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편삼절해 마땅할 책, 행운에 속지마라

어느 정도 간격을 두고 세 번을 읽었다. 아직 한참이나 이해 못한 부분이 많다. 긴 시간 여러번 읽어야 할 책이다. 최근 며칠에 나눠 읽으며 줄쳐둔 내용을 옮겨 적어 둔다.  

이 책 덕분에, 수익에 과도하게 자만하지 않으며 손실에 과도하게 스스로를 비난하지 않게 되었다(혹은 하려한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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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6 오후 10:16 

치과의사와 이코노미스트의 차이점

치과의사는 6년에 걸친 학업을 마친 후 점진적으로 기술을 연마하고 지식을 쌓음으로써 자신의 분야에 점점 더 능숙해집니다…… 나이가 듦에 따라 의료사고 등의 분쟁에 휩싸일 일은 줄어들고 그의 소득은 더욱 안정적으로 변해갑니다.

반면 이코노미스트의 업무는 시간이 흘러도 복잡하고 그의 성과는 운에 많은 부분 의지합니다. 시장을 전망하면서 어조가 커지면 커질수록 제가 잃을 게 많아지며, 더 나아가 전망의 빈도가 잦으면 잦을수록 실패에 따른 스트레스의 양이 늘어나는 직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추천의 글(나심의 글이 아님)

나심이 이 책 한 권을 통틀어 대표 부자 직업으로 꼽는게 치과의사다. 운이 아니라 실력에 의해 돈이 차곡차곡 모인다. 운이 작용할 여지가 몹시 낮다. 나심 이야길 단순화하면, 자신의 일이 치과의사에 가까운지 주식 투자자에 가까운지 잘 판단해 보라는 것.
솔론은 운으로 얻은 것은 운으로 잃을 수 있음을 간과했다. 반면에, 운에 의지하지 않고 얻은 것은 운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 비대칭문제, 실패의 대가가 지나치게 클 때 아무리 자주 성공을 해도 소용없다는 의미다.

러시안 룰렛을 봐라. 한 발에 10억을 준대도 대가가 너무 커 도저히 응할 수 없다. 응하지 않는게 맞다. 사업가가 러시안 룰렛에서 살아남은 행운아인지, 몇번을 무일푼에서 시작해도 일가를 이룰 수완가인지. 어느 부류인지 잘 판단해얄 것.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대부분 남들이 9만 달러를 벌 때 자신이 8만 달러를 버는 것보다, 남들이 6만 달러를 벌 때 자신이 7만 달러를 버는 편을 더 좋아한다. 많은 지성인 교육을 받은 그였지만, 옆집 남자의 소득을 낮출 수만 있다면 자신의 소득이 낮아져도 개의치 않았을 것이다.

관악구 중산층이 강남 하층민보다 낫다. 사회적 옳고 그름이 아니라 내 일상의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혹은 평정심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의 문제.


러시안룰렛으로 번 100억과 치과를 열심히 운영해서 번 100억의 가치는 다르다. 회계상으론 동일하고 구매력도 동일하다. 다만 두 돈이 질적으로 다르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양적으로는 동일해도 질적으로 다르다. 그 질이 어떤 의미일까. 평행우주까지 꺼내지 않더라도, 남은 생을 살아갈 때 러시안룰렛을 하는 사람과 치과의사 중 관에 들어가기 전까지 여전히 부를 유지할 확률은 확실히 어느 한쪽이 월등히 유리하다.



2020-06-17 오후 10:24 

에르고딕성. 표본경로가 아주 길어지면 결국 서로 닮게 된다는 뜻이다. 로또에 당첨된 경비원은 1,000년을 더 산다고 해도 로또에 다시 당첨되기 어려울 것이다. 능력이 있는데도 인생에서 불운을 맞이한 사람들은 결국 다시 일어서게 될 것이다. 운 좋은 바보는 인생에서 운의 덕을 보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점차 불운한 바보들과 비슷한 상태가 될 것이다. 모두가 자신의 장기 속성으로 돌아가게 된다.

에르고딕성, 결국 아주 긴 시간 살아간다면 능력대로 살게 된다. 여기서 문제가 두 개 있는데. 1. 그 긴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렵고 2. 아무리 능력있어도 회복 불가할 정도의 피해를 입어선 안 된다.

예를 들어, 아무리 재능이 뛰어난 운동 선수라도 인대나 주요 장기가 파열된다면 회복이 어렵다. 에르고딕성 개념을 대입해 보면, 시간이 흐르면서 실력을 발휘할 기회는 계속 주어지겠으나, 짧은 전성기가 끝나기 전까지 몸이 회복해 줄지. 


