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를 일상생활에서 꾸준히 사용해보면서 어떤게 내연기관 차량보다 나은지, 혹은 불편하지 계속 기록해 두는 중. 이번엔 세차다.
전기차라서 셀프세차할 때 편리한 점은 뭐가 있을까?
1) 엔진열을 식힐 필요가 없다
내연기관 차량은 엔진 등 보닛 부분 열이 어느정도 식을때까지 기다린 후 세차해야 한다. 뜨거운 금속 부품이나 도장면에 차가운 물을 뿌리면 내구성도 문제고, 세차환자가 끔찍히 싫어할 물 얼룩이 생기기 때문.
전기차는 애초에 식힐 엔진이 없기에 바로 물을 뿌려도 된다. 한겨울 출발할 때 예열없이 바로 움직일 수 있는 전기차 장점과도 연결된 것.
2) 시동을 끌 필요가 없다
이건 생각지 못한 건데. 실내 셀프세차장에 가 보니 세차 중 차량 시동을 꺼 달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더라.
대체 왜 세차하면서 시동을 켜 놓는지 모르겠으나. 아마도 내부 전자장비나 에어컨, 히터 같은 공조장치를 사용하려는 이유 아닐까?
전기차는 시동을 켜도 매연이 안 나올뿐 아니라, 전기장비 사용도 당연히 문제 없다.
3) 친환경 세차_차량 하부 오일류/배기구 세척 불필요
전기차 구매자 대다수가 딱히 친환경차라는 걸 인식하고 사거나 타지는 않겠지만. 세차를 하다 보니 또 의도치 않게 전기차가 조금 더 친환경적이란걸 깨닫게 된다.
엔진오일과 미션오일이 없으니 세차하면서 누유 처리도 필요 없고, 배기구가 없으니 배기구 그을음 등을 세척할 필요도 없다. 아, 근데 배기구 그을음까지 셀프세차에서 세척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긴 한데.
잡담. 셀프세차장은 어떤 곳일까?
셀프세차장은 실용이 아닌 취미의 영역이다.
목욕탕이 누구에겐 위생을 위한 공간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레저 공간이듯. 셀프세차장도 차의 청결을 유지하는 실용 관점이라면 주유소 자동 세차장이면 충분하다.
애초에 차를 이동수단으로만 생각하는 사람은 올 일 없는 곳이 셀프세차장이다. 세차에 어지간히 숙련되지 않는 한 가성비 면에서 도저히 자동세차를 당할 수 없다.
셀프세차를 자동세차보다 더 빠르고 싸게 하려면 세차에 아주 숙련되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세차를 자주 해 봐야 하고. 그건 이미 차에 대한 애착이 크다는 방증.
얼추 현재 세차 방식별 비용을 나열해 보면. 자동세차 5천원 -> 셀프세차 2만원 -> 손세차 4만원. 이 정도.
마침 일요일 오후 2시에 방문해 보니, 셀프세차장 고객 대표 페르소나가 다 출동해 있더라.
- 젊은 남녀 커플이 레이를 끌고 와 세차 데이트. 1시간에 1만 8천원. 영화 2인 비용보다 싸고 실용적이고, 몸을 쓰면서 성취감도 느끼고. 또 깨끗하게 만든 차를 타고 데이트 가고. 이거 상당히 괜찮은 구도잖아? 상당수의 체험 데이트가 함께 뭔갈 만들어 가는 구도란걸 보면. 이거 셀프세차는 상당히 데이트에 적합한 선택지인듯.
- 중년 남자 끌고온 포르쉐 카이엔. 장인처럼 광택 내는 중.
- BMW 5 시리즈를 끌고 온 몸 좋은 남자 둘이 ‘붓’으로 도어 닦는 중. 셀프세차장의 가장 중요하고 전형적인 고객 층. 이들은 꼭 들어와서 본넷트를 열어서 닦기 시작하는데. 본넷 안의 엔진커버 플라스틱 등이 어지간한 집의 가전제품보다 표면이 깨끗하다.
- BMW 3 시리즈를 끌고 온 젊은 남녀. 세차 데이트 준비 중.
- 전기차를 끌고와 물 찍, 거품 찍, 솔질 쓱, 다시 물 쫙. 20분 만에 끝났는데 두리번거리다 50분 만에 퇴장하는 나(이 세차장은 시간제임). 사실 이런 유형 고객은 거의 오질 않는다.
세차 끝. 세차환자들이 보기엔 환장할 결과물이지만, 그냥 세척을 한 걸로 족하다. 60분짜리 끊었는데 20분 지나니 이미 할 거 다 했더라고.
아, 설마 세차장 고압수 쏘면 배터리에 물 들어간다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
워낙 밀폐가 잘 되어 있어, 역설적으로 배터리 내부에서 열폭주를 하며 화재가 발생하면 물을 들이부어도 끄기가 더 어렵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