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우리과에는 졸업식이 없었다.
대신 한 해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졸업 페스티벌이 있었지.
허나, 짧게는 4년 길게는 7,8년을 신방과에서 부대끼며 울고 웃었던 이들을 반나절 학사모 대여와 사진 촬영 몇 번으로 보낸다는게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올해 2월부터 졸업행사를 만들었지.
처음이라 식순도 엉성하고 식 진행도 산만, 교수님들을 모시고 학위 수여식도 같이 진행하려 했으나……
안 하던 행사에 교수님 모시기가 어찌 그리 쉬우리요
이번 추계 졸업식도 저번 2월 졸업식도 교수님들께 졸업식 와 주십사 인사만 하다 끝났다.
어쨋든 2월 졸업식엔 졸업하는 사람이 꽤나 많았는데 엄청 엉성한 기획으로 행사 자체는 낙제점이었다.
그런데도 우리가 준비한 어설픈 풍선 장식과 영상편지를 보고 얼마나 선배들이 좋아 하는지…
그 날 하루 선배들한테 고맙단 말을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른다. 물론 장난섞인(어쩌면 진담이 더 진했을) ‘다음부턴 하지마라!’ 는 말도 들었지만
굴하지 않고 추계 졸업식을 준비했다!
다른 욕심은 없었다.
신방과에서 울고 웃었던 그 사람들 그냥 보내기엔 너무 아쉬워서 였다.
다른 행사처럼 사람이 많이 올 필요도 없다 싶었다.
졸업하는 사람이 졸업 기분, 내가 신방과의 문을 열었던 적이 있고 이제 그 문을 닫을 때가 되었다는 생각.
그 마침표를 찍는 시간을 선물해 주고 싶었다.
내 진심을 알기에 이 어설픈 행사에도 고마워하고 즐거워해 주는게 아닌가 싶다.
사실 이번 졸업식은 영상편지 기획 편집, 행사 진행과 기획까지 모두 소수 인원으로 준비한 거라 더 조촐하고 빠듯했지만…
오늘 자신들을 위해 준비한 자리에서 웃고 우는 졸업생들을 보면서 준비하면서 뻐근해 졌던 어깨와 다리가 사근사근하게 풀렸다.
훈련소 조교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해 줄수 있는 가장 큰 예우는,
‘기억해 주는 것’
이라고 했다.
러브 크루저가 준비했던 어설픈 졸업식도 당신 대학시절 앨범의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할 좋은 추억거리 였으면……
코스모스 여덟 잎을 더 넓은 세상으로 날려 보냅니다.
잘가요,
코스모스
내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