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80년대 일본의 표류하는 청춘이야기, 청춘표류

<strong />청춘표류” editor_component=”image_link” style=”float: left; margin-right: 10px; “>책 제목 : <strong>청춘표류</strong><br />저자 : 다치바나 다카시<br />정가 : 9500원 (할인가 : 6650원)<br />출판사 : 예문<br />출간일 : 2005. 03. 0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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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1980년대, 비주류에서 일가를 이룬 일본 청춘들 이야기</h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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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책을 읽는 내내 책의 출간 시점이 궁금했다.</div>
<div>책에 등장하는 월급과 생활비가 너무 낮고 일본에 산간 오지가 너무 많은 것 같아 이상하다 싶었다.</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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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검색해 보니 한 신문사 서평에서 ‘1988년 일본에서 초판이 출간됐고, 지난해 재발간된 것을 이번에 번역했다’는 대목을 발견했다.</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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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왜 한국판에는 이 내용을 쓰질 않은 거냐!!</div>
<div>옛날 저작을 팔아 먹는다는 욕을 들을까봐 그랬나……</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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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청춘을 이야기하는 책인 만큼 당대의 시대상을 아는 것도 중요한데, 책만 봐서는 2005년 국내 출간 시점을 일본 원저의 출간 시점으로 오인할 수 있다.</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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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다카시 할배는 허튼 말을 않는다</h2>
<div>도서관 한 동을 압축해서 머리에 넣은 것 같은 괴뇌력의 소유자 다치바나 다카시, 그가 쓴 책은 기대치를 저버리지 않는다.</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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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따져 물어 언제부터 언제까지가 청춘이라고 정의내릴 수는 없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모색하는 시간이 청춘의 시간인 것이다. 그 기간의 길고 짧음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려서부터 노숙해서 청춘을 전혀 느끼지 못한 사람도 적지 않다.
– 5쪽, 서문

아마 이 책의 독후감을 쓴 사람들은 열에 구점 구명은 위 구절을 인용했을 테지.
세상의 이치를 모두 깨우친 듯한, 혹은 그런척 하는 몯

옻칠 기술로 자급 자족하는 일본의 헨리 소로, 이나모토 유타카

마르쿠제는 ‘노동 이외의 것에서 유토피아를 찾지 마라. 노동 속에서 유토피아를 찾아라’는 말을 했지요. 인내하면서 하는 노동은 소외된 노동이고 그 속에는 유토피아가 없어요. 
그렇지만 놀이와 같은 노동이 있어요. 누군가에게 강요 당하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의 의지로 하는 노동. 욕구를 억누르면서 하는 노동이 아닌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노동.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는 데서 기쁨을 얻는 노동, 놀이인지 노동인지 알 수 없는 자유로운 노동 속에 유토피아가 있다는 거지요.
– 33쪽

놀이처럼 즐거운 일, 금요병 회사, 자유 의지로 하는 일.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화두에 대한 서술이다.
이 부분은 나중에 두고두고 써 먹을 것.
그 책을 보면서 가슴이 시원해졌어요. 다른 사람들처럼 싫은 일도 성실하게 열심히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는 본질적으로 제가 게으른 인간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 점이 콤플렉스처럼 느껴졌는데 이 책을 보고는 제가 옳다는 걸 확신했어요.
– 34쪽
애초에 일이란 건 당최 하기 싫은 게으른 사람이 존재할까?
자기에게 맞는 일을 찾지 못한 것은 아닐까.

포정해우(疱丁解牛)의 경지에 오른, 모리야스 츠네요시

결국 몸으로 익히는 수밖에 없거든요. 수 없이 고기를 발라내면서 비로소 익히는 거죠. 제 경우에는 정확히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1만 마리는 발라냈을 거예요. 
어디에 어떤 뼈가 있고, 어디에 어떤 근육이 붙어 있고 어디를 어떻게 자르면 되는지 소 전체의 구석구석까지 아는 것이 그 첫걸음이지요. 
그 다음에는 칼을 쓰는 방법에 있어요. 정말 칼을 잘 쓸 정도가 되면 칼을 사용하는 감각이 없어져요. 칼과 손끝이 하나가 되어야 하거든요. 칼과 손가락이 하나가 되어 칼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손끝으로 자른다는 느낌이라 해도 좋고, 칼날 끝에 손끝과 같은 감촉이 있다고 해도 좋아요. 
그렇게 하면 칼로 자르는 게 아니라 잘라야할 부분에 칼이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죠. 칼이 혼자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손은 뒤에서 쫓아가는 느낌이라 해야 할까요

장자에 나오는 포정이라는 요리사(아마도 백정이라 표현하겠지) 이야기가 떠올랐다.
아니나 다를까 다카시도 이 대목 뒷부분에 바로 포정 이야기를 넣는다. 
인간의 몸이 경지에 오르면 물아일체, 도구와 몸이 하나가 된다는것을 보여준다.
어떤 것을 이루기 위해, 경지에 다다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시간과 밀도, 자질이다.
어느 정도 할애하느냐, 얼만큼 집중하느냐, 타고난 자질이 있느냐.

관성의 법칙을 뒤튼 소리장이, 요시노 긴지

불만의 원인은 녹음 기술자에게는 개성이 필요없다고 여기는 태도에 있었어요. 어떤 녹음을 하더라도 마이크 세팅의 패턴이 정해져 있었죠. 그 패턴대로만 하면 되는 거였어요. 모두 편하게 일하려는 생각이었죠. 
감독이 녹음과에 연락을 해서 ‘누구든 좋으니 누구 한사람 일해줄 수 있나?’라고 말을 하죠. ‘누구라도 좋다’는 거에요. 녹음과 선배들은 자신들이 그런 존재라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였고 이미 만들어진 패턴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려고 하지 않았어요. 

물체는 자신의 운동상태를 유지하려는 성향이 있다.
이를 관성의 법칙이라고 한다.
인간 생활에도 이와 비슷한 법칙이 적용된다.
다만 매너리즘이니 관습이니 하는 식으로 표현을 달리할 뿐이다.
그렇지만 저는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었어요. 그랬더니 일을 할 때마다 상대방은 그렇게 하지 마라, 그건 틀렸다면서 화를 내는 거예요. 
저는 또 저 나름대로 젊은 혈기에 농담하는 거냐며, 그렇게 낡아빠지고 형편없는 방식으로 어떻게 녹음을 하겠냐며 싸웠어요. 윗사람과 날마다 회사에서 부딪쳤어요. 저는 정말 인간관계가 좋지 않았어요.
– 263쪽
정지한 물체를 움직이려면 처음이 가장 힘들다. 
운동 마찰력보다 최대정지 마찰력이 높기 때문이다.
긴지는 직장에서 참으로 처절한 마찰음을 냈을 테지.
이렇듯 변화는 어렵다.
조용한 변화는 더더욱 어렵다.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 아니, 그 일을 찾을 수 있다는 것

청춘표류에 나오는 청년(적어도 80년대 기준에선)들은 모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일가를 이뤄가며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건, 그 전에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었다는 것.
우리네 교육은 얼만큼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기회를 줄까.
더 나아가, 찾은 일을 돈이나 타인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걸어갈 수 있는 환경일까.
그리고, 나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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