시간 단위가 짧으면 실적이 아니라 변동성을 보게 된다. 다시 말해서, 편차만 볼 뿐이다. 그래서 기껏해야 편차와 수익이 뒤섞인 모습을 보는 것이지, 수익을 보는 것이 아니다.

우리 심리는 이런 사실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다. 주식계좌를 빈번하게 확인하는 것보다 월단위로 확인하는 편이 더 낫다. 아마도 1년에 한 번만 명세서를 확인한다면 훨씬 나을 것이다.(스스로 심리를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자신의 심장 박동이나 머리카락 성장까지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도 있음을 명심하라.)

내 고통이 아무리 깊은들, 기쁨이 아무리 큰들. 실제 주가에는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확률적으로 심리적으로 손해볼 일을 굳이 왜 하나. 공포영화는 내 취향에 너무 안 맞아, 누구한테 돈을 받으면 관람을 생각해 보자는 주의인데. 주식 계좌도 그런 면에서는 누구한테 돈을 받고 봐야하는거 아닌가.


진화에도 운이 작용한다. 부정적 돌연변이는 생식 적합성 면에서는 열등한 존재인데도 살아남는다. 그러나 이들은 몇 세대밖에 지속되지 못한다. 

다윈의 적응성은 아주 오랜 기간에 걸쳐 발전하는 종에 적용되는 것일 뿐 단기간에 대해서는 해당되지 않는다. 시간이 축적되면 운이 미치는 영향이 대부분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때 장기적으로는 상황이 균형을 이룬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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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과 기댓값, 즉 확률에 결과를 곱한 값을 혼동하는 것일까?

투자 관점에서, 혹은 도박 관점에서. 이 한 줄만 이해해도 책값은 충분히 빠진다.

2020-06-20 오후 7:07 

누군가 과거에 뛰어난 실적을 올렸다면, 나는 그가 미래에도 뛰어난 실적을 올릴 가능성이 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가능성은 너무도 미미해서 의사 결정에 아무 소용이 없을 정도다. 왜 그럴까? 두 가지 요소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 활동에서 우연이 차지하는 비중과 원숭이의 숫자다.

실력이나 운빨이냐를 어케 구분하냐. 그 일에 우연(랜덤니스)이 작용하는 정도를 찾는게 핵심.



2020-06-22 오후 9:24 

인간의 두뇌는 비선형성을 이해하기에 부적합하다. 두 변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을 때, 사람들은 한 변수에 꾸준히 입력하면 다른 변수에 반드시 결과가 나오리라고 생각한다. 이는 우리의 심리가 인과관계를 선형적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매일 공부하면 이에 비례해서 무언가를 배운다 생각한다. 매일 공부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느낌이 들면, 심리적으로 사기가 저하된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인과관계가 선형적으로 진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1년 동안 공부해도 전혀 배우지 못할 수 있지만, 허망한 실적에 상심해서 포기하지 않는다면 어느 순간 갑자기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그래서 운에 좌우되지 않고 성공하는 길이 많음에도 끝까지 끈기를 발휘하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남들보다 더 노력하는 사람은 보답을 받는다. 투자의 세계에서는 시장이 하락했을 때 증권을 매수하면 이득을 얻지만, 사람들은 임계점에 도달할 때까지 전혀 매수하려고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대부분 보상을 받기 직전에 포기해 버린다.

운에 좌우되지 않고 성공하는 길을 찾으라. (그리고 그게 주식투자에서는 나심의 언제나 필승인 바벨전략이다.)



2020-06-23 오후 8:46 

학계와 금융계에 나를 비난하는 사람이 많다. 이들이 쓴 해설을 읽을 때는 감정을 다스릴 수가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런 글을 읽지 않는 것이다. 이들이 시장에 대해 쓴 해설을 잃지 않으면 크게 감정이 상할 필요가 없다. 이 책의 서평에 대해서도 똑같이 대응한다. 내 귀를 틀어막는다.

평정심을 유지하기 어려울 만큼의 비난도, 혹은 칭찬도 아예 원천 차단하는게 좋다. 나심은 부하들의 귀를 틀어막아 사이렌의 유혹에서 벗어난 오디세우스 이야기를 예시로 든다. 우리는 모두 인간이다. 그리고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과한 비난과 칭찬에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혹은 얼마 없다). 한정된 삶과 에너지를 엄한데 허비하지 말자. 똥이 있을 것 같으면 애초에 그 길로 가지 않는게 최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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