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여러 취미가 있지만 탐조는 참 특이하다 싶었다. 뭘 하긴 하는데. 그냥 새를 ‘보는’ 취미인 것.
만들거나 만지거나 먹거나 마시는 게 아니라. 그냥 보는 거라니. 게다가 그 대상이 미술관에 고이 모셔진 세기의 천재가 만든 산출물이 아니라 그냥 자연 날 것 그대로의 새라니.
뭐지? 무슨 재미지?
탐조라는 취미를 이해하기 위해 집어든 책인데. 새의 매력을 친절하고 재밌게 알려주는 책으로 충분했다.
도대체 우리는 왜 이토록 새에 이끌리는 걸까? 불과 백여 년 전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새를 관찰하기 위해 쌍안경 대신 총을 사용했다. 아마 그보다 더 예전엔 활을 사용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새를 잡아서 박제로 만들어 보관하거나 깃털을 뽑아 장식품을 만들고, 식량으로 사용했다. 지금은 공장식 축산 시설에서 닭을 키우면서 먹기 위해 야생 조류를 사냥하는 일이 줄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새에 열광하고 이내 그 뒤를 쫓는다.
이러한 맥락에서 탐조는 어쩌면 수렵 채집인의 본능이 만들어낸 부산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새에게 끌리는 데에는 그보다 더 본질적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채집과 사냥이라는 본능적 행위일 수도 있지만. 더 본질적 이유는 새의 다양성과 우아함, 즉 아름다움 그 자체에 대한 추종이라는 것.
무척 화려한 장식을 뽐내는 수컷 아메리카원앙의 외모는 수백만 년에 걸친 진화와 암컷의 선택이 낳은 결과물이다.
이 새는 조숙성 조류로, 둥지를 짓고 새끼를 기르는 과정을 암컷이 혼자 감당할 수 있다. 이는 암컷이 화려한 깃털과 정교한 구애 행위(외모와 춤 동작) 등 생활력이 아닌 아름다움만을 근거로 수컷을 고를 수 있다는 뜻이다.
식물 육종가들이 꽃의 일부 특질을 선택할 때와 마찬가지로, 암컷이 수컷을 선택하기만 해도 그 이유에 해당하는 특징이 자연스럽게 진화한다. 진화론의 논리로 설명하자면 암컷이 아름답고 매력적인 짝을 선택할 경우 후손들이 아름답고 매력적일 가능성이 커지며, 그들끼리 짝을 지을 가능성도 증가한다.
이런 방식으로 암컷은 미래의 자손에게 우수한 유전자를 널리 퍼뜨릴 수 있다. 후손 중 수컷이 아버지의 외모를 물려받고 암컷이 어머니의 기호를 물려받으면서 이 과정은 무한 반복된다. 이처럼 수백만 세대에 걸쳐 암컷은 무리 중에서 돋보이는 수컷을 계속 선택했기 때문에, 아메리카원앙은 현재의 모습처럼 눈에 띄는 아름다움을 갖게 되었다.
이 책 보는 내내 ‘새랑 인간 사회랑 같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산력 발달로 어지간해선 굶어죽지 않게 되고, 여성의 경제 진출도 늘어나면서 남자 ‘얼굴만 보고’ 배우자를 선택하는 여성도 많이 늘지 않았을까.
양비둘기
비둘기는 분명 북아메리카에서 가장 친숙한 새지만, 자생종은 아니다. 수천 년 전에는 중동에서 사육되었다.
현재는 도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이 새는 수가 아주 많으며 전 세계 도시에서 사랑과 미움을 동시에 받는다. 야생에서 절벽 바위에 앉아 둥지를 틀었던 습성 덕분에, 건물이나 다리 같은 인공 건축물의 돌출 부위에 쉽게 적응했다.
모든 생물은 환경에 잘 적응해야 살아남는다. 도시의 바퀴벌레라고까지 불리는 비둘기. 적응력 만큼은 바퀴벌레 수준이 맞다. 절벽 바위에 둥지를 틀던 습성이 도시 고층건물에서도 잘 적응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벌새의 특징은 극단적이다. 몸집에 비해 가장 긴 부리와 가장 짧은 다리를 지녔으며 걷거나 뛰지 못한다. 움직이려면 반드시 날아야 한다.
루퍼스벌새를 포함한 더 작은 벌새들은 초당 70회 이상 날개를 파닥인다. 이는 시간당 25만 회 이상인 셈이며, 네시간만 날아도 100만 번 이상 날갯짓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1년 동안 벌새 한 마리가 날개를 파닥인 횟수는 5억 회를 훨씬 초과한다.
벌새용 PT체조가 있다면 몇회 반복을 기본으로 해야할까. ‘가장 긴 부리와 가장 짧은 다리’를 인간에 비유하자면, 얼큰이에 숏다리일텐데. 극단적으로 열심히 빠르게 날개짓을 하며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 남는다. 방법을 찾자!
까마귀는 모든 새 중에서도 굉장히 영리한 새에 속한다.
지능을 평가하는 간접적인 기준은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고 번성하는 능력, 즉 혁신하는 능력이다. 이 기준에 비추어봤을때, 까마귀들은 무척 똑똑한 새에 속한다.
