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의 눈 vs 투자자의 눈, 테슬라 자율주행

생산적 토론이 되려면, 먼저 토론하려는 대상과 범주에 대한 정의가 명확히 되어야 한다. 이론적으로 옳고 그름을 따지는 학자의 시선이냐, 결과적으로 수익을 내는 투자자의 시선이냐. 투자 세계에선 이 둘을 분리해야하는 순간이 왕왕 생긴다.

스터디 대화방 내용을 간추려 정리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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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테슬라 vs 그 외의 대결

우리 스터디에서 여러 번 언급된 주식 테슬라. 이어서 나오는 소재 자율주행. 그리고 자율주행 기술 탑이 누구냐? 이걸로 인터넷에 많은 갑론을박이 있는데. 웨이모와 GM 등의 진영이 객관적으로 가장 앞서 있고, 테슬라는 거의 꼴찌라 주장하는 쪽과. 그건 그네들 리그 기준이고 현실 세계에선 테슬라의 실주행 데이터가 방대해 시장 소비자들의 체감은 전혀 다르다는 쪽이 맞섭니다.

저도 궁금해 얕게 파 보니. 이 두 주장은 자율주행이라는 소재는 같으나, 논점이 다르더라고요. 쉽게 구분하기 위해. 웨이모가 짱이라는 쪽은 학술 영역이라면, 테슬라가 짱이라는 쪽은 투자 영역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니 각자 관점에서는 각자가 맞는 말.

학술 영역은 상황을 엄밀히 정의하고 객관적 실현 가능성을 따져야 합니다. 자연스레 보수적 검증이 들어가고요. 반면 투자 영역은 기업 방향성(비전)에 대한 인기 만으로도 유의미합니다. 가끔씩은 급진적이 되고 이게 버블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반대로 비전이 정말 실현되기도 하죠.

테슬라 주당 300달러 미만에서 회사 망한다는 소리 얼마나 많이 나왔나요. 애플은 2010년 한국 출시 이후 매년 신제품 출시때마다 기사 헤드라인이 ‘혁신은 없었다’인데. 지금 시총을 보면 혁신이 없어야 성공하는 걸로 보입니다. 물론 이 둘은 아주 예외적인 아웃 퍼포먼스를 보여준 기업입니다.

다시 자율주행으로 돌아가, 얕은 깊이로 정리해보면. 학술자들은 카메라 센서를 달고 다니는 테슬라를 ‘이카루스의 깃털 붙인 날개’ 쯤으로 치부합니다. 체공 시간을 좀 늘려 줄 수는 있지만 본질적으로 날 수 없다는 거죠. 반면 투자자들은 웨이모를 ‘수백년 후 구현될 미켈란젤로의 헬리콥터 스케치’ 정도로 봅니다. 이론적으로는 저렇게하면 날 수 있다는 건 알겠는데. 그래서 어느 세월에 되는데? 이론적으로 우월한거랑 지금 이순간 구현하는 거랑 갭은 어떻게 할건데.

이론상으로는 라이다를 단 웨이모와 GM 등의 진영이 훨씬 진일보한게 맞겠죠. 인간이 날기 위해선 날개짓을 빨리 할 게 아니라 양력을 활용하는 비행체를 만드는 게 맞으니.

논의를 투자 영역으로 가져오면 전세는 역전됩니다. 테슬라 초기 상품전략은 단순하고 강력했습니다. 2억짜리 로드스터 팔아 1억짜리 세단 만들고, 1억짜리 세단 팔아 5천짜리 대중차 만든다. 성공했죠. 

자율주행도 큰 틀에서 동일한 전략으로 봅니다. 그걸 레벨 2라 칭하건 3이라 칭하건. 여튼 낮은 단계 자율주행하며 돈과 데이터를 모으고. 시장을 계속 주도하면서 완성도를 높여 나간다. 

이론적인 기술적 우위와 별개로, 투자 시장에서 인기를 얻는 건 테슬라고. 그래서 이론적으로 아무리 테슬라보다 뛰어나다 해도 웨이모 기업가치나 GM 주가가 쉬이 오르지는 않습니다. 지금 기세라면, 테슬라가 웨이모 같은 라이다 베이스 기업을 사버릴지도 모르겠네요.

이론적이고 학술적이고 원론적으로 발전한 것과, 시장의 선택을 받는 건 다르다. 이게 어찌보면 진화 관점 같아요. 강하고 뛰어난 애가 살아남는게 아니고, 환경에 잘 적응하는 애가 살아남아 대를 이어가는 것처럼. 웨이모가 완성도 높은 원천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해도 상용화에 20~30년이 걸린다고 하면. 과연 정부가 아닌 한 누가 펀딩을 쉽사리 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테슬라를 살래 말래 라고 하면… 차는 여전히 사고 싶지만. 주식은 상승여력을 죄다 갖다 붙인 것 같은 현재 시총에 들어갈 배짱도 식견도 없습니다. 주식살 때, 10배 갈 수 있냐는 가능성을 보는데. 이미 500조가 되어버렸으니. 저로서는 아무리 상상력을 발휘해도 쉽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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