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특산품은 쌀과 반도체’이듯 지역에 산업단지나 큰 기업이 들어오면 그 일자리를 중심으로 동네가 돌아가는 걸 누구나 알 수 있다. 서울 부산 같은 대도시는 일자리도 다양하기에 딱히 어떤 기업에 의해 도시가 돌아간다는 느낌까진 안 들지만. 봉화 같은 작은 도시면 제련소 하나로 동네가 돌아간다는 느낌이 확연하다.
제련소 직원 아파트가 있는 건 지역 산업단지에선 아주 당연한 일이고. 석포가 특히 재밌던건 제련소에서 운영하는 무료 목욕탕이 있단 점. 태백에서 가장큰 병원인 근로복지공단 태백병원도 많은 광부가 폐질환을 얻어가며 세운 병원일텐데. 이 목욕탕도 그 연장선에서 보면 얼마나 많은 제련소 로동자 땟물이 묻어 있을까.
동네엔 (비록 내가 갔을땐 즐기는 지역민을 못 봤지만) 깔끔하게 정비된 체육시설이 있었고.
지붕이 날라간, 한때는 으리으리했을 건물도 있었고
낡은 기와집 옆에 급속 전기차 충전 시설과 넓직한 무료 공용 주차장도 있었다. 어지간한 오지를 여행해도 전기차 충전소는 다 있다. 오히려 지역엔 주유소 폐업이 워낙 많아, 얼마 후엔 기름 보다 전기 넣기가 더 수월하지 않을까 싶네.
영풍 석포 제련소 관련 기사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2746
일자리 때문에 동네 사람들이 살아가고, 또 그 일자리 때문에 죽어 나간다. 그나마 일자리가 있어야 동네가 유지된다는 측면에서. 어떤 일자리를 지역에 유치하는가가 생사가 걸린 문제가 된다. 비유가 아니라 글자 그대로 마을의 생과 사.
농활가서 부르던 노래처럼. 정말 밥은 하늘이다. 지금은 그게 쌀이 아니라 월급이 됐을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