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부로 운전면허증을 발급 받았습니다.
운전면허시험이라는 국가고시를 앞두고 심적 부담을 느끼고 계실 누리꾼에게 미약한 경험이나마 나누고자 한 자 적어봅니다.
1. 필기시험? 초등학교 도덕 시험 수준
수능 마치고 애들이 학교에 운전면허 문제집을 들고 나타나던 모습이 떠오르네요.
필기시험 떨어진 친구는 애들 사이에서 비웃음거리가 되곤 했는데, 그리 높은 난이도는 아니었지만 떨어지는 애들이 간간이 있었습니다.(그 때가 10년도 더 전)
10년만에 보는 필기 시험은, 모든 과정이 컴퓨터로 진행되더군요.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격세지감이었습니다.
컴퓨터 응시 체제다 보니 사실상 실시간 응시가 가능했습니다.
시간을 미리 정해놓고 봐야하는 종이시험보다 훨씬 간편하더군요.
정말 이틀만에 면허 딸 수 있다는 도로교통공단의 안내문구가 뻥이 아니었습니다.
필기 시험의 난이도는 10년 전에 비해 전체적으로 낮아졌습니다.
일반인의 교통상식을 가지고 간다면 불합격이 어려울 것 같더군요.
물론 안전 운전을 위해 교통체계에 대한 공부는 해야겠죠.
2. 기능시험? 청력 테스트 수준
필기만큼이나 실기도 변했더군요.
전 10년 전 기능시험 T자 코스에서 연석을 밟으며 실격처리되었고, 결국 군입대로 면허와 10년간 연이 없게 되었습니다.
z자 s자 평행주차 등등은 이제 도로주행 나가기 전 자동차 조작감을 익히는 연습장으로 변했더군요.
기능시험은, 정말 자동차를 조작하기 위한 최소한의 작동법을 확인합니다.
시험 자동차에 매립된 전자채점기가 시키는대로 하면 되는데, 전자 채점기가 하는 말을 잘 듣고 이해할 수 있는지를 츠정하는 시험이라고 생각될 정도입니다.
하지만, 저도 두 번 정도 감점을 받았는데…
한 번은 채점기가 명령을 다 끝내기도 전에 행동을 취해서 감점,
또 한번은 기어를 너무 세게 밀었다가 엉뚱한 위치에 들어가 감점.
이런 조작 실수를 연속으로 해서 점수미달 불합격 받기는 쉽지 않을 것 같더군요.
오히려 점수와 관계없이 실격되는 경우가 많은 듯 합니다.
대표적인게 사이드 브레이크를 완전히 내리지 않고 주행해 실격하는 사례!
사이드는 아래까지 확실히 내리지 않는 실수를 할 수 있거든요.
응시자는 그것도 모르고 보기에 주행하다 골인 지점와서 탈락 소리듣고 멘붕@.@
실제 저 기능시험 볼때 다른 응시자가 딱 그 상황을 연출하더군요.
3. 도로주행! 오직 이 시험을 위해…
이전의 필기와 기능은 도로주행을 위한 예행연습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렇다기엔 예행연습이 너무 설렁설렁이다 싶은 감도 있지만…)
미리 지정된 5킬로미터 가량의 실제 도로를 주행하며 실수가 있을때마다 감점하는 방식으로 채점합니다.
필기와 기능은 강남 운전면허시험장에서 봤지만,
강남이라는 교통 던전에서 감히 초보 플레이어가 활동할 수 있을까 싶어 학원 등록으로 선회했지요.
저는 신도림 자동차운전전문학원에서 도로주행 교육을 이수했습니다.
(갑자기 자동차학원 홍보글 분위기ㅡ,.ㅡ….)
신도림 자동차학원의 수강료가 다른곳보단 비싼 편이었는데 전반적인 교육내용과 시설등 괜찮은듯 합니다.
사실 이것보다 더 중요한게 해당 학원이 보유한 도로주행 코스의 난이도.
기능이나 필기시험과 다르게 각 시험장마다 코스가 다르며 당연히 난이도도 차이가 납니다.
