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남과 無하자남 사이의 간극

기자라는 업을 갓 선택한 후배를 만났다

나는 내 공감능력의 부재를 이야기했고
너는 섹슈얼리티 등급에 따른 이끌림을 말해 주었다.

나는 대화에서의 기세를 강조했고
너는 화자보다 청자의 역할에 힘을 주었다.

너는 소유욕의 괴로움을 토로했고
나는 줌으로서 이미 받는 게 사랑이라 답했다.

너는 이성적 호감 위에 다시 인간적 호감이 필요하다 했고
나는 섹스어필을 다시 한번 어필했다.

글은 항상 현실을 재구성하고, 화두도 취사선택 된다.

결국, 늦은 점심 이른 저녁 쯤을 함께하는 동안 받은 가장 큰 울림은, 헤어지며 네가 건넨 한 마디에서 왔다. 

‘선배는 하자 없는 사람이에요’ 

내가 받은 울림만큼 메아리 쳐주지 못해 미안한데,
나랑 헤어지고 간 마트에서 화장품을 싸게 샀다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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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기자, 우리 꼭 그러자!
– 로동자의 날, 고단한 기자 초년생에게 절판된 ‘작가들의 연애편지’를 건네며

“연못남과 無하자남 사이의 간극”에 대한 2개의 생각

  1. 태그로 쓰인 ‘사실 대화는 중요하지 않다’는 말. 대화가 중요치 않은게 아니라, 대화에서 오가는 ‘텍스트/버벌 랭귀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연애에서 대화는 정보 전달이 아니라 정서 교감 쪽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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