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아파트로 대표되는 압구정동은 ‘한국 아파트 주거 형태 최상급지’다. 주거지로서 평가는 개인마다 다를 수 있으나 시장이 숫자로 매긴 시세표를 부인할 순 없을 것.
매시가 세계 1위 축구선수면, 호날두부터 2위 3위 선수는 매시보다 뭐 하나씩 모자라다는 식으로 감점하며 연봉을 책정할 수 있을텐데. 한국 아파트의 매시가 압구정동이다.
‘언젠간 나도 여기 사야지’라는 생각으로 간 게 아니라, 여기가 현 시장 최상급지라니 한번 상급지의 기준을 익혀보자는 맘으로 갔다.
결론은, 엄청난 매매가를 생각하면 현재 주거지로서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현재가치가 아니라 철저히 미래가치. 즉 PER 10배의 엔비디아가 아니라 100배인 테슬라, 혹은 기대감 전성기 시절 니콜라다.

65평 매도 호가 130억. 복덕방에 붙은 이 호가 자체가 훗날 사료가 되지 않을까. 아무리 130억 집이라도 재건축 전에는 똑같이 녹물 나오고 2중 3중 주차해야 할텐데.
특히 토허제 이후 구매시에는 실거주해야하는 걸 감안하면. 130억짜리 몸테크다. 이성적으로는 수익률 가늠해 선택하는 거겠지만 감성적으로는 이해가 어렵다. 130억 묻어놓고 주소지만 두는 건지.
심지어 투자 기간도 짧지 않다. 정말 재건축까지 바라본다면 어림잡아 10~20년. 바이오 기업이면 신약 3번은 임상 갔다가도 엎어질 시간이겠네.

압구정도 상가와 아파트 조합원 간 조정이 쉽지 않겠지. 재건축 재개발 현장 갈 때 마다 마주하는 역설. 시설이 안 좋고 조건이 안 좋은 곳일 수록 빨리 되고, 괜찮은 입지라 이권이 클수록 늦게 된다.
이 역설을 적용하면 재건축의 아이콘 은마 아파트보다 훨씬 오래 걸릴지도 모를 일.
지금 당장 주거지로서 압구정 현대 아파트의 매력
평일 낮인데 아파트 주차장에 남은 자리는 몇 대 없고, 단지 간 도로는 아이들 하원시키려 몰려드는 차량에 양방 통행이 불가한 상태. 어찌보면 전국 주공 형태 대단지 아파트에서 비슷하게 벌어지는 상황이겠지만. 이게 한국에서 가장 비싼 압구정 단지에서 벌어진다니 좀 놀라운 것.
단지가 조성된 70년대부터 지금까지 압구정은 늘 부촌이었으니. 과거도 지금도 부자들이 살테고. 그러니 그 안은 잘 꾸며 놓은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결국 개개의 집은 그 단지 인프라를 벗어날 수는 없다. 통창으로 시원하게 인테리어하고 이런저런 모형을 놓아 잘 꾸며 놓은 거실. 그 통창을 둘러싼 아파트 외벽이 너무 낡고 더러워 괴상한 대비를 이룬다.
이러니 매매에 비해 전세가는 훨씬 낮을 수 밖에 없다. 매매가에 비해 싼 것일 뿐, 절대적인 전세가액도 싼 게 아니라서. 전혀 이 돈 주고 전세 살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는다.
한 마디로, 내게는 주거지로서 매력이 전혀 없음. 물론 살기 나쁘다기 보다 이 가격을 지불하고 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것.
한강뷰는 버블이다

한강변 아파트가 조성되던 70, 80년대에는 한강뷰가 지금처럼 엄청난 메리트가 아니었다는 사실. 그 증거로 당시 지어진 아파트 구조는 한강뷰 조망에는 무심한 형태다.
그런데 지금은 성공의 상징이 된 한강뷰. 이 또한 10년 후엔 한강뷰 값어치가 떨어질 거란 사람도 있던데. 적어도 실거주자 입장에선 한강뷰 가치가 그리 크지 않을 것.
있으면 좋냐 나쁘냐 하면 당연히 있는 게 좋지. 그런데 그 뷰에 몇 억을 태울 만큼 매력적인 요소냐? 이 관점에선 거품이란 것.

가끔 공원 올라가서 바라보는 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지근거리에 한강 수변 공원이 있다는 건 한강뷰와는 달리 영원한 장점일 것.
그런 면에서 현재 대장인 현대아파트 1, 2 단지보다 신현대아파트가 훨씬 더 살기 좋고 살고 싶은 곳이었다. 압구정 역과 가깝고 사거리로 나가는 동선도 짧으며 인접한 한강 공원도 잘 조성된 곳이다.

나 여지껏 더위에 강하다 생각했는데. 절대 온도가 높으면 다 소용없더라. 다 비슷한 주공모양 아파트더라도 조금씩 다른 구조를 눈에 보며 익혀야 하는데 고개를 들 겨를이 없더라.
압구정 가마솥 체험이었음.


언론학에 미디어의 발전을 설명하는 EPS 이론이 있다. 첨에는 엘리트만 신문을 보다가, 대중들에게 보편화 됐다가. 마지막에는 특정 섹터만 다루는 매체로 세분화 된다는 이론.
압구정 부촌이라고 애를 열댓명씩 낳는 건 아닌지라, 여기도 자식의 위치를 상당수 애견이 차지했을테고. 그들의 강력한 구매여력 덕분에 사람과 다를 게 없는 동물병원 진료과목 세분화가 이뤄지고 있더라. 어딘가에는 다시 이 자잘하게 나뉜 진료과목을 통합해 토털 케어 풀서비스 동물병원이 있겠지.
한줄 요약 : 130억 주고 압구정 녹물 아파트 왜 사냐! (=실은 그들의 리그를 이해하기엔 판돈이 너무 부족한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