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클럽데이 [입문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

매달 마지막 금요일은 입장료 2만원에 홍대 (거의)모든 클럽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클럽데이

한양와서 살면서 또 놀면서, 홍대 클럽데이를 안 가볼소냐는 음파탐지기~

아…술이 덜 깼나…

홍대 클럽을 지금까지 총 3번!씩이나 가 본 제 관점에서 홍대 클럽을 방문하기 전 가질 수 있는 질문과 이에 적절한지 모를 답을 적어 봅니다.

원래 각 클럽의 대략적인 분위기나마 전달하려 했지만, 술 먹고 밤새 클럽을 전전한데다 이미 시간이 일주일이나 지나다보니 원…

1. 클럽이 뭔가요?

– 이거 참 재밌는 게…

흔히 밤문화를 이야기할 때 나이트와 클럽을 꼽습니다.

근데, 클럽 전부터 활성화 됐던 나이트의 정식 명칭은 나이트 ‘클럽’ 입니다.

그리고 클럽도 저녁부터 새벽까지 여는 분명한 ‘나이트’ 클럽이고요.

저의 짧은 해외 배낭여행 경험으로는, 우리나라 나이트처럼 룸을 완비해서 부킹을 시켜주는 곳이 해외엔 거의 없더군요.

나이트가 한국형 유흥공간이라면 클럽은 좀 더 글로벌 스탠더드에 가까운 게 아닐까 합니다.

나이트와 클럽의 차이를 꼽으라면 <룸, 웨이터의 부킹, 음악> 이 정도가 아닐까요?

참, 홍대 클럽에도 나이트의 룸과 유사한 공간을 차려놓은 곳이 있습니다.

클럽에서 나이트 식으로 놀고 싶은 소비자를 노린 것이겠죠.

다만 그곳은 나이트 룸처럼 완전 밀폐된 공간은 아니었습니다. 

춤 추는 스테이지가 잘 보이는 구석진 소파자리 쯤으로 표현되겠군요.

* 참고로, 나이트 룸에는 스테이지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티비가 달려있어 웨이터에게 콕 찝어 부킹을 부탁할 수 있습니다.

2. 얼마나 갖고가야 하나요?

– 요것도 재밌는 게…

일단, 여자와 남자의 입장료가 다릅니다.

역시 나이트와 한 핏줄 임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지요.

여성은 남성보다 입장료를 할인해 주거나 시간대에 따라 아예 무료거나 데킬라 무제한 공짜 등의 혜택을 줍니다.

나이트의 경우 10이 이전에 입장하는 여성 고객에게 현금 만 원을 준다는 곳도 있으니 이 정도는 약과지요.

요즘 대학에 동아리 운영이 많이 힘들다고 하지요?

개인화된 문화에 1학년도 취업 스펙쌓기에 열중해 새내기가 안 들어온다고 합니다.

그럼 이 동아리를 부흥하기 위해선 어떻게?

인문대 한가인, 사회대 전지현, 공대 아름이, 이런 애들을 영입시키면 절반은 끝났습니다.

가입 원서 받는 애들이 조폭처럼 생기지만 않으면 원서를 리어카에 싣고 가야 될 정도로 몰려들게 마련이지요.

여자에게 주류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도 마케팅 적으론 탁월합니다.

소개팅이나 나이트에 이어 클럽도 돈을 많이 쓰는 쪽은 남자입니다.

남자는 기왕이면 여자들이 많은 곳, 좀 더 노골적으로 술에 겨워 신나게 노는 여자들이 많은 쪽으로 가고 싶겠죠.

몇 해 전 경북 어느 워터파크에서 한 달에 몇 번 와서 그냥 놀다가는 여대생 알바를 구한 적이 있었습니다.

관리자가 운영만 잘 했다만 충분히 여대생들의 인건비를 빼고 남는 마케팅 + 입소문 효과를 구현할 수 있었을 겁니다.

뭔 마케팅 이야기가 나와버렸는데요.

입장료는, 클럽데이땐 2만원 평일엔 무료인 곳도 있고 주말엔 5천원부터 1만 5천원까지 다양합니다.

하지만, 이 글을 쓰는 저도 클럽을 3번 밖에 안 가봤으니…

안에서 파는 주류는 병맥주, 칵테일 등입니다.

대충 한 잔에 5천원으로 생각하면 되겠고용.

그럼 입장료 + 자신의 주량 = 적정량의 준비금이 되겠지요.

참, 소지품을 보관할 수 있는 락커는 대여비가 2천원~

3. 춤을 잘 춰야 하나요?

이것도 참 웃긴게… (안 웃긴게 없네)

클럽에선 팝핀현준이든 마이클잭슨이든 어떤 프로댄서가 와도 초청 공연이 아닌 이상 제 실력을 발휘할 수가 없습니다.

꼭지점 댄스라도 출려고 하면 나를 둘러싸고 있는 청춘남녀 여덞 아홉명은 들어내야 하거든요.

