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는 친구야

어제 소식 뜸하던 고등학교 친구한테서 안부 문자가 왔다

이런 류의 연락은 주로 결혼소식을 알리는 거라던데…

아니나 다를까 시집은 언제가냐는 나의 답문에 다시 돌아온 답장.

 

‘응, 나 안 그래도 포항으로 시집가. 1월 3일에’

 

소사소사 맙소사!

드디어 내 친구도 결혼을

 

애들이 취업하고 차를 사고, 돈 모아서 전세를 장만할 때 까지도 별 감흥이 없었다

마냥 100원짜리 오락과 200원짜리 오락실 노래방을 함께 전전하던 친구라 생각했는데

그 중 한 명이 결혼을 한단다.

 

독서토론회 하던 고등학교 2학년, 18살 때 만났으니까 딱 10년째 되는 해다.

하긴, 아무리 초혼 연령이 늦어지는 추세라 해도 스물 여덟이면 주변 친구들 몇몇 쯤 결혼해서 사교육 걱정해도 그리 이상하지 않을텐데, 이상하게 내 주위엔 결혼하는 애들이 없었다.

 

취업하고 어느 정도 기반 잡은 애들이, 내년이나 내후년엔 결혼 할 생각이라는 말을 할 때면

‘아, 이자식이 방금 전까지 나랑 스타하면서 쥐포 뜯던 놈이 맞나’ 싶을 정도로 간극을 느낀다.

 

군대 들어가면서 부터 딴 사람들에겐 아저씨라 불리지만 결혼하면 정말 이건 친구가 아니라 아저씨가 되는 느낌.

현세와 내세를 가른다는 레테의 강 건너편에 친구를 보내는 기분.

 

어쨌든 생일, 아니 결혼 축하문자를 보내며 친구 싸이에 들어가봤다.

친구야…

미안하지만…

네 남편이 있어야 할 자리에 웬 동네 아저씨가… ㅡ.,ㅡ… (이 지지배 내 홈피엔 안 들어오겠지)

 

이렇게 한 발짝 먼저 가는구나.

하~ 반월당 납작만두 사와서 생일잔치하던 시절이 엊그제의 글피 모레 여드레 같은데 10년이 지났다.

 

1월 3일엔 청소년 문화센터 우리세상 소속 독서토론회 ‘깨솔이’ 원년 회원들 집합해서 뷔페 축내러 가마!

매일 같이 행복할 순 없겠지만 매해 뒤돌아 보면 행복했다고 할 수 있는 결혼생활 하길……

 

* 과연 축의금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제 이것이 나와 백수 친구들의 당면 과제이다 ㅜ.ㅜ…

 

* 당시 독서토론회 이름이 ‘깨어있는 소리를 지르는 아이들’의 약자로 깨솔이였고, 이 홈페이지 계정도 깨솔이 홈페이지를 만들면서 가동하기 시작했다.

wakesori.cafe24.com 의 wakesori는 바로 깨어있는 소리를 가리키는 것.

깨어있는 소리라는 말이 좋아서 내 홈페이지를 갱신하면서 ‘깨어있는 연습장’ 이란 제목으로 바꾸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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