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는 신이 아니다.
인간이 하는 강습은 당연히 불완전하며, 이를 개선해 나가려면 외부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춤을 익힐 때 우리는 모두 거울을 본다. 내 모습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을.
강사의 강습 내용은 강습생이라는 거울에 비친다.
그렇다면 강사는 왜 자신의 강습 거울인 강습생의 의견을 직면하지 못하는가.
강습생은 왜 강사에게 직언하기 어려운가.
현재까지 궁리해본 이유는 다음 두가지.
1. 한국 사제 문화의 부정적인 면(즉 경직된 사제관계)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한국의 사제 문화를 경직되게 해석하면 소통은 사라지고 전달만 남는다.
물론 성인이 모이는 살사 강습에서 중/고등학교 수준의 경직된 관계를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한국 살사판이니 기본적인 한국적 사제관계라는 배경을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렵다.
‘감히 선생님 말씀에…’로 일축된다고 할까.
2. ‘살사 실력’이 함축하는 과도한 무게감
신입 기수가 들어오면 선배나 운영진은 ‘동기들끼리 춤에 대한 평가나 조언을 삼가’라고 조언한다.
커플댄스 특성상, 살사 실력은 게 단순히 기술의 숙련 정도를 넘어,
– 암컷/수컷으로서의 매력이나
– 내 본질적 가치까지 평가 받는단 느낌이 들기도 한다.
단적으로, 춤 못 춘다는 소리를 듣거나 춤 신청을 거절당하면 ‘난 쓸모없는 놈인가’ 싶은 자괴감이 들 수 있다.
‘내가 회사에서는, 혹은 다른 어떤 동호회에서는 남 부럽지 않은 대접을 받는데 여기 와서 이등병이 되어 버리다니!’ 같은 느낌. 당사자에게 직접 듣진 못했지만, 이런 자괴감으로 살사 생활을 접는 사람도 왕왕 있다고 하니……
사설이 길었는데, 이 역시 한 마디로 일축하자면
‘살사 고수님 강습에 감히…’
만약 강습 의견을 개진하려면, 강사와 강습생의 인간적 유대가 몹시 높아 상호간의 쓴소리도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 한 마디로 둘이 정말 사랑해야 한다(혹은 두 번 안 볼 사이로 싫어하거나)
그럼 뭔가 궁리해둔 해결책은 없나?
일단 지금까지 궁리한 방법은 크게 2가지 층위로 나뉜다.
1. 강습생 의견을 강사가 쓴소리로 받아들이지 않는 문화
– 강사가 강습 시간에 강습생에게 하는 지적을 쓴소리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다.(인격 모독이 없는 선에서)
– 역으로 제자가 선생에게 지적을 하면 인격 모독과 권위에 대한 도전이 되기 십상이다.
– ‘선생님, 강습실이 더운데 에어컨 켜고 해요’와 ‘인사이드 스텝을 이렇게 가르치는게 더 효율적인 것 같아요’가 동일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면……
2. 쓴소리도, ‘자유롭게 제안하고 자유롭게 거절할 수 있는 문화’
– 1번과 2번 방법이 완전히 분리되는 개념은 아닌데
– 1번은 쓴 감기 시럽에 딸기향을 넣는 방법이라면 2번은 ‘쓴 것이 몸에 좋다’는 마인드로 무장하자는 것
– ‘설혹 듣기 괴로운 말이라도 이게 당연하다. 멀티턴 돌면 발바닥 뜨끈해지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라는 문화
이 글을 쓰는 나는 어디까지 직면할 준비가 되어 있나.
프로가 아닌 생활 체육과 취미 강습에서 어디까지 원할 것인가.
다만, 동호회라는 이유로 개선을 외면 할 수는 없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