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독서모임의 장점으로는, 내가 몰랐던 좋은 책을 발굴하는 것도 있지만.
정 반대로 모임에 선정된 책이 아니라면 절대 잡지 않을, 잡아도 절대 완독 않을 책을 우짜든동 끝내는 데에도 있다.
몇 번이나 쉬어가며, 대체 내가 왜 1900년대 중년 아재 불륜까지 알아야하나 싶은 생각이 들어도.
꾹꾹 참고 읽어내니. 숏폼에 쩐 뇌가 디톡스 되는 기분까지 들었다. 아, 상쾌해.
2.
모든 장르, 콘텐츠는 다 나름의 문법이 있다.
현대미술이 비싼 돈지랄로 보여도 들여다 보면 감탄할 구석이 있는 것처럼.
스토너도 그렇겠지. 다만 내 감정선이 아직 거기까지 열리지 않았을 뿐.
평론가 신형철 아저씨 추천사를 봤을때부터 느꼈다.
신형철 진영과 내 취향은 심각하게 맞지 않으므로.
일전에 동호회에서 신형철 아저씨 책을 추천 받았는데.
정확히 말하면 신형철이란 작가를 추천 받았다 해야겠지.
당연히 추천하는 동호회 친구의 선의를 의심치 않고, 그 식견도 인정하는데.
그 추천 책을 절반쯤 고역으로 읽고 나서, 나 역시 진심과 선의를 담아 피드백한 적 있다.
추천 너무 고마운데, 이 아저씨 감성은 도저히 안 맞다고.
내 입맛에는 너무 느끼하달까. 그 외엔 적절한 단어가 생각나질 않는다.
3.
소설이란 장르 자체가 내가 살아보지 못한 주인공 삶에 깊이 들어가 보는건데.
나 같은 마인드 셋으로는 얕게 들어가기도 힘들다 싶다. 이를테면 마취약이 너무 안 듣는 환자인 것.
그래도 현실 경험을 갖다 붙여서 재밌게 읽으며 몰입했던 부분이 있다.
대학에서 교수끼리 정말 어이없을 정도로 진심으로 미워하는 사례.
‘교수들은 기본적으로 미친놈들, 또라이가 많다’는 말을 내 담당교수님한테 들었는데.
다 자기 연구실로 독방을 가지니까 각자 방에 갇혀 또라이가 된다나 어쨌다나.
7인의 사무라이처럼, 시점을 라이벌 교수나 아내 시점으로 보면 또 완전 다른 이야기가 펼쳐질지도.
4.
지구 반대편엔 식민지 수탈에 보릿고개로 쌀밥에 고깃국 먹는게 삶의 목표였던 사람들도 있으니.
동시대 지구인 중에선 상위 몇퍼센트에 들 정도로 누리고 간 사람일지도.
암이라고 개복 수술을 받을 수 있는 1900년대 인류가 얼마가 됐겠능교.
그래도 끝까지 완주하니 먹먹한 감은 있다.
1900년대 미국을 살다간 스토너 아재요. 고생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