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 당시 교내 토론대회 우승 상금으로 태국 여행을 갔다. 생애 최초 해외여행.
2025년 9월, 19년이 지나 라틴댄스 공연으로 태국을 다시 갔다. 두 번째 방문.
19년 간 태국은 경제적으로 얼마나 발전했을까. 이 질문을 가지고 계속 들여다 본 후기.

태국이 70년대 초까지는 한국보다 잘 살았다.
60년대까지는 6.25 이후라 그냥 전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가 한국인 게 자명한 시기고. 60년대 이후부터 제조업에 국운을 걸면서 하나씩 다 따라잡기 시작.
태국은 아시아에선 어느 정도 은수저 나라다. 기후가 좋아 1년에 3모작도 가능하고. 관광 산업은 대규모 설비 투자 없이도 달러를 바로바로 모아준다.
반면 한국은 흙수저 중의 흙수저. 그런데 왜 지금의 격차가 벌어졌을까. 그리고 19년 후에도 좁혀지지 않을까.
결국은 구조다. 사회 구조. 정치구조와 경제구조를 모두 아우르는 이야기.
누군가는 유산을 물려 받아 인생 망치고, 또 누군가는 그 유산으로 집안을 더 크게 세운다. 유산은 그 자체로 개인과 국가의 부흥을 보장하진 않는다.
부자 3대 간다지만 정말 어이없게 본인 대에서도 말아 먹는 경우도 많지 않은가.
어떤 구조를 갖춰야하는가. 어느 구조에 나를 밀어넣어야 하는가. 이게 중장기적 발전방법에 대한 절대적이면서 유일한 답이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어찌할 수 없는 ‘운’
태국은 관광업이 너무 잘 돼 발목 잡힌 게 아닐까. 설비 투자 없이도 당장 달러가 잘 들어오니. R&D와 교육에 크게 투자할 유인이 부족한 것.
그리고 군사 쿠데타로 인한 정치 구조의 불안정. 근데 한국도 쿠데타를 겪었는데. 이런 단기적인 이벤트 만으로는 국가 명운에 큰 영향을 주는 건 또 아닌 듯.

2001년 1만 달러에서 25년 지난 지금 3만 5천불. 그때와 나는 실로 다른 나라에 사는 거라 봐야함.
2025년의 태국 여행



여전히 동물 친화적인 나라. 대형 편의점 앞에서 늘어지게 자는 개를 아무도 뭐라하지 않는다.
시장통 테이블 위에 올라간 고양이. 이제 한국도 재래시장에 눌러사는 고양이 한 두 마리쯤은 있다.
도둑고양이라는 명칭이 길고양이로 바뀌며 많은 게 달라졌다. 아니, 인식이 달라졌기에 명칭도 달라질 수 있었겠지.
여전히 귀여운 작은 도마뱀. 19년 전에는 내 도미토리에 일부러 잡아서 넣은 적도 있지. 벌레 퇴치용으로.







곳곳에 한국 상품이 너무 많았다. 19년 전에는 상상 못할 일. 제조업도 미용도, 문화상품도. 한국 비중은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커졌더라.
반면 미국 애들은 세계 어디를 가도 자기네 눈에 익숙한 상품과 브랜드가 절반쯤 있을텐데. 이들에게는 이게 너무 당연한 모습이겠지.
조선 땅에서 온 나만 호들갑.

호텔에서 바라본 호수가 있는 집. 처음에는 무슨 대형 마사지 샵이나 음식점인줄 알았는데. 지도로 찾아보니 일반 집인듯. 아마 엄청 부자겠지.
태국 인구의 95%가 불교 신자. 윤회를 믿어서 현생에 가난한 건 전생에 지은 죄가 많아서이고. 반대로 현생의 부자는 전생에 덕을 쌓아서라고 믿는 단다. 그래서 빈부격차에 대해 민감하지 않은 편.

한국에선 게를 잡으면 바로 집게 하단부를 잘라내 서로 싸우면서 부서지지 않도록(=상품성 훼손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는데. 여긴 집게가 온전하다.
그 대신 고무줄로 꽁꽁 싸매는데. 이거 한국에선 인건비가 너무 드는 작업이거든. 그냥 집게 잘라버리고 말지.
번외

인천공항에 설치된 조형물. 안에 AI가 탑재돼 있어 사람이 말하는 거에 괜찮은 답을 하면서 대화를 한다. 아주 초보적인 피지컬 AI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