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긴게, 여긴 네이버 지도에 ‘가평 동물원’으로 검색해도 안 나온다. 그래도 미어터지는 걸 보면 애초에 네이버 지도로 검색하는 나 같은 고객은 주요 타겟이 아니다.
평일 낮인데 한 번은 입구부터 미어터져 돌아갔고, 그 다음 평일도 미어터지더라. 입구에 무슨 온라인 육아 앱인가에서 가볼만한 곳으로 선정됐다는 입간판이 있는데. 덕분에 단박에 주력 타겟을 알 수 있었다.(실은 입구에 늘어선 줄만 봐도 눈이 있으면 알 수 밖에 없음)
기존 동물원과 가장 큰 차이점은 만질 수 있다는 것. 모든 동물을 만질 수 있는 건 아니고. 복도를 어슬렁거리는 카피바라와 거북을 만지고 먹이를 줄 수 있고. 여기 더해 수조 너머지만 수달 먹이도 줄 수 있다.
이걸로 차별화 끝났다. 전술 핵이다. 비대칭 전력이다. 동물원이라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좁은 면적은 카피바라 마주치면서부터 아무 의미 없어진다.

어… 복도 어슬렁거리는 카피바라 사진이 없네. 대신 나무 욕조에서 목욕하는 사진으로 대신.
찬찬히 뜯어보면 카피바라 얘는 외모에 비해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다. 정면은 쥐처럼 생겼고. 털은 탈모 초기처럼 듬성듬성한데다. 몸매는 상당히 투박하다.
근데 ‘성격 좋다’는 세간의 평가 덕분에 그 모든 외모 약점을 커버하고도 남는다. 직접 만져보니 체온이 사람보다 높은지 좀 뜨끈하고 털은 좀 뻣뻣함. 비누로 빡빡 감은 20살 남자애 머릿결이랄까.

하여간 최근 유행하는 귀여운 동물만 큐레이션 했다는 느낌. (분명 대중이 귀여워하는 대상에도 트렌드가 있다) 기획자가 좁은 공간의 한계를 고려해 확실한 아이들만 섭외해놨다.

라쿤인지 너구리인지. 요즘은 한강에도 출몰한다지만. 그래도 유리벽 사이로 만나니 귀여움은 어쩔 수 없군.
총평
12시 전후로는 미어터지지만, 2시쯤 되니 꽤 빨리 빠진다. 애들 인내심도 그들을 통솔하는 부모 지구력도 한계가 있는 법. 3시쯤 가면 훨씬 더 쾌적하게 구경할 수 있을 듯.
카피바라 만져보는 것 만으로 충분히 가치 있는 경험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