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관광 원투펀치. 전라도의 무너지지 않을 자족도시 여수.

’40대 중반에는 따뜻한 남쪽나라에 가서 제 2의 인생을 살아야지’, 약간은 막연하게 세운 생의 이정표였는데. 어느새 다가온다.
지역 이름 자체가 남쪽나라를 내포하고 있는 남해군을 내려갈 지역으로 역시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여러 조건을 따져보니 가장 현실적으로 정착지로서 경쟁력 있는 도시는 여수가 아니가 싶다.

교통: 서울까지 KTX 3시간
인근 남해안 친구들인 남해, 통영, 고흥과는 아예 교통이 비교도 안 된다. KTX 정차역의 위력이 너무나 크다. 서울역에서 여수역까지 세시간. 한국 북단에서 남단 거의 끝까지 세시간이면 도달하다니. 이정도면 좀 오버하면 출퇴근도 가능하겠다 싶을 정도.

산업: 중후장대 산업단지
내가 직접 거기서 일하지 않더라도, 그 일자리로 인한 경제 활력이란건 도시를 유지하는 거의 첫째 조건 아닌가 싶다.

관광: 여수밤바다, 서울은 영원히 가지지 못하는 바다와 따뜻한 기후
산업과 교통은 때에 따라 흥하기도 쇠하기도 하지만, 지리적 위치라는건 다시 빙하기가 오고 대륙판이 대규모로 움직이기 전까지는 안 바뀐다. 서울 사람들이 그리는 바닷가, 그리고 따스한 기후. 이걸 충족하기에, 조금 오버하자면 전라도의 부산 아닐까?(원래 ‘바다를 낀 번성한 전라도 도시’의 포지션은 목포 겠지만. 요즘 활성도를 보면 아무래도 여수쪽이 더 맞지 않을지)

단순히 오래된 집이 아니라, 뭔가 구락부였던 느낌. 하나의 커다란 담장을 공유하는 단독주택 너댓이 붙어있어 관사 느낌도 나고. 저렇게 사는 집이 붙어 있어 물리적으로 가까운 커뮤니티 안에서 살아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 특히 남쪽나라에서 보내는 제2의 삶에서는.

마늘 공판장. 분명 23년에 내건 플랑일텐데. 이렇게 직사광선이 무섭다. 썬크림의 중요성 광고 소재로 써도될 듯.

여수의 자랑, 여수공고 위에서 바라본 전경. 일본 슬램덩크의 북산고 배경이 일본 바닷가 마을이던데. 결국 스토리텔링의 힘 아닌가. 여수에도 슬램덩크 같은 IP가 있었다면, 이순신 장군 그만 우려먹고 슬램덩크 체험관 같은게 있었을텐데.

비싸고 불편한데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포장마차’라는 술집. 결국은 이것도 ‘분위기, 감성’이라고 불리는 스토리텔링의 힘으로 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케이드라마를 보고 외국인들도 글케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찾는다고 하니. 결국 우리가 미드 보고 와인이나 위스크 찾는 거랑 같은 격.

현지인만 아는 약수터, 그렇다고 굳이 찾아볼 필요까지는 없지만 그래서 관광지로만 접근했다면 영영 가보지 못했을 약수터와 거기서 바라본 풍경. 여긴 나중에 친구들이랑 한번 들러볼 법하다.

이거시 웅천 카페 뷰. 1층은 스타벅스인데. 아는 것이 힘이라고, 그 건물 1층이 아니라 5층을 가야 이 뷰를 볼 수 있다.

이 카페는 인정이야! 경치도 컨셉의 일관성도.

오동도 3회차. 여수 전역을 통틀어 가장 관광객 밀도가 높은게 오동도 일대인데, 딱히 그럴 필요가 있을까? 그냥 역에서 가까운게 깡패다.

관광지마다 있는 스토리텔링을 입힌 관광 포인트 설명. 아는 만큼 보이니까 어지간하면 다 읽어보려 하는데. 80~90%는 너무너무 진부해서 꼭 여기가 아니더라도 어디에나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들.
부부가 살았는데 남편이 일하러 나갔다 어케됐다. 사이좋은 형동생이 살았는데 어케됐다. 용이 살았다, 봉황이 살았다.
이런 걸 현대적 재해색까진 바라진 않아도. 진짜 지역의 현실을 반영해 뭘 쓸 수는 없을까. 용굴이라고 있어서 사람들이 거기서 빨래는 많이 했는데, 언젠가부터 사람 몇몇이 죽어서 이제 안 쓴다거나…

지긋지긋한 용굴 스토리텔링이 있는 그 곳.

여긴 그래도 솔직담백하게 ‘바람골’이다.

가끔은, 자연환경보다 인공구조물의 장엄함에 놀라게 된다. 여수 화학공업단지. 여기도 숱하게 많은 일꾼과 지역민들이 죽어나가며 키워온 일터일게다. 그래서 지금의 휘황찬란한 여수 일대 관광지가 들어섰을테고.

선어. 첨에는 어선에서 잡은 잡고기 같은 걸 통칭해서 선어라고 하는 줄 알았더만. 숙성회를 부르는 말이었다. 한국은 워낙 신선한 활어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서. 숙성회는 그냥 오래된, 묵힌 고기라는 인식이 있었을테고. 이걸 적절히 파훼하기 위해 붙인 말이 선어 아닐까. 팔팔 뛰는 활어는 아니라도 신선하다는 선어.

지역 소주는 흥할 수 있는데. 맥주는 모두 참패다. 돌고 돌아 라거인 것도 있고. 미안하지만 내가 먹어본 지역 수제 맥주의 8,9할은 대기업 맥주보다 못했다. ‘온 김에 한두잔’ 정도는 오케이. 근데 세네잔째부터는 그냥 대기업 맥주로 대체된다. 시작부터 창대할 순 없으니, 이제 지역이니 수제라는 키워드에 기대지 말고 제대로 차별화에 성공해 나가길.(은 나부터)

여지껏 내가 가본 모든 카페 중에 가장 크고, 그래서 즐길 공간 요소가 많다는 점에서 콘텐츠가 다양했던 곳. 이쯤되면 정말 카페 하나 만으로도 콘텐츠이자 여행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정말 일관성 없는 괴상한 컨셉의 카페였는데. 고양이라는 킬러 콘텐츠가 있으니 그게 다 상쇄된다.

꽃게는 여수에서 안 잡히는데 꽃게 정식이 인기다. 소래포구 횟감은 노량진에서 떼와서 판다는 말이 아마 완전 농담은 아닐 것. 여수에서 처음 시작한 게장은 여수 앞바다에서 주울 수 있는 돌게였는데. 이게 수요가 많아지다 보니 잡기 어려워지기도 했고. 관광객들이 기대하는 게장은 번듯한 크기의 꽃게다 보니 점차 꽃게장으로 변해간 것이라는 설명이 설득력 있었다.
아무렴 어떠냐. 살아남는 놈이 강한거라고. 꽃게건 대게건 시장 니즈에 잘 맞춰 살아남은 식당이 맛집이 되는 것.

장소: 정다운식당 · 전라남도 여수시 봉산남8길 7 1층 정다운식당
장소: 두꺼비게장 · 전라남도 여수시 봉산남3길 12
장소: 카페 라피끄 · 전라남도 여수시 돌산읍 무술목길 142-1 카페 라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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