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포항 시립 영암도서관
작았다.
내가 가 본 대학/시립/구립 도서관 중 가장 작았다.
그래도 충분했다.
이 정도 규모의 도서관이 호프집 100개 당 하나 꼴로만 있어도 좋으런만
4대강 사업에 쓸 돈 1%만(그래도 2000억) 떼서 지역 도서관 건설 기금으로 돌리거나, 4대강 사업자한테 자기 공사구간 지역에 도서관을 기증케 하면 좋을 텐데.
대림 낙동강 도서관, 대우 영산강 도서관. 이런 식으로 이름 지으면 서로 잘 지으려고 열심일 것 아냐.
내 숙소에서 영암도서관까지 딱 도보 30분. 거리 3km.
이 거리가 넘으면 쉽게 왕래하기 어려워진다.
반경 3km, 지름 6km 마다 도서관 하나씩!
도시의 인구 밀도를 감안하면 무리한 욕심은 아닌 듯 한데.
특히 단일 구로는 인구가 전국 세 번째로 많다는 대구 달서구는 더욱 더.
참, 도보 30분이 멀다고 투정하면 달성군에 사는 창환이한테 미안하지.
가장 가까운 두류 도서관이 버스 타고 50분쯤 걸린다니까.
달성군청이 그렇게 으리으리 하다는데… 쓰읍…
후배들이 ‘사서 없는 도서관’ 이란 주제로 중앙일보 탐사보도 공모전에서 수상했다.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3787270
누군 도서관이 너무 멀어서 문제, 어디는 있어도 무용지물 이어서 문제.
2. 영남고 도서관
말 나온 김에 ‘잘살자’라는 담백한 교훈으로 유명한 모교, 영남고 도서관 이야기도 해야지
대구시내 고교 중 최대 면적의 매점을 보유한 곳.
과자 파는 곳에서 반대편 라면 파는 곳까지 전력 질주해도 5초는 걸리는 그 곳.
추후 대구시내 고교 중 최대면적의 급식소로 용도 변경된 이곳 별관 2층이 바로 도서관 이었다.
혹시 3층도 도서관 이었는지도 모르겠다.
3년간 한 번도 올라가본 적이 없으니.
그만큼 내가 책과 담을 쌓고 살았냐고?
아니, 나름 1학년 때는 교내 독서토론회 모임도 만들까 생각한 난데.
당시 도서관은 내겐 늘 잠겨있었고 공부 잘하는 애들 모아 열두시까지 공부시키는 곳+책걸상 창고로 용도 변경되어 있었다.
(여기서의 공부는 다치바나 다카시나
얼마 전 신문 기사를 보니 지역 기업이 우리 학교에 기숙사를 지어줬다는데,
입시 명문이 되고 싶어하는 우리학교 특성상 철저히 성적순 입소와 군대식 규율+뭔가 이상한 명목의 잡비 요구가 횡행할 것.
—이라고 졸업 8년차가 예상만 해 본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재단 이사장의 장례를 전교생 모아놓고 운동장에서 치르면서 당분간 숙연한 마음을 가져달라 요구하는 학교지만 평소에 책을 열심히 읽어달란 요구는 없었다.
어차피 0교시(내 기억엔 -1교시도 있었던 것 같은데)부터 야자까지 학교 수업을 충실히 따르면 교과서/참고서 외의 다른 책은 한 권도 안 보게 돼있다.
이런 생활에서 책까지 보라는 건 무리한 요구라는 걸 명문사학(을 만들고 싶어한) 선생들은 알고 있었던 걸까.
3. 금오공대 도서관
스무 살 공대생 시절을 보낸 금오공대의 도서관은 내게 비바람 막아주는 수면실이었다.
한 이십 분쯤 지났을까.
깜빡 졸았다 깨보면 눈 앞에 펼쳐지는 강아지 인형 쇼.
차 뒤에 장식품으로 놓는 목만 까딱거리는 강아지인형처럼 학생들이 죄다 아침잠에 취해 차 가는 대로 고개를 까닥이는 모습이 가관이다.
그 일사분란 매스게임에 나는 예외이며 관찰자라는 것이 뿌듯하기도 했다.
(그래 봐야 몇 분 버티다 동참하지만)
한 시간 남짓 걸려 학교에 도착한 버스가 강아지 인형들을 학교에 풀어놓으면 이것들은 이제 좀비 마냥 도서관으로 달려간다.(정말 달려간다)
강아지 쇼에서 이제 시체놀이로 종목변경
아침 수업 전까지 차에서 못 다 이룬 꿈을 꾼다.
그렇게 꿈을 실현하던 장소가 도서관.
지금도 고맙게 생각합니다아아멘~
4. KNU-llibrary
역시 내 인생 최고 최대의 도서관은 kudos(경북대 도서관 도메인)
전국 대학 중 보유 장서수로 서울대에 이어 2위다.
1위와는 격차가 크고 3위와는 크지 않은 2위인데 어차피 일정규모 이상이면 희소한 연구자료 수에서나 차이 나지 웬만한 도서는 다 있다고 봐야 한다.
자기 관심분야가 갑골문자나 남아프리카 추장의 계보조사가 아니라면 원 없이 다양한 책을 만날 수 있을 것.
내가 구하려던 책이 없는 경우는 4년 간 서너 번이 안 됐던 것 같다.
시집으로만 책장 열 댓 개를 채울 수 있는 도서관이 흔하랴.
여기서 시집을 랜덤으로 마구 뽑아 맘에 드는 시를 찾으면 옮겨 적은 게 게시판의 ‘시’ 카테고리.
백수된 후로 시집을 읽지 않으니 사실상 개점휴업 카테고리가 됐다.
–얍! 끝!
이것이 주절주절 도서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