발을 바닥에 붙이거나 제자리에서 뛰는데 다고요, 조금 공간이 있어도 사방으로 딱 한 걸음 정도 입니다.

이런데서는 마이클잭슨도 비트에 맞춰 흐느적 대는 그루브 밖에는 못 합니다.

한 마디로 춤 실력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거지요.

게다가 클럽엔 섹시댄스 경연대회 따위도 없기 때문에 춤 잘 춰서 남한테 멋있게 보이려고 할 필요도 없습니다.

비트를 잘 탄다 못 탄다는 그냥 자기만족 수준인거죠.

다만, 위의 사항들은 장사가 잘 돼서 인파가 미어터지는 nb 같은 곳에 한합니다.

클럽데이에 이곳저곳 돌아다녀 보니 혼자서 윈드밀하고 헤드스핀 해도 될 만큼 스테이지가 한적한 곳도 있더군요.

아, 봉춤을 출 수 있도록? 스테이지에 봉이 마련된 곳도 봤습니다.

취미 있으신 분들은 찾아서 방문해 보시길…(저는 이름이 기억 안나성)

4. 밴드가 공연하는 클럽은 어떤가요?

– 네, 이 질문은 웃기지 않습니다!

클럽은 크게 춤 추는 클럽과 밴드가 공연하는 클럽으로 나눠 지더군요.

클럽데이의 장점이 12시나 새벽 1시 까지는 밴드 공연 즐기다가 그 이후로는 춤추는 클럽가서 내가 스테이지의 주인이 될 수 있는 데 있더라고요.

인디 밴드가 공연하는 클럽은 그냥 아주 작은 소규모 공연장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여기엔 스테이지 앞에서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어 대는 사람도 있지만 뒷편 바에서 조용히 음악만 듣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춤추는 걸 안 좋아해도 즐길 수 있는 클럽이 있다는 건 유흥의 다양성에선 아주 좋은 일이죠.

5. 클럽 안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 이건 탐사보도 기사를 써야하나요…

나이트, 클럽, 소개팅, 미팅, 음주는 모두 해 보지 않고 가 보지 않으면 약간 씩의 환상이나 두려움을 가지게 되는 대상입니다.

반면, 한 번 경험해 보면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게 되는 게 보통이죠.

일단, 이런 사람은 클럽과 맞지 않습니다.

– 누가 내 몸에 손 대는 게 싫다 : 인구 밀도가 몹시 높습니다. 화장실 가려고 해도 수십명을 스치며, 혹은 비비며 지나가야 하기 일쑤입니다.

– 시끄러운 음악과 싸이키 조명이 싫다 : 다락방에서 어쿠스틱 기타 연주를 권합니다.

– 간접흡연이 내 정신을 피폐하게 한다 : 이것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많이들 피워대는데도 생각보단 담배냄새가 적게 나는 걸 보니 환기 시설이 잘 돼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 스테이지의 사람들을 바라보고, ‘아, 광란의 인간군상 이구나’싶으신 분들은 소설이나 자아 성찰의 소재로 삼으실 수는 있으나 절대 클럽을 즐기실 수는 없습니다. 광란의 군상으로 풍덩 뛰어들 생각이 없으면 비트에 맞춰 들썩들썩대는 인간들이 괴상해 보일 수 밖에요.

6. 기타

생각보다 사람들 매너가 좋습니다.

부딪히거나 발을 밟거나 할 때는 확실히 미안하다는 의사표시를 하는 분위기더군요.

적어도 지하철 역보다는 훨씬 더 성숙된 문화였습니다.

인파가 워낙 많으니 서로 조심하자는 의식이 있나 보더라고요.

클럽마다 주로 틀어주는 음악이 조금씩 다릅니다.

이건 사전에 검색으로 알아보시거나 여기저기 다니시면 자신에게 최적화된 곳을 찾으실 수 있을테고요.

어느 곳이 물이 더 좋다거나 하는 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알고 계시는 분은 제보 바랍니다.

7. 맺는 말

스테이지에서 새벽 5시까지 노는 친구들을 보면 에너지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육체적, 정신적 에너지가 미약하다면 절대 그렇게 놀 수 없습니다.

저도 클럽에 처음 가 보고 ‘더 열심히 운동해야 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죠!

젊음의 에너지가 뭔지 짧은 시간에 느껴보고 싶으신 분은 꼭 클럽을 가 보셔요.

며칠 전에는 후배의 여자 친구인 스페인 여성을 만나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스페인에선 한국의 소개팅(블라인드 데이트) 문화가 없다네요.

그럼 너희는 어디서 만나냐니까 다들 클럽에서 맘에 드는 애들 찾아서 만난답니다.

이것도 문화차이겠지요.

소개팅은 아는 사람을 통해 어느정도 조건이 검증된 상태입니다.

반면 클럽은 정말 몸뚱아리만 보고 만나게 되는 거죠.

어느쪽이든 더 다양해지는 방향, 그리고 그 다양함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사회가 들썩였음 합니다.

쉐키~ 요 쉐키~ 쉑쉑쉑 쉐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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