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를 만났다고 해야 하나. 고병권 씨를 만났다고 해야하나. 고병권 씨의 니체 강연을 듣다보면 이 둘이 헷갈린다.
고병권 씨가 니체 강연에서도 언급하지만, 누구의 말이나 책을 전할때 어쩔 수 없이 해석하는 이에 의해 굴절이 생긴다. 만약 굴절이 없다면 이해한 채 전달하는게 아니라 그저 통과해 버리는 것.
나는 니체를 모른다. 그저 고병권 씨에게 전해들었다.
지름길은 가짜다. 최후의 심판도 가짜고 대혁명도 가짜다. 성급한 독서는 모두 가짜다. 니체는 정직한 혁명만을 믿었다.
30년 동안 병이 들었다면 30년을 치료에 쓸 생각을 하라. 초조해서 발을 구르는 자는 죄를 짓는다. 조급해하는 이로부터 눈을 빼앗고 영혼을 빼앗는 것은 얼마나 쉬운가.
때는 꼭 와야만 하는 때에 오지 않는다. 그것은 언제 와도 좋은 때에 온다. 다만 당신이 천천히 걷기를.
혁명이란 빠른 걸음이 아니라 대담하고 단호한 걸음이다.
기다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기다리는 것이다.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자는 문을 두드리고, 열매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자는 나뭇가지를 흔든다.
우리는 무작정 기다리는 자들, 허구한 날을 기다리는 자들, 그렇게 땅을 지키고 가게를 지키는 자들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오직 끊임없는 물음과 시도 속에서만 우리는 기다렸다 말할 수 있다.
나는 나를 어디까지 기다려 보았는가.
나는 나를 어디까지 시도해 보았는가.
나는 다른 나를 기다린다.
– 고병권, ‘다이너마이트 니체’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