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 운동 좋아하는 친구와 이야기하다, 그간 중량운동 동호인으로서 내 생각 변화를 정리해봤다.
1. 헬스 백지장 시절
백지는 글을 쓰기도 물을 들이기도 좋다. 군입대 몇달 전 생애 첨으로 헬스장 끊던 날부터, 대학생 시절까지가 대략 이시기.
뭐든 배우기 시작하면 책부터 찾아보는 습관은 이때도 동일했나 보다. 대학교 도서관에 있는 웨이트 트레이닝 서가의 책 십수권, 혹은 수십권 쯤 넘겨보던 시기. 동네 헬스장 코치 님이 알려주던 3분할 혹은 2분할 프로그램을 마치 국영수 보습 학원처럼 월수금 화목토. 이렇게 돌리던 시절이었다. 육체미 관점에선 당시의 내가 가장 괜찮았을 듯. 가장 젊었으니. 쓸데없는 생각 않고 하루 한시간 반에서 근 두시간 정도 운동하니 볼륨도 가장 높지 않았을까 싶고.
2. ‘남자는 힘이다’에 감화되던 시절
인터넷에서 ‘맛스타드림’을 만나면서 시각이 꽤 크게 변했다. ‘그래, 고무인형처럼 몸만 커져서 뭐하냐. 진짜 일상에서 중요한 건 힘이야!’ 라고 생각(이 아닌 오해)하던 시절. 스트렝스를 키우기 위해 고중량 저반복 프로그램으로 변경. 운동 시간도 하루 30분 미만.
3. 力에서 美로
힘 세봤자 일상에서 얼마나 효용이 있을까. 일년에 한번 운동회 때 팔씨름에서나 과시할 수 있을까. 혹은 쌀포대 나를때? 반면 큰 덩치는 24시간 365일 항상 가동되는 패시브 스킬인데. 이 얼마나 효용이 높은가. 이런 맘으로 요즘은 운동 프로그램 선회. 중중량 중반복 정도랄까? 운동시간도 대략 1시간 정도.
4. 총평
4.1. 생활체육은 즐거워서 생활로 정착할 수 있어야 한다.
재미없고 고역인데 꾹꾹 참고하는 운동은 결국 생활이 될 수 없더라. 그런 면에서 내게 수영은 수행이지 생활체육은 아닌 것.
4.2. 돈과 시간을 고려해야 한다.
승마나 요트가 아니라면 직장인에게 비용은 큰 장벽이 아니겠지만, 거리나 소요 시간은 중요 변수. 그런 면에서 헬스는 정말 국민 생활체육이 될 요건을 다 갖췄다. 월 3만원에 목욕탕보다 많은 지점, 24시간 인도어스포츠. 이걸 이길 수 있는 건 이스포츠(즉, 게임) 밖에 없다고 본다.
4.3 정답은 없다, 선택이 있을 뿐.
크로스핏, 파워리프팅, 보디빌딩. 온라인에선 이 세 종목이 신경전을 벌였던 것 같은데. 요즘 분위기로는 이소룡이랑 최배달이랑 싸우면 누가 이기냐 수준의 유치한 말싸움 정도로 치부하는 듯.
이제 한국 생활체육 문화도 수준이 올라가 각 분야의 장단점과 지향하는 바를 이해하고 서로 존중(?)하는 단계까지 오지 않았나 싶다.
시장이 발전할수록 세분화되는게 피트니스 산업에도 적용된다 싶고.
사실. 이런 글 쓸 시간에 턱걸이 하나라도 더 하는게 스트렝스건 파워건 심폐능력이건(이건 아닌가?). 여튼 건강에 더 좋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