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부터 제주라틴컬쳐페스티벌로 이름을 바꿨지만. 제주살사, 줄여서 ‘제살’이라 부르는게 편하다. 아직도 라틴 뭐시기라는 행사명은 입에 붙질 않는다.
한국에서 라틴댄스가 들어오던 시절부터 한 몇년 전까지 주욱 살사가 메인이고. 그 외에 차차, 바차타, 메렝게는 서브 장르였는데. 어느새 바차타가 살사와 대등하거나 그 이상으로 커지고. 키좀바 등등 라틴에서 유행하는 춤을 접목시키려다보니 제주살사라는 이름으로는 한계가 있었을 것.
2회부터 참여해 올해 어느덧 11회까지 참여한 소회와, 내년 12회차에 대한 예상도 끄적여 본다.
함덕, 번화한 어촌을 지나 이제 제주의 해운대
제 2회 제주살사때는 함덕이 그냥 해수욕장 딸린 큰 어촌 느낌이었다. 관광객용 횟집 몇개 딸린.
지금 스타벅스 자리가 조개구이 포장마차 촌이었고. 카페 델문도도 없던 시절. 델문도 자리가 무슨 음식점이긴 했는데. 거의 폐업 직전 모습이었다. 금요일 전야제를 델문도 자리에서 했는데. 주방 집기가 한 구석에 방치된 휑뎅구레한 느낌이었다.
지금의 장사진 치는 델문도를 저녁 시간 닫고 살사 전야제하는 건 상상할 수 없을텐데. 그때는 그게 가능했다.
밀물로 파도가 스테이지 바로 밑에까지 들어찼고,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짠 바람과 높이 치는 파도가 부서지면서 오는 물살이 살세라들 머리에 잔뜩 내려앉아 턴 돌때마다 약간 짠내가 뿌려지는 느낌. 살세라 머리는 미역처럼 얼굴에 자꾸 들이붙고.
돌이켜 보면 참으로 하기 어려운 진귀한 경험이었네.
그 후에도 몇년간 함덕은 그냥 어촌 느낌이었다. 낮 2시에 함덕 해변 앞 횟집 평상에서 행복한기린 형이랑 동기 강유랑 회에 소주 마시며 행기 형의 ‘연애 및 결혼 조언’ 듣던 기억이 선명하다. 위치로 보면 지금 함덕 해변가 길건너 상점가 빽다방 위쪽 어디쯤 아닌가 싶다.
2회차까지는 동호회 행사 느낌
2회 행사때 잊을 수 없는 기억. 메인 행사 끄트머리였나, 뜬금없이 살사판 유명인사가 남자친구에게 프로포즈를 한다. 처음에는 보는 우리도 당황했지만. 살사판이라는게 동호회 문화니까. 같이 갔던 우리 동기 일행도 함께 축하해줬다.
근데 한발 더 나아가. 메인 행사 이후 뒤풀이 행사의 시작을. 프로포즈 받은 남자가 다시 답가 형태 프로포즈 하는 걸로 시작하는 거다. 이거 때문에 뒤풀이 시간도 조금 늦춰졌다고 하던데. 사실관계는 행사 관계자가 아니니 알 수 없고.
여튼 한번은 그렇다 치는데 두번째 프로포즈를 보고, ‘아! 여기는 이 행사를 진짜 동호회 행사로 생각하는구나. (당시, 나쁜 의미는 아니고)아마추어리즘으로 하는 행사구나’ 싶었다.
어디 산간 수련원에서 한적도 있음
정확히 말하면 수련원은 아니고. 중간산 정도 리조트라고 해야하나? 여기서 한 적도 있는데. 1회만 하고 그만둔거 보면 반응이 영 별로였나 봄. 제주도가 주는 해변의 낭만과도 거리가 멀고. 시설도 딱히 좋은것도 나쁜것도 아니었던 느낌.
반드시 함덕일 필요는 없는데, 뾰족한 장점이 없었음.
