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번이라도 스스로를 사랑했는가?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 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 Read more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 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 Read more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가엷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 기형도, ‘빈 집’——————————————————– 사랑을 잃고 한 달음에 써내려갔다아니, 이건 그냥 추측일 뿐인데 그랬다고 해두자‘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 Read more
학생 신분 끝, 일반인 신분으로 보낸 첫 날. 물이 나오지 않는다. 오전 내내, 일년 동안 비워뒀던 내 방을 정리했다. 중학교 체육복부터 작업복으로 써서 소매가 다 헤진 옷까지 정리하니 한 박스가 나왔다. 안 입는 옷을 이렇게나 많이 쌓아두고 살았구나. 대학 4년을 다녀놓고는 조그만 4단짜리 책장하나 다 못 채운다. 그나마 전공서적은 그 중의 한 단도 다 채우지 … Read more
선장의 편지 5번째 쓰다가 자꾸 거대담론으로 넘어가서 다시 당겨 오느라고 애먹었다 처음 생각했던 제목은 ‘좋은선배 증후군’ 이었는데 앞에 ‘분노하지 않는’을 달았다 근데 ‘분노하지 않는 우리’ 라는 주제로도 할 말 많은데 말이지!! ——————————————————- 자판기에서 커피를 눌렀는데 컵에 밍밍한 물, 달달한 설탕, 부드러운 크림만 나온다면? 우린 분노할 겁니다. 왜 쓴 맛을 내는 커피가 안 나오냐고! 네, 우린 …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