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일의 공부, 머리말에서

장정일의 공부 (장정일의 인문학 부활 프로젝트)책 제목 : 장정일의 공부 (장정일의 인문학 부활 프로젝트)
저자 : 장정일
정가 : 12000원 (할인가 : 7920원)
출판사 : 랜덤하우스코리아
출간일 : 2006. 11. 13

중용이 미덕인 우리 사회의 요구와 압력을 나 역시 오랫동안 내면화해 왔다. 

이 말을 믿지 않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한번 생각해 보라. 

모난 사람, 기설을 주장하는 사람, 극단으로 기피받는 인물이 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나는 언제나 ‘중용의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알게 되었다.

내가 ‘중용의 사람’이 되고자 했던 노력은, 우리 사회의 가치를 내면화하고자 했기 때문도 맞지만, 실제로는 무식하고 무지하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그렇다. 어떤 사안에서든 그저 중립이나 중용만 취하고 있으면 무지가 드러나지 않을 뿐 더러, 원만한 인격의 소유자로까지 떠받들어진다. 

나의 중욘은 나의 무지였다.

중용의 본래는 칼날 위에 서는 것이라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그것은 사유와 고민의 산물이 아니라, 그저 아무것도 아는 게 없는 것을 뜻할 뿐이다. 

그러니 그 중용에는 아무런 사유도 고민도 없다. 

허위 의식이고 대중 기만이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는 무지의 중용을 빙자한 지긋지긋한 ‘양비론의 천사’들이 너무 많다.

– 4쪽, 5쪽


공부 가운데 최상의 공부는 무지를 참을 수 없는 자발적인 욕구와 앎의 필요를 느껴서 하는 공부다.

– 6쪽

이 책을 감히 장정일의 공부라는 제목으로 내놓는 것은, 

원래 공부란 내가 조금하고 그 다음에는 당신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다 하면 당신이 할 게 뭐 남아 있는가? 

그래야 당신이 조금하다가 지치면, 내가 이어서 하지 않겠는가?

– 7쪽

설에 고향집에서 우연히 다시 접한 장정일의 공부.

곳곳에 그어진 줄이며 연필자국을 보니, 그래도 이 때는 꽤나 치열하게 ‘공부’하던 시절이었구나 싶다.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