또한 이 새들은 거래의 개념을 이해하며 공정 거래에 대한 감각이 있다. 한 연구를 예로 들어보겠다. 실험자인 인간이 까마귀들과 거래를 했다. 어떤 사람들은 ‘공정하게’ 같은 가치의 물건을 거래한 반면, 어떤 사람들은 ‘불공정하게’ 품질이 더 낮은 물건을 주었다. 까마귀들은 각 인간의 성향을 파악하고는
공정한 사람들과 거래하는 쪽을 선호했다.새들은 깃털이 가지런하고 깨끗해지도록 주기적으로 깃털을 고르고 부리로 깃털을 관리하는데, 머리 깃털을 단장할 때는 부리를 쓸 수가 없다.
그때는 발로 머리에 있는 부스러기를 긁어내고 깃털을 다시 정돈한다. 어떤 새들은 발톱에 빗처럼 생긴 특수 조직이 달려 있어 깃털 관리를 수월하게 할 수 있다. 큰까마귀와 일부 다른 새들은 서로 깃털 고르기를 해주는데, 아마 이것이 머리 깃털을 깨끗하고 단정하게 유지하는 최상의 방법일 것이다.
지능의 평가 기준을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으로 정의하고, 이를 ‘혁신’이란 한 단어로 정리하는 문장에 감명받았다.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을 인간사에 빗대면 ‘사교성’ 아닐까? 외향적/내향적 개념이 아니라, 인간 세상에서 사교성 정도는 곧 지능의 정도다.
북부홍관조
번식기인 봄여름에는 수컷 홍관조가 암컷에게 먹이를 먹여주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수컷은 암컷에게 짝과 나눠 먹을 정도로 먹이를 구하는 능력이 충분함을 어필한다.
‘너 하나는 먹여살릴 수 있다’는 상투적인 말은, 새에게나 인간에게나 강력하다. 늘 먹히기 때문에 상투적일 수 있는 것.
대부분의 작은 명금류는 밤에 거주지를 이동한다. 밤에 이동할 때의 잠재적 장점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난기류가 더 적게 발생하고 기온이 더 낮아 숨을 헐떡일 때 생기는 수분 손실도 줄어든다. 또 포식자가 더 적고, 별이 더 잘 보여 방향을 잡기 좋다. 또한 낮 동안 연료를 재충전하며 보낼 수 있다.
비행은 해가 진 뒤에 시작되며, 새들은 수천 미터 상공으로 올라가 몇 시간 동안 날아간다. 어느 날 밤에 출발할지 결정하는 것은 복잡한 일이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낮 길이의 변화가 호르몬 분비를 유발하고, 이는 생리학적 변화로 이어져 거주지를 이동해야겠다는 충동과 이동하는 데 필요한 능력이
강화된다.새장에 갇힌 새들도 봄가을에는 이동 습성 때문에 이런 동요를 드러내며 안절부절못하고 야간에 활동하는 등 여러 행동을 보인다. 밤마다 새들은 몸 상태와 체지방량, 현재 기온과 그 추이, 바람의 방향과 속도, 기압 변화, 닥쳐오는 날씨, 시기, 현재 위치 등 많은 것을 점검할 것이다.
미지의 목적지를 향해 밤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은 위험한 일이지만, 가만히 있으면 훨씬 더 위험해질지 모른다.
‘목적지를 향해 날아오르는 건 위험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훨씬 더 위험해질지 모른다.’ 이런 문구를 책 전반에서 만날 수 있다. 조류 도감과 이 책의 차이다.
둥지를 짓는 바닷새 집단은 여러 면에서 그 지역의 생태에 대단히 중요한 존재다. 이 새들이 바다에서 물고기들을 잡아 육지로 옮기고 소화해내는 과정을 통해 물고기들이 가진 영양소로 주변 지역을 기름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토양의 질이 좋아져 식물이 더욱 잘 자라면 다른 여러 동물에게도 집이 생긴다. 어느 연구에서 발견한 내용에 따르면, 북극에 있는 바닷새 거주지의 배설물에서 나온 암모니아 입자들은 그 지역 구름 형성의 중요한 성분이 된다고 한다. 그 입자들은 본질적으로 구름의 ‘씨앗’이 되며, 그 지역을 시원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새가 물고기를 잡아 먹으면서 영양소의 흐름이 물에서 뭍으로 이어지고, 심지어 구름이라는 기상현상까지 만들어 낸다니. 생태계의 촘촘한 연결고리에 다시금 놀라게 된다.
이것도 진짜 재밌다. 우리가 새다리라고 부르는 건, 실은 새의 정강이다. 새 발이라고 부르는 건 실은 발가락이고. 그래서 새는 거의 항상 쭈구려 앉아있는 상태인 것.
‘넓적날개말똥가리와 황무지말똥가리 같은 몇몇 종은 조건만 맞으면 날개를 거의 퍼덕이지 않고 수백 킬로미터를 이동할 수 있다’고 한다. 연비 왕이다.
그 외 조류가 보여주는 슈퍼내추럴 기록
- 택시왕 나그네 앨버트로스 : 1년 평균 18만 킬로미터 이동
- 잠수왕 큰부리 바다오리 : 수심 200미터 이상 잠
어린 새를 발견했어요
이때는 먼저 다음 두 가지 핵심을 알아둬야 한다. 첫 번째는 대부분의 어린 새에게는 도움이 필요하지 않으며,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은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어린 새에게는 구조의 손길이 필요하지 않다.
두 번째는 다치거나 부모 잃은 새를 제대로 돌볼 수 있는 사람은 특별한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소유한 야생동물 재활사뿐이라는 것이다.
야생 동물에게(혹은 기르기 전의 개나 고양이 전반에 대해서도) 우리가 취해야할 기본적인 태도.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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