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 건조를 위한 당일치기 캠핑
지난 가평 유명산 캠핑에서 1박 2일 동안 비에 푹 전 타프, 텐트, 장비를 차 안에 그냥 둘 수 없었다.
타프와 텐프 건조/세척 대행해주는 서비스가 있다고 하던데. 보통 이런 서비스 몇번 이용하면 그냥 새거 사는 비용이 나와 버리니. 시간 많은 내가 직접 가서 말려야겠다 결심.
목적이 캠핑이 아닌 건조다 보니, 혹시 타프치고 말릴 공터 없나 궁리했지만, 운동장이나 주차장이나… 어디건 타프를 칠 만한 공터라면 사유지나 공공장소라 민폐를 피해갈 수 없는 것.
결국 생각한게 서울에서 가장 가깝고 저렴한 국립공원 야영장에서 말리자! 그럼 선택지는 단 하나! 서울(정확히는 고양시) 북한산 사기막 야영장.
비용 : 비수기 야영 사이트 1개 5천원 + 주차비 4천원 = 9천원
여기에 전기를 사용한다면 3천원 추가. 풀옵션해도 1만 2천원.
주차장 계단과 가까운 A10호 사이트 예약하고, 오후 2시에 도착해 피칭하고 5시 전에 다 걷어서 퇴근함. 총 3시간 동안 9천원이니까 한시간당 3천원 지불한 셈이네.
대략 1주일간 집중 캠핑을 하면서 느낀게, 캠핑은 도시 직장인들에게 장비만큼이나 중요한게 시간이더라. 시간이란 자산이 있어야 캠핑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것.
국립공원이나 지자체 캠핑장 예약은 고시를 방불케하는 난이도라는데. 평일에 가는 나는 당연히 한번도 어려운 적이 없었다.
사람들이 캠핑장 명당 자리를 열심히 검색하는 것도 같은 이유 아닐까. 국내 캠핑장 사이트가 너무 다닥다닥 붙어있는 것도 있지만.
고작 일주일에 하루, 한달에 하루 이틀이라는 소중한 짬을 내서 가는 거라. 절대 실패하면 안 된다는 생각.
워케이션센터 모르는 캠퍼들 없재?
젖은 타프 아래 앉아 반쯤 익어가며 건조 끝나길 기다릴 필요가 없다. 사기막 야영장의 사기 시설. 바로 관리사무소 건물 2층에 자리한 워케이션 센터를 이용하자.
스벅 느낌의 원목 테이블과 1인식 좌석(솔직히 스벅보다 저렴한 조립식이긴 함), 북한산 조망. 에어컨 완비. 와이파이 완비. 콘센트 완비. 화장실 완비. 대체 없는게 뭔데?
커피와 음료는 안 파니 알아서 조달해야 함. 그냥 여기 에어컨 바람만 쐬도 9천원치 한다.
1인석 바 테이블에서 보는 북한산 뷰.
철수하면서 팩 빼다가 망치 부러뜨림. 쿠팡에서 만원도 안 하는 망치를 샀더만. FRP로 만들어진 자루라 가볍긴 한데 결국 내구성에 문제가 생기네. 그냥 강철 망치 사얄 듯.
보너스 샷
사기막 야영장 숙소에서 발견한 가족.
다 큰 고양이 같은데, 흰색 오드아이 어미 젖을 빨고 있더라. 다 커서도 어미한테 의지하는 건 인간 캥거루족이나 고양이나 같은 세태인 듯.
헬기로 산에 공사하기 위한 구조물을 운반하더라. 가끔 산 정상에 저런거 어떻게 매고 올라왔지 싶은 것들은. 이렇게 헬기로 하나씩 줄에 매달아서 옮겨놨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