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주식을 소유하라’ 독서 모임 독후감을 옮겨 둔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723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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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불지 말고 인덱스펀드 사라’는 말을 363쪽에 걸쳐 진지하게 반복하는 책입니다.
현명한 투자자에서 ‘공격적투자자’와 ‘방어적투자자’ 분류를 배웠고, 본인이 적은 노력으로 적당한 수익을 얻겠다는 방어적 투자자라면. 363쪽짜리 인덱스펀드 소개서를 느긋하게 읽은 후 적금처럼 ETF 사 모으고, 각종 유튜브 주식경제 채널은 소음이니까 다 차단하시면 됩니다.
반대로, 공격적 투자자는 존 보글 아저씨가 뛰어넘어야만 할 태산입니다. 투자라는 시험을 치려는데,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보글 선생님이 두가지 선택지를 설명해 줍니다. 하나는 100명중 10~20등할 수 있는 아주 손쉬운 공부법이고, 다른 하나는 죽을똥 살똥해서 1등도 할 수 있는 반면 20등 뒤로 밀릴 가능성은 더 높은 공부법입니다. 이 중 전자를 선택하면 자기랑 같이 편하게 공부하면 되고, 후자를 선택하면 딴데가서 열심히 해 보라고 합니다.
정리하면, 보글 아저씨는 어려운 1등 공부법이 아니라 손쉬운 10등 공부법을 권합니다. 투자에 대입하면. 최고 수익률을 내는 방법은 아니나 최선의 수익률을 올리는 방법입니다. 최고 수익률은 직관적이나, 최선은 뭘 최선이라 하는지 모호합니다. 저는 최선의 수익률을 ‘투입 노력 대비 수익률’로 정의해 봅니다.
투자에 드는 노력을 가장 날로 먹는 1점부터 숨 넘어가는 5점까지 늘어 놓아봅니다.
1점. 그냥 통장에 넣어두기(혹은 서랍에 던져두기 등)
2점. 적금. 금리 알아보고 계약하고 해야 함
3점. 인덱스. 주식계좌 개설 등 적금보단 번거로움
4점. 특정 종목 장기 적립식 투자
5점. 트레이딩
3점은 방어적 투자자, 4점 이상은 공격적 투자자입니다. 3점짜리 최선의 투자를 놓고도 많은 사람(=실은 나)은 4점과 5점을 택합니다. 100명중 9등 이내에 들기 위해서죠. 크게 두가지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1. 5점을 선택한 이유. 단기수익을 위해.
인덱스 투자는 장기적으로는 유효하나 급등 장세의 한달짜리 투자 전략은 아닙니다. 투자 하는 오늘부터 수익을 얻고 싶습니다. 친구는 매주 급등주 사서 차도 뽑고 마통도 다 갚은 것만 같습니다. 쭈구렁 할배 되어 기력 없을 때 인덱스 팔아 포르쉐사면 의미없다는 생각이 들어 조급해 집니다. 근데 매매가 잦을 수록 실수(=패배)할 확률도 높고 거래 비용도 높아 집니다. 내 생에 트레이더는 이마트 트레이더스 만으로도 족하다 판단해 접습니다.
2. 4점. 장기 고수익을 위해
애초에 보글 아저씨 전략은 딱 시장의 성장만 먹는단 건데, 우량주를 고를 수만 있다면 시장보다 큰 폭의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애초에 그 종목을 잘 고르는 게 어려우니 시장 전체를 사라는 거지만. 왠지 인간이 장기적으로 원대한 포부나 희망 쯤은 있어야 한단 생각으로 합리화 합니다. 5점짜리 투자법 보다는 확률도 높고 그럴듯해 보입니다.
제대로 된 자기객관화는 까불다가 맞닥뜨리는 큰 실패도 막아주지만, 미처 발굴 못하고 삶을 종료해버리는 재능 낭비도 막아줄 수 있습니다. 저의 자기 객관화는 어느 정도일까요. 어쩌면 투자 방법론이나 주식 종목 선택 이전에. 각자의 투자 재능에 대한 객관화가 첫번째 관문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