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 :베껴 쓰기로 연습하는 글쓰기 책
저자 : 명로진
정가 : 12000원 (할인가 : 9360원)
출판사 : 타임POP
출간일 : 2010. 04. 10
기술, 기능을 익히는 첫 걸음은 그 방면의 대가를 그대로 따라하는 거다.
에릭 클랩튼의 기타 연주를 보고 감명 받아 옥션 최저가 기타를 사서 옆방의 습격을 두려워하며 튕기거나, 김경호의 샤우팅에 가슴이 저릿해 문닫고 쇳소리를 내지르며 따라 부르는 등.
모두 처음에는 대가를 따라하며 배운다.
글쓰기라고 뭐 다를바 있으랴.
베껴쓰기, 고상한 말로 필사를 하며 배우는 글쓰기 책이 여기있다.
각 장마다 베껴쓰기 예문과 연습할 지면이 나와 있는데, 의도는 좋으나 여기다 실제 글을 옮겨 쓰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정말 필사를 위한 연습장이라기 보다는 글쓰기에 대한 짤막 짤막한 팁을 재미나게 엮은 핸드북 정도라고 하면 되겠다.
베껴쓰기 공간이 없으면 정말 조그만 핸드북 크기로 만들어도 될 뻔 했는데.
5장 무엇을 쓸 것인가?
아무것도 아닌 것을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니게 쓰는 것 – 이게 진짜 글쓰기다. 그러므로 결론은 이렇다. ‘무엇을 쓰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어떻게 쓰는가’가 중요하다.
‘무엇을 쓰는가’는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멋진 글쓰기가 가능해야 한다는 걸 강조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곧, 애초부터 글쓰기에 허접한 주제나 소제는 없다는 거지.
허접한 글쓰기 능력이 있을 뿐.
방송사, 신문사 같은 언론사 작문 시험의 소재는 늘 밋밋하다.
길, 책상, 방학 뭐 이 따위 전혀 핫하지 않은 철수와 영희 같은 평범한 단어를 던진다.
응시자들의 소재 고르는 능력을 보는 게 아니라 평범한 소재를 다이아몬드로 세공하는 능력을 보는 것이다.
17장. 가장구린 구성은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다.
“가장 나쁜 플롯은 에피소드 플롯이다.”
한 편의 글은 연관성이 있어야 한다.
문단으로 잘려도 토막난 생선처럼 머리부터 꼬리까지 원래의 모습이 그려져야 한다.
생선의 머리, 사자의 몸통, 학의 꼬리 같은 그리스 신화에도 나오지 않는 단락으로 어찌 재미를 줄 텐가.
일기가 아닌 이상 내가 뭘 쓰고 있는지 적어도 나란 독자는 이해시켜야 할 것.
마지막으로 책 본문에는 전혀 나와 있지 않지만 잃다가 다짐하게 된 것
블로그에 시(형식을 빙자한 나만 알아먹을 법한 비밀 일기) 쓰지 말 것!
누구나 접속 가능한 온라인 홈페이지는 소통의 공간,
찾아온 손님에게 따스한 차 대신 난해한 퍼즐을 내밀어 짜증나게 하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