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해서 뭐 먹고살래?’

음악 전공자는 뭐 먹고 사는지 궁금해서 펼쳐든 책.

아주 어린시절부터 20대 후반까지 긴 시간을 들이는 건 물론. 문과, 이과생이 문제집만 풀면 되는데 비해 돈도 훨씬 더 많이 든다는(첼로는 1억 한다는데 등등) 음악 전공생은 어떻게 ROI와 BEP를 일생에 거쳐 달성해 나가는 걸까.

레슨으로만 먹고살기도 어렵다. 2023년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0.7명대로 발표되었다. 2024년에는 0.6명대로 하락했다. 공부를 마치고 커리어를 쌓은 선생님들은 많지만 정작 학생이 없는 사회가 되어가는 것이다.

사회의 흐름에 맞춰 우리도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막연하게 대우받기 바라지 말고 어떻게든 살길을 찾아야 한다. 음악 전공은 취업이 안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다양한 일자리를 찾으며 경력을 쌓아가야 한다.

예술단체 창단과 음악사업은 필수라고 생각하고 준비하는 것이좋다. 주변에 음악하는 많은 전공자는 음악 외 세상일은 모르고, 관심이 있어도 잘 알지 못한다. 국제정세가 어떤지, 금리가 어떤지, 환율이 어떤지, 국가의 경상수지가 얼마인지, 어느 곳에 투자해야 하는지, 심지어는 흔한 적금과 예금 하나조차 가지고 있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도입부의 이 단락을 보고 웃음이 났는데. 이렇게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내용이라니. 타겟이 명확해 좋다. 단체 창단과 음악사업은 필수라고 생각하고 준비한다. 이 정도면 음악가 아니라 누구라도 먹고살 수 있겠네.

우리는 음악계의 불편한 현실을 마주할 필요가 있다. 음악을 전공하고 ‘연주자’가 되려는 사람들은 보통 예술중학교-예술고등학교-음악대학-음악대학원의 과정을 거친다. 이 중 대부분은 대학 또는 대학원을 해외에서 졸업하고 귀국한다. 선생님과 선배들이 걸어온 길을 후배들도 걸어가고 있다.

학벌이 스펙이고 스펙이 경쟁력이라는 생각에 학생을 가르칠 기회를 얻고자 유학을 가는 경우가 많다. 많은 음악 전공자가 개인레슨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연주를 전업으로 살아가는 음악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유학 생활 중 만나 교류하던 한국인 친구들은 공부 마치고 귀국하면 당연히 학생이 생기고,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선발되며, 대학과 예술고 등에 출강하다가 후에 교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독일과 영국의 명문대학에서 최고의 교수님과 공부하였고 국제콩쿠르에도 다수 우승 및 입상하였으며 유럽에서 연주 활동도 해왔기에, 귀국 후 평탄하고 수월한 직업생활을 내심 기대했다.

귀국 후 광주예술고등학교에서 초청 마스터클래스와 연주를 하고, 마스터클래스들을 개최하며 좋은 시작을 맞는 듯했지만 계속 이어지지 못했다. 이후 귀국하는 많은 동료 음악가들은 경쟁자가 되었고, 1년의 기다림 끝에 겨우 한 명의 학생을 가르치게 되었다. 주변에 클래식 음악을 전공한 친구들이 하나둘씩 음악을 내려놓…..

음악 뿐 아니라 한국 대부분의 교육 현장이 비슷할 듯 한데. 나라가 너무 급속도로 성장하다 보니 불과 20년 전에는 너무 부족했는데 지금은 너무 넘치는 것들이 허다하다. 교육 현장에서의 수요-공급 불일치.

역시 각자도생이다. 선배나 선생들이 먹고 사는 방식을 그대로 따라가서는 답이 없다. 음악 전공인은 다른 전공보다 매몰비용이 조금 더 크다는 게 차이일 뿐.

누구나 피아노를 연주하면 피아니스트이지만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와 프로페셔널 피아니스트를 구분할 필요는 있으며 적어도 연주를 직업으로 하려면 프로페셔널한 피아니스트가 되어야 한다고 하셨다.

음악대학에서, 혹은 대학원에 진학하여 학위를 받았다 해서 모두가 전문 연주자는 아니다. 대부분 형편없는 실력을 가지고 있으며 일부만 연주자에 걸맞은 실력을 가지고 있다. 학교 이름과 학위만 보는 한국 사회에서는 슬프게도 어쩔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전공자와 연주자는 확실히 다르다. 전공자는 음악을 전공하여 학위를 받은 사람이며 연주자는 연주 활동을 직업으로 공연 현장에서 활동하는 음악가를 연주자라고 한다.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이라면, 전공자가 아닌 연주자에게 레슨을 다닐 것을 권한다.

취미 음악인에게까지 적용해야할지 모르겠으나, 단순히 전공 학위만 가진 사람이 아니라 연주자에게 레슨을 받으라는 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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