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은 왜 짠가

지난여름이었습니다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드릴 때의 일입니다어머니는 차 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습니다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그런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시는 마음을 읽자 어머니 이마의 주름살이 더 깊게 보였습니다설렁탕집에 들어가 물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습니다 “더울 때일수록 … Read more

퍼즐과 찰흙, 맞는 사람과 맞춰가는 사람

예전에 지명 선배랑 칠성교를 건너 집으로 같이 간 적이 있었다. 형은 당시 사회대 다른과 여학생과 연애를 하고 헤어진지 얼마쯤 지난 후였다. 자연스레 그 이야기가 나왔나보다. 지명이 형이 체육대회 때 농구하는 모습을 보고 그 여학생이 먼저 다가왔다는 이야기. 그렇게 사귀게 되고, 얼마간 후에 스스로 왔던 아가씨가 스스로 떠나더란다. 형은 마지막으로 둘의 이런 대화를 들려줬다. “야, 뭐가 … Read more

나는, 무기징역 쯤

노희경 작가의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몇 년 전 학과 게시판에서 이 글을 읽었는데 이제 책으로 엮어 나왔다. 일단 읽고 가슴을 치고 한숨을 쉬어야 이야기가 된다 —————————————————————- 나는 한때 나 자신에 대한 지독한 보호본능에 시달렸다. 사랑을 할 땐 더더욱이 그랬다. 사랑을 하면서도 나 자신이 빠져나갈 틈을 여지없이 만들었던 것이다. 가령, 죽도록 사랑한다거나, 영원히 사랑한다거나, … Read more

단 한번이라도 스스로를 사랑했는가?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 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 Read more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가엷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 기형도, ‘빈 집’——————————————————– 사랑을 잃고 한 달음에 써내려갔다아니, 이건 그냥 추측일 뿐인데 그랬다고 해두자‘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