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을 갈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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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을 신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입사 동기가 사 줬으니 대략 6, 7년 신은 듯. 뜯어질 뜻 뜯어질 듯 하면서도 놀라운 내구성으로 버텨주니 버릴 수도 없었다. 아니 그보단 너무 편안하고 정이 든 탓이겠지… 이제 곧 입사 만 8년. 그 기념을 핑계삼아 결국 새로운 신발을 장만했다.

대학 때 건설현장 알바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추운 겨울, 함바집에서 식사를 마치고 그 앞에 크게 모닥불을 피워 폐자재를 태우고 있었다. 저쪽 한 무리의 일꾼들 중 내 나이 또래 남자애가 새 안전화를 보급 받았다며 헌 신발을 그야말로 헌신짝 버리듯 모닥불에 던지더라.  곧이어 그 옆 나이든 동료의 작게 나무라는 소리. ‘그 동안 너 돈 벌게 해주느라 고생했는데 고사는 못 지내줄 망정…’

미생에서 장그래가 말하지. 슬리퍼는 사무직의 전투화라고. 내 심경이 딱 그렇다. 그간 내 전투화였던 슬리퍼에게 고사라도 지내주고 싶은 마음.

그래서 쓰레기통에 헌신짝처럼 버리지 못하고, 집에 있는 작은 부직포 주머니에 넣어 고이 보내려 한다. 그게 반십년 이상 나와 함께해준 전투화에 대한 작은 예의 아닐까.

사람이건 사물이건, 오래 함께하면 서로 길이 든다더니… 가장 낮은 곳에서 내 모든 걸음을 함께 한, 이 헌신짝 하나 갈아신는 것도 쉽지않다. 

허. 하물며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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