조천 체육관 1톤 셔틀의 추억
다시 함덕으로 돌아와서는 조천 체육관. 공공기관의 그 체육관에서 춤을 춘 적도 있다. 식빵 모양으로 지붕 덮인 체육관. 이게 숙소에서 거리가 제법 있어서. 택시 타기도 애매한데 걸어가기는 상당한 수준이라. 카풀을 유도하다 행사 관계자들이 1톤 트럭에 사람을 가득 싣고 달린 적도 있다.
당시 순찰하던 경찰관들이 와서 검문하기도 했는데. 행사 관련자가 양해를 잘 구했는지 무탈하게(?) 넘어가 1톤 살사 매드맥스 행사도 잘 마쳤다. 물론 지금 감성과 기준으로는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으니. 이것도 1회성으로 끝.
결국은 춤, 행사 본질에 집중하는게 답
메인 행사때 출장 뷔페를 불렀는데, 가격에 비해 음식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원성이 자자했다. 개인적으론 해변가 출장뷔페라는 장소에서 오는 음식의 한계를 고려하고. 맥주를 포함한 주류 무제한 제공을 감안하면 납득할 수준이긴 했는데. 아마 분노한 참여자가 많았나 보다.
결과적으로 없어졌고, 알찬 무대를 꾸미는 것 외의 다른 모든 부대 서비스는 중단하는 방향이 맞았다.
예전에는 소셜 행사장 내에서 생맥주와 데킬라 같은 독주를 팔았는데. 술을 좋아하는 입장에선 참 편리하고 좋았지만 여러모로 관리가 어려웠을 것. 그게 비싸다고 원성인 사람도 있었을 테고.
12회는 신화월드?
함덕에서 총 몇번 했는지. 계보까지는 귀찮아 안 찾아봤지만. 몇년 연속 함덕에서 행사가 열리며 ‘제주살사페스티벌=함덕’이라는 공식이 생겼는데. 내년엔 신화월드로 간단다.
11년 동안 이 행사를 고민해 온 주최자가 동호인들 반응과 우려를 몰랐을까? 당연히 알았을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했을 것. 10년 넘는 시간동안 ‘춤 행사’에 대해 이제 더는 아마추어도 아닐 것이고.
10년 넘게 행사를 꾸려온 주최측을 믿고 기대해 보기로 했다.
10년 전 이 행사에 참여한 내가 아직도 참여하고 있다. 즉 10년치 만큼 늙었는데, 라틴 댄스 계의 평균연령도 딱 그만큼 더 올라간 듯 하다. 이제 ‘돈은 필요한 만큼 낼 테니 충분한 퀄리티의 행사를 달라’는 고객 비율이 훨씬 높아졌을 거다.
신화월드 시설을 보니, 이 안에서 뭐든 다 해결하라는 컨셉 같은데. 시설이 충분한 편의를 제공한다면 그만큼의 돈을 충분히 낼 의향과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외국인 참여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여행 온거니 씀씀이에 열린 마음일테고.
예상해보자면, 살사 크루즈 형태가 아닐까? 이 안에 네가 좋아하는 살사 관련된 모든 것이 다 있고. 있는 동안 마음껏 편하게 누리고 가!
뭐든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제주살사가 아니라 월드디제이 페스티벌이나 UMF 행사였다면 어땠을까. 나는 저런 행사에 1회성으로 참여해 봣지만 딱히 응원도 비난도 하지 않았다. 철저하게 1회성 소비자였기에.
하지만 제주살사는 행사에 돈을 지불해서라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아마 모든 동호인이 자기네 행사에 가지는 심경과 애착이 이와 비슷할 것.
내가 좋아하는 걸 전국과 전세계 사람들이 모여서 즐기는 이 자리가 어떤 형태로건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10년 간 좌충우돌하는 모습도 있었지만, 지나 온 자리를 반추해보면 계속 본질에 집중하면서 부분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왔다. 그 덕분에 올해 11회 행사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같은 국내 대형행사는 물론, 살사판 행사도 뒤로 얼마나 많은 이합집산과 탈이 많은지 듣게 된다. 10년 넘게 한 행사를 이어가는 자체가 행사와 주최측의 신용이자 자산이다. 대단하다! 그리고 고맙다.
내년에도 다시 참가할 수 있는 나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