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이가 쏘아올린 공은 어디에 떨어졌을까?

도서관 대출 마감을 앞두고 그간의 대출이력을 훑어보다, 양서는 나눠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에 추천도서를 선정하는 오만한 글을 좀 썼다.

아래는 학과 게시판에 올린 글이고, 뒷 부분엔 못다 한 책 이야기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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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 후 지금까지 도서관에서 대여한 권수입니다.

졸업예정자는 이번 달 25일이 대여마감이라 그 간의 대출이력을 검색해 봤지요.

07년도에 제가 mbc PD의 말을 빌려, ‘대학은 3만의 장소’ 라고 한 적 있죠.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명의 사람을 만나고, 만 잔의 술을 마시는…

저는 결국 만 권 근처에도 못가고 졸업합니다.
(그 때 만 잔의 술은 자신 있다던 사람들은 어찌되었을지)

대출이력을 죽~ 훑어보니, 내가 이런 책도 빌렸었나 싶은 까마득한 것도 있고, 이건 진짜 진작 봤어야 하는데 싶은 것도 있습니다.

가는 마당에, 선배가 후배에게 책 한 권 추천하는 (어색하더라도)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단 한 권의 책을 꼽아 봤습니다.

두두둥~

그 한 권은

조세희 씨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이게 ‘풀밭에서’ 라는 단편 모음집에 먼저 실렸다가 ‘난장이……’ 라는 이름으로 새로 나온 건지 헷갈리네요.

제 대출 이력에는 ‘풀밭에서’만 나와 있는데.

줄거리는 네이버 형이 훨씬 더 잘 알려줄 테니 쓸데없는 부연은 하지 않겠습니다.

이거 읽은 후배님들은 저한테 좀 알려주세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지금 어디에 떨어졌는지……

단 한권의 추천서 자리에는 들지 못했지만 두고두고 곱씹었던 책들이 있지요.

박노해 시인의 ‘사람만이 희망이다’
작가의 초기 작품들부터 죽 읽어나가면 일대기 속에서 심경의 변화가 느껴집니다.

우리시대에, 좌와 우를 넘은 어떤 새로운 길이 있다면 박노해 씨가 먼저 그 길을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하며 주시하고 있습니다.

‘사람만이 희망이다’는 그 신호탄쯤?

철수 형의, ‘CEO안철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노해 형이 다음 세대의 이념을 보여 준다면, 철수 형은 다음 세대 기업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기업의 존재이유’ 가 무엇인지 꼭꼭 씹어 넘길 때 필요한 소화제 같은 책

그 외

프리드먼이란 아저씨가 쓴 ‘미래의 저널리스트에게’

장하준 교수의 ‘사다리 걷어차기’랑 ‘나쁜 사마리아인들’
혹시 자신이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의 옹호론자라면 이 책을 읽고 반박 좀 해 주세요.
신자유주의의 과대포장은 이 책 한 권에 의해 적나라하게 찢겨나간 듯.

그리고 최근엔 종교와 신의 존재에 대한 책을 읽는데,
아유~ 어허~ 예희~ 후아~
이럴 수가! 이건 너무 재밌는 거 있죠.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크리스토퍼 히친스의 ‘신은 위대하지 않다’, ‘자비를 팔다: 마더 테레사 비판’
모두 모두 재밌습니다.

젠장, 이런 재밌는 걸 왜 누가 안 가르쳐 줬을까 싶어요~  

신방인들도 재미난 책 알고 있으면 우매한 졸업준비생에게 가르침을~~

한 권의 책이 인생을 바꿔놓기도 한다죠.

근데 그런 큰 변화는 핵융합처럼 꽝~하고 순식간에 일어나는 게 아니라,
장독 안에서 매주 뜨듯, 우유가 치즈 되듯,
그렇게 서서히 발효되는 모양새에 가깝지 않을까요.

삼한 사온도 없어진 요 놈의 겨울, 뜨거운 책 손에 붙이고 책상 위에서, 혹은 아랫목에서 슬금슬금 발효되면서 보냅시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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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평전        조 영래        
필독서라는 말에서 느껴지는 지적 오만과 강압을 싫어하지만, 이건 정말 필독서다.

한강의 기적이, 군화와 총이 아니라 미싱공들의 청춘을 바스러뜨리며 세워진 거라는 것.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류 시화
시집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정말 장수하는 책.
그만큼 좋은 책이기도 하지만 이걸 밀어낼 만한 시집들이 없다는 건 좀 서글픈 일이기도 하다.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        김 경태
프리젠테이션의 월드 스타. 기존의 프리젠테이션 이론서와는 다르다.
잡스 이 아저씨 정말 매력적이야!

작가들의 연애편지        김 다은
완전 내 취향!!! 작가들의 실제 연애편지를 엮었다.
확실히 글쟁이들은 연애편지도 작품이야.
아니, 그들이 쓴 다른 어떤 작품보다 절절한 글이지.

입 속의 검은 잎          기형도
천재시인. 29의 나이로 사망. 단 한권의 유작시집
내 나이 스물 여덟. 이 나이에 이미 이런 시들을 쓴, 질투 나게 만드는 시인

야하디 얄라숑   마광수
좋다, 가식은 1mg도 없다.
왜 사회가 그를 가둬두려 안달인지, 왜 누구는 그의 펜을 꺾지 말라며 맞서는지, 보면 안다.
나머지 작품들도 읽어 내려가야지.

좋은 기업을 넘어…위대한 기업으로 Collins, James C. (James Charles)
경영학에서 부러울 것 없이 유명한 그 책.
Good to Great!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멋지고 거대한 경영학 프로젝트가 안 나타날까?

  
야마다 사장, 샐러리맨의 천국을 만들다        Yamada, Akio
기업 복지의 극한을 보여주는 기업. 이건 조만간 내가 독후감 쓸 예정.
사원 이름을 적은 종이를 선풍기 바람에 날려서 멀리 간 종이에 적힌 사원을 임원으로 승진시킨다. 왜냐고? 아무나 시키면 다 잘 하니까~

금융권력        Motoyama, Yoshihiko,
내용이 좀 어렵긴 한데, 자본주의 경제의 어긋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노벨 경제학상이 스웨덴 은행의 짓이라는 것도 요걸 보고 알았지.

2 thoughts on “난장이가 쏘아올린 공은 어디에 떨어졌을까?”

  1. 여기 나열된 책들중에 내가 읽은건 류시화시집 밖에 없네.
    책을 찾아서 읽기 보단 집에 있는 책만 읽은 난 너무 수동적인 독서를 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내 삶의 목표중 하나가 죽기 전에 책만권 읽는 거였는데 대학때 만권의 책이라..
    참으로 어려운 일이겠구나.
    아직 만일도 살지 못했는데.헤헤
    너의 추천도서 좀 찾아보도록 해야겠다.
    군시절에 후임들한테 책추천 해주던 때가 떠오르네..그때 니가 추천해준 책도 기억나고.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였었지.너의 누님이 보내줬던 책으로 기억하는데.
    덕분에 성석제란 이야기꾼도 알게되었었지.
    니 홈피오면 자연스레 군시절이 떠오르게 되는 구나.
    글 잘보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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