다. 전기가 들어오기 전에는 물이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이었을테니. 외연도가 번성했던 것도 충분히 납득된다.

섬 크기를 생각하면 당연하지만, 외연도의 유일한 교회다. 어느 섬에나 교회가 있어 종교인들 참 대단타 싶었는데. 민박집 아주머니 이야길 들어보니 좀 생각이 진지해진다.

50년 전 남해군에서 외연도로 시집왔는데. 그 50년을 교회 하나 보고 살아냈단다. 여기가 누군가에겐 50년 타향살이의 끈이 되어준다.

거칠고 랜덤한 섬 살이라 더더욱 필요한게 종교 서비스. 이를 통한 마음의 위안과 공동체 결속 아닐까.

50년을 살아도 태어난 곳이 아니니 결국은 외지인이더라는 주인 아주머니가, 그나마 외연도에 섞여 들어갈 수 있게 융화제를 섞어준 게 교회 아니었을까.

내겐 별 관심없는 서비스도 누군가에겐 절실한 걸 수 있다.

어느 섬에나 지자체 지원금 들어왔을때 노 저으며 지은 것 같은 정형화된 공원시설이 있는데. 외연도에도 당연히 그런 공연이 있더라. 그 한켠에 있는 설치미술작품.

설치 미술의 효용을 무시하는건 아닌데, 설치했으면 친절하게 최소한의 안내라도 입간판에 써주면 안 되나. 오만인지 타성인지…

탐조후기

어쨌건 새를 보러 간다는 명분으로 갔으니 새 사진 한 장 남긴다. 울음소리가 고양이를 닮았다 해 괭이 갈매기.

흔한 새를 좋아하면 오히려 좋다. 더 자주 흔하게 좋아할 수 있어서.

1 thought on “탐조 빙자 섬여행, 작지만 큰 섬 외연도”

  1. 아래는 같이 여행을 떠난 모임에 올린 후기. 감상을 그냥 흩뿌린 위 블로그 포스팅보다 오히려 아래 글이 더 뾰족하게 내용이 담긴 느낌이네.

    ———————————

    섬살이도 탐조도 어깨 걸고! 서해 끝자락 외연도 탐조 후기

    1.
    서해 외딴섬, 대천항에서 두시간, 순수 평일 일정, 스타팅 멤버는 수컷 둘.

    이 모든 흥행 악조건 속에서도, 00 님은 번식철 수컷 조류가 구애하는 수준으로 외연도 탐조 모임을 홍보하였으나. 결국 스타팅멤버가 클로즈멤버가 되었습니다.

    네, 이번에도 탐조 1인 탐구 1인. 2인 팟으로 외연도를 다녀왔습니다.

    2.
    이 섬은 덩치에 비해 마을 크기는 작고, 또 마을 크기에 비해 인프라는 이상할만큼 잘 되어 있는. 묘한 곳입니다.

    서해 끝자락이라 중국 어선과의 분쟁 대비 때문인지 해경도 있고 경찰 파출소도 있고. 한전도 있고 뭐 이것저것 많습니다. 한때 물고기가 워낙 잘 잡혀 섬 전체가 복작복작 했다는 게 사실인가 봅니다.

    마을 안내판에 ‘외연도에선 중국 닭 우는 소리까지 들린다’고 쓰여있는데. 무슨 조선 소머즈도 아니고. 지도 펼쳐보니 칭다오랑 같은 위도에 제일 가깝긴 하더군요.

    것보다 인상적인건 해안가 서쪽편에 위치한 거대한 사일로(silo) 지구인데. 여기 까나리가 들어있답니다. 근데 도저히 까나리 넣는 통이라고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거대한 크기의 통이 모여 까나리 메가시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무얼 상상하건 육지 사람 상상 초월.

    그래서 근처 가면 까나리 냄새가 심하긴 한데, 또 규모에 비하면 아주 소소하게 풍기는 것 같은. 여긴 진짜 신기하게 모든게 이중적인 섬입니다.

    3.
    탐구인답게, 보라는 새는 안 보고 마을 탐방을 다니는데. 조촐한 크기의 교회가 하나 위치하고 있습니다. 어느 섬에나 교회는 하나씩 있는 걸 확인하며, 종교인들 참 근성 대단하다 하며 지나쳤는데.

    그 담날 민박집 아주머니 사연을 들어보니 생각이 많아집니다. 아주머니 올해로 74세. 24세에 남해군에서 외연도로 시집왔는데. 그 50년을 교회 하나 보고 살아냈답니다.

    50년 전 외연도는 전기도 안 들어와 정해진 시간 동안 자가 발전기 돌리고, 전화는 섬에 하나뿐이라 이장 님이 마이크로 ‘아무개씨 전화받으시라’ 방송하고 했다네요.

    내가 아무렇지 않게 지나친 노란벽돌 단층 건물이 누군가에겐 50년 타향살이 버티는 끈이 되어주다니. 전에는, 워낙 거칠고 생사 자체도 랜덤한 섬 살이라 종교 서비스가 더더욱 필요하지 않았을까 정도 생각이었는데.

    ’50년을 살았어도 내가 태어난 곳이 아니니 결국은 외지더라’는 주인 아주머니가, 그나마 외연도에 섞여 들어갈 수 있게 융화시켜 주는 대단한 구심점이자 구원이 교회 아니었을까.

    내겐 별 관심없는 서비스도 누군가에겐 절실한 서비스일 수 있구나. 아니, 누군가에게 절실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가야겠지요. (프로덕트 매니저 원서 넣는 중이라 감정 이입함)

    4.
    탐구인이 잡생각 할 동안 탐조인 00 님은 각성 모드가 되어 계속 종추해 나갑니다. (종추 : 신규 포켓몬 잡듯, 자기 도감에 새로 본 새를 추가하는 것)

    그리고 민박에서 새로운 탐조 파트너를 만나게 됩니다. 권고사직 후 실업급여 받는 동안 당신 맘대로 탐조 다녀도 좋다는 아내 허락을 받은 탐조인과 25세 똘똘이 탐조인 두 분. 이어서 임의 결성된 탐조 수컷 3인팟.

    탐조 선배님을 만나니 00 님도 한결 속도가 붙는 모양새입니다. 이런저런 팁도 듣고 눈 두개가 아니라 네 개 여섯개로 보니 종추도 빠르지 않았나 합니다.

    뻔한 소리지만 새삼 느낍니다. 덕질도 섬 살이도 혼자서는 안 된다. 기댈 곳이 있어야 한다.

    각자 홀로 날개짓하는 것처럼 보여도 바람으로 엮인 대열을 이뤄 북상하는 갈매기 떼처럼. 세상살이 대개 어깨걸고 가야하더라는.

    5.
    탐조 후기 답게 새 이야기 합니다. 여기오면 괭이 갈매기를 볼 수 있습니다.

    울음소리가 고양이를 닮았다 해 ‘괭이’를 붙여 괭이 갈매기입니다.

    실은 괭이 갈매기는 대천항에서 배 타고 2시간 올 필요 없이. 그냥 대천항 주차장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근데 그렇잖아요. 흔한 새를 좋아하면 오히려 좋지 않나? 내가 좋아하는 걸 더 자주 볼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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