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석 만화-울기엔 좀 애매한

<strong>울기엔 좀</strong> 애매한책 제목 :울기엔 좀 애매한
저자 : 최규석
정가 : 13800원 (할인가 : 12420원)
출판사 : 사계절
출간일 : 2010. 07. 21

내가 처음 접한 최규석 씨의 만화는 ‘사랑은 단백질’이 수록되어 있는 단편집 ‘공룡둘리’입니다.

이 책에 관해서는 곧 이어 말씀드리고요, 이번 책은 꽤나 신간입니다.

10대를 위한 만화책인데, 최 작가의 만화가 늘 그렇듯 드래곤볼이나 슬램덩크와는 많이 다릅니다.

주인공이 미남(적어도 호남)이거나 계속 강력한 적을 만나 끝없이 성장하는 등의 설정과는 거리가 멉니다.

이 만화에는 좋게 봐 줘도 평범한 얼굴의 주인공이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적(사실 적인지 아닌지도 모르지만)을 만나 마지막에 참을 수 없어 흑! 하고 울음을 터트리거든요.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적이 뭘까요…

만화 학원에 다니는 주인공이 학원비를 벌기 위해 책방 알바를 합니다.

사장은 천민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못해도 최저시급은 줘야하며 사장이 꼭 직원보다 많이 벌 필요가 없다는 등 요즘 표현으로 하자면 ‘모태 좌빨’급 발언들을 해 댑니다.

하지만 곧 뒤통수를 치지요.

주인공은 정당한 알바비를 사장한테서 뺏듯이 받아채 도망가야 합니다.

말뿐인 좌파, 머리만 진보.

천민 자본자의 사회에서 자신만은 사람의 탈을 쓰고 있다 행세하는 자칭 진보 기성인의 모습이 책방 사장에게 적나라하게 겹쳐집니다.

멀리 갈 것 없이 내가 그렇게 되가는 건 아닌가 합니다.

주인공 외에 또래 등장인물들이 크고 작은 시련을 겪습니다.

그렇다고 지구나 북산 농구부를 날려 버리겠다는 프리더나 철이(정대만 친구)가 등장하는 것은 전혀 아니고요.

외려 누구한테 당하는 건지, 왜 당하는 건지 알 수 없으니 울거나 화를 내는 어떤 식의 감정 표출도 좀 애매한 상태가 돼 버립니다.

아마 입만 진보인 책방 사장이었다면 기성세대가 구축해 놓은 헤게모니에 분노하라, 그리고 짱돌을 들라고 했겠지요.

20대의 마지막 해를 보내는 저는 또 어떤 애매한 위치에 있는 걸까요?

울거나 분노하거나 기뻐하거나… 애매한 위치에서 크게 이탈해 봄 직도 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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