학원에서는 자기네 코스가 쉽다고 광고를 하지만……서울 자동차 학원들은 교외나 지방에 있는 허허벌판 자동차학원 만큼은 아니겠지요.
게다가 환승의 명소 신도림역이 시험코스에 들어있다보니 교차로 끼어들기 등에서 광속 탈락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특히, 도로주행에도 점수와 관계없이 한 방에 실격되는 상황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흔한게 신호위반과 보행자 보호 위반입니다.
응시자는 최선을 다하고 신호와 보행자, 도로의 다른 자동차 흐름은 하늘에 맡기는 진인사대천명을 읊조리게 만들지요.
4. 운전학원 vs 면허시험장
기능과 필기는 학원 다니나 독학으로 도로교통공단이 운용하는 면허시험장에서 보나 큰 의미가 없습니다.
편하실대로 하면 됩니다.
워낙 필기와 실기가 간소화되다보니 요즘은 이 두 과목을 학원에서 들어도 수강료가 얼마 안 하더군요.
저는 한 푼이라도 아끼려 둘다 면허시험장에서 봤습니다.
문제는, 도로주행인데…
전에 차를 몰아본 경험이 없고 주변에 열성적으로 도로주행 코스를 습득시켜줄 사람이 없다면 운전학원을 추천합니다.
(이런 조건이라면 추천이 아니라 학원 가는게 당연 ^^;)
5. 운전학원 vs 운전전문학원
운전학원은 단순히 운전을 가르쳐 주기만 하고,
운전전문학원은 배운곳에서 시험까지 칠 수 있습니다.
당근 전문학원이 더 좋겠네 생각하시겠지만… 수강료가 일반 학원에 비해 비쌉니다.
신도림 자동자운전전문학원은 전문학원입니다.
(하지만 타 전문학원과 비교해도 수강료가 좀 더 비쌉니다)
6. 도로주행 교육 6시간 vs 10시간
학원에서 도로주행 시험을 치려면 법적으로 일정 시간이상을 교육받아야 합니다.
6시간이 최소치.
개인마다 필요한 교육시간이 다를텐데, 저는 10년 전에 운전대를 잡아본 경험을 바탕으로 나름 자신있었으나…
방향치 끼가 있어 코스 외우는데 한참 걸렸네요.
6시간 배우고 나서 시험 치려니 마음에 불안감이 엄습해 2시간 연장 교육을 받았습니다.
상대적으로 기계와 안 친하신 여성분은 기본 10시간 교육을 추천합니다.
도로주행 코스가 쉽고 기계 다루는데 자신 있으신 분은 6시간으로도 충분합니다.
하지만… 결국 도로위의 다양한 변수 때문에 합격은 천운에 달린 것.
학원 선생님들 말로는 신호운이 따라주어야 한다는…
7. 덧붙이는 말.
여름방학을 맞아 대학생들의 운전면허 공습이 시작됩니다.
강남 면허시험장에 면허증 수령하러 갔더니 대기인수가 130여명!!
7,8월에 직장인들은 교육 일정 잡기가 어려우실듯…
8. 진짜 중요한 말
신도림 자동차운전전문학원 부속 매점에 보면 친절하게 ‘죄송합니다. 카드는 받지 않습니다’라고 되어 있어요.
이거 신고해야하는거 아닐까요?
부록: 면허 취득에 들어간 총 금액을 기억과 공단 및 학원 홈페이지에 근거해 대강 정산해 보았습니다.
신체검사 5,000원
학과접수 6.000원 (시험장내 사진관에서 사진촬영 만 원 안쪽)
기능접수 15,000원 연습면허 발급 수수료 3,000원
———-여기까지 공단이 운영하는 운전면허시험장
도로주행 교습 8시간 38만원
도로주행 응시 3회 (39,000원*3)=117,000원
면허증 발급 수수료 6,000원
=총 52만 9천원
불과 몇 년전에는 면허 따는데 돈 백만원 들어갔다는데 그에 비하면 저렴해진 건 확실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