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고 나면 그만
속이 텅 비어버릴까봐
나 혼자만의 특수성이
보편성이 될까봐서
숭고하고 영원할 것이
순간적인 단맛으로 전락해 버릴까봐서
거리마다 술집마다 아우성치는 삼사류로
오염될까봐서
‘사랑한다’ 참 뜨거운 이 한마디를 입에 담지 않는 거다
참고 참아서 씨앗으로 영글어
저 돌의 심장 부도 속에 고이 모셔져서
뜨거운 말씀의 사리가 되어라고
말하지 않은 말 – 유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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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의 특수성’ 이니 ‘보편성’ 같은 웬지 수능용 단어 처럼 보이는 시어들이 보이지만
윤동주 시인의 ‘어둠 속에서 곱게 풍화작용 하는’ 이란 싯구처럼 시에서 만나 되려 반가운 단어가 되었다.
요즘(그 요즘이란 기간을 얼마로 설정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같이 CooL 함이 사람 사귐의 미덕인 세상에,
이처럼 특수성이니 보편성이니 궤변 같은 말 늘어놓으며 심장 속에 사리가 되고 입에 거미줄 쳐질때까지 사랑한단 말 한마디 못하는 사랑
아! 사랑은 사랑한다 말하면 깨어질 것인가……
이 세상 숱한 사랑의 형태 중,
이런 사랑 하나쯤 남겨두어도 좋지 않을까
당신은 이런 사랑 하나 품고 있습니까? 혹은 품고 삭이며 사리로 만들었던적 있습니까……
아, 차만님씨(ㅊㅁㄴ 해석의 자의성)! 유어 웰컴, 잇츠 마이 플레져~ 내가 타이핑한 시가 누구에게 찡한 감정 한 가닥 전해줄 수 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