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나르시즘?
서문 첫 한장에서 책의 전체적인 인상이 결정되는데. 이 책 서문을 보면 ‘작가가 나르시즘이 너무 심한 거 아냐’란 인상이 퍼뜩 들더라.
나, 나는, 내가, 스스로, 자기 자신 같은. 글쓴이 본인을 지칭하는 말이 엄청나게 반복된다. 아마 이 책의 원고가 든 워드파일을 열어서 단어 분석을 해보면, 조사 같은걸 제외하고는 ‘나’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쓰였을 것. 굳이 ‘나’라는 표현이 불필요한 문장에도 꼬박꼬박 들어가 있어 읽는데 좀 걸렸다.
현장 이야기는 그 자체로 좋다
‘로켓에 자리가 나면 행선지 묻지 말고 일단 올라타라’는 게 스타트업에 퍼진 유명한 말인데. 성층권 정도까지 올라갔다가 떨어지는 로켓에서 해체한 블랙박스의 기록은 그 자체로 귀하다. 문체가 어떠하고 따위는 사실 관계 없다.
한문철이 블랙박스 화질 나쁘다고 뭐라 하던가. 사고 기록은 그 자체로 큰 의미를 가진다. 게다가 국내 2위 유니콘이었던 옐로모바일의 블랙박스라면.
잘못 탄 로켓에서 뛰어내릴 용기
책은 사실적이고 현장감이 느껴지되, 글쓴이의 자기 변호에도 지면을 상당부분 할애한 느낌이다. 어차피 이걸 공소장 삼아 읽을 것도 아니고. 옐로모바일 대표와 글쓴이 간 시시비비와 과실 비율을 따질 계제는 아니다.
책 후반에 드는 생각은 하나. 내가 글쓴이 위치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글쓴이처럼 CFO로 시작해 CEO까지 했다가 물러나며 이런저런 고된 일을 그대로 다 겪을 것인가.
나라면 그 전에 조직이 이상하단 걸 알아채면 로켓에서 뛰어내렸을 거다. 아니, 실제 이 상황이 됐을 때 그럴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으니. ‘그렇게 하고 싶다’로 정정해야겠다.
개인기는 조직 안에서 한계가 있다. 내가 스티브잡스가 아닌 이상 처음부터 적절한 조직, 즉 적절한 구조에 나를 위치시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무리 뛰어난 장거리 주자라도 엄한 노선버스를 타서는 원하는 데로 갈 수 없잖아.
스타트업은 어떻게 유니콘이 되는가 · 저자 최정우 · 출판 쌤앤파커스 · 발매 2020.04.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