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술, 안명옥

옛 애인은 낮술을 먹는다고
불광동에서 여자에게 바람맞고
목로주점에서 홀로 술을 마신다고
부모에게 얹혀사는 옛 애인은
늙은 어머니가 모아둔 적금을 깨 
베트남 갔다 그냥 돌아왔다고
돈 주고 가난한 나라 딸을 사는 것 같았다고
베트남 처녀에게 사장이라고
거짓말 할 수 없었다는데
구겨진 남편의 셔츠를 다리던 나는
전화를 걸어온 옛 애인에게
딱히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낮술도 마셔서 좋겠다고 
낮술 마실 수 없는 넥타이보다 나은 팔자라고
세상에서 가장 위독한 술은 입술이고
가장 독한 술은 예술이라고 농담하다가 
내 고백에도 술이 필요하다고
나도 그 거짓말 때문에 사랑했다고
난데없이 비가 내려
전화기 곧 밧데리가 방전될 거라고
번들거리는 불광동
옛 애인은 비척비척 하염없이 젖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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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덕분에, 사십줄 기혼 여성과 노총각 맘에, 조금이나마 빙의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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