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가 이런 영화였나

냉면 면발처럼 가늘고 길게 사는 거, 그게 내 꿈이야

– 이민의 대사

하지만 스물 한 살에 칼 맞아 죽는다.

면발이 채 뽑히기도 전에 잘려 버렸다.

일요일 오후, 집에서 밥 먹으며 눈요기라도 하려는 생각에 영화 비트를 봤다.

십년도 전에 봤을 텐데, 정우성이 참 멋있었지 하며 그렇게 건성건성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거 비트… 이런 영화였나?

연근 있잖아.

중간에 구멍 숭숭 뚤린 채소.

비트는 마치 자른 연근 같은 영화였다.

그 시대, 그 나이대를 살아가는 젊음의 속을 너무 또렷이 보여주고 있었다.

서늘했다.

대사와 장면이 다들 서늘했다.

예전에 봤을 때는 정우성의 오토바이 질주나 2층 당구장에서 뛰어내리는 액션 밖에 기억나지 않았는데.

십년이라는 세월이 내 눈을 이렇게 바꿔놓았나.

고등학생들의 경쟁,

학원 문제.

꿈을 찾아야 할 곳에서 꿈 찾는 법을 안 가르쳐주는 때문인지 민이와 로미는 꿈이 없다.

반면 건달인 태수와 고교 졸업장 받는게 아부지 소원인 환규는 나름 뚜렷한 꿈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학교가 컨트롤하지 못하는 인물이기 때문일까?

영화 안에선 배우 한명 한명 모두가 다들 그 인생을 사는 사람 같았다.

정우성이 두 시간 동안 이민이 되는 게 아니라 정말 20년을 이민으로 살아온 애가 영화에 나오는 것 같았다.

임창정도 유오성도 마찬가지.

아, 로미로 나오는 고소영은… 꽤나 볼살이 있었네.

정우성이란 배우를 다시 한번 생각한다.

잘 생겼지만 장동건처럼 이목구비가 극도로 뚜렷한 사람은 아닌데 인상이 깊게 남는다.

누구를 닮았다가 아니라 그냥 정우성인 배우.

중학교때 떡볶이집 알바를 했는데 여고생 손님이 줄을 섰다는 그.

비트의 원작은 허영만의 만화다.

영화는 영화처럼 끝나고

만화는 현실처럼 이어진다.

영화에서는 칼 맞아 죽지만

현실에서는 리어카에 실린 짝퉁 테잎을 팔러 다니며, 파마머리 뚱뚱한 마누라와 함께 나날을 꾸려간다.

어쩌면… 이민이 그렇게 원하던 평범한 삶을 걸어가는 것.


뜬금없을지 모르지만,

선생이라는 인간은 얼마나 위대해야 하는가…

나는 시켜 줘도 못하겠다는 생각, 다시 한번 변함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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