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이후 숨죽여 충전하는 일상

명절 고속도로 휴게소 충전 대란…은 아니고 중란

고향 내려갈 때까지만 해도. 텅텅 빈 충전소를 보며, ‘무슨 명절 때 충전도 못하고 오도가도 못하게 된다고 호들갑?’이라며 사진까지 찍었으나.

정작 서울로 올라갈때 대구 -> 서울까지 9시간 걸리면서 휴게소 충전소를 찾는데. 르포 기사에 나오던 ‘명정 충전 대란’ 클리셰를 그대로 겪음.

충전소 앞에 차가 줄 서 있고. 자리난 곳에 가보니 충전기 패널엔 ‘고장’ 안내가 떠 있으며, 럭키하게 다른 곳으로 옮겼더니 원인불명으로 그냥 충전이 안 되는 상황. 정확히는 e-pit에서 커넥터 물리고 차량이랑 통신 연결이 되자마자 충전 끝났다고 안내 나오고 끝!

정신 없어서 찍어 놓은 사진도 없음.

그래도 진절머리 나서 다음 명절엔 휘발유 차 타야겠다 싶을 정도는 아니고. 포터 전기차처럼 주행거리 250킬로라면 진짜 진땀날 듯. 400킬로 이상인 차들은 다음 휴게소가 20킬로에서 아무리 멀어도 50킬로 안 쪽에 있으니 큰 문제는 아님.

오히려 충전을 마치니 주유소 앞에 길게 줄 선 내연기관 차들을 보니 ‘저기서 줄 서는 것 보다 충전 물리고 밥 먹고 올 수 있는 내가 더 나은거 아냐?’라는, 화장실 들어갈때와 나올때 다른 심경이 들기도 했다.

뭔가 의심스러운 단지 내 충전 중단

충전기 설치업체의 전기요금 미납으로 우리 건물 충전기 전체가 중단됐다.

청라 화재 사건은 8월 1일인데. 저기 공지문 날짜는 7월 3일. 저 시점에 중단된 게 아닌 것 같은데. 음모론이 시작되면 모든 증거는 꿰어 맞춰지기 마련이긴하지.

변하지 않는 건. 이제 당분간 건물 내 충전이 불가해졌다는 것.

전기차 지하 주차 금지, 충전 금지 건물 찾는 건 예사

전기차 화재 확률이 내연기관 차보다 낮다거나, 스프링클러로 확산을 막을 수 있다거나. 이런 식의 과학적 접근은 아직 이 열기가 가라 앉은 후에야 와 닿을 것.

설혹 불안감의 원인이 잘못되거나 과장되더라도, 완전 해소되지 않는 한 불안감 자체는 실존한다. 조용히 지냅시다. 다시 한 번 기술도 여론도 진일보할때까지.

300KW 밀어넣는 채비 방문 기념

보너스. 휴게소 목줄걸이.

강아지 데리고 기차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 이용은 아무래도 어렵다보니,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강아지는 이제 무조건 보이는 존재다.

휴게소 안에 애견 특화 시설들이 하나둘씩 들어서는건 체감했는데. 이렇게 화장실 앞에 목줄 걸이랑 배변 봉투와 쓰레기통이 버젓이 갖춰진 건 처음봤다.

휴먼은 저출산이고, 이제 완연히 애견으로 출산이 대체되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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