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는 커녕
결혼도
결혼은 커녕
연애도 못하고 있는 내가 갑자기 애 이야기를 꺼낸다
어제 저녁 꿈 때문이다.
꿈 속에서 뜬금없이(꿈은 항상 뜬금없지만) 내가 예비 아빠가 된 거다.
네 손 한 번 잡아본 적 없는데 무슨 임신이야 이 지지배야! (라고 꿈 속에선 말하지 못했다)
여튼 아직 애가 생긴건 아니고 임신을 했고 출산일이 다가오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꿈 속에서 내가 아기 아버지가 된다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다 깼다.
음… 이건 내겐 상당한 레벨의 악몽이었다.
아기가 예쁘다는 걸 당최 모르겠는데다 비정규직 청년인턴 신세인 내가 아기까지 먹여살려야 하다니
아기 아빠가 되는 꿈이 악몽이라, 이게 내게만 해당 되는 이야기일까?
올해 11월 조사에서 한국은 합계 출산율 1.22명으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다음의 세계 2위 저출산국으로 나타났다.
요즘 정치”꾼’들의 주요 아이템이 ‘출산장려책’이다.
돈 있는 지자체는 둘째 셋째 나을때 마다 보너스를 얹어준단다.
얼마 전부터 자녀가 셋 이상 있는 집 전기료를 감면해주기도 한다.
헌데, 출산장려금이나 갖가지 세제혜택이 아이를 낳게 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
본질은 우리 사회에서 부부가 애를낳으면 더 행복해지느냐,
그리고 한 명 낳을때보다 둘 낳을때, 둘 낳을때 보다 셋 나을때가 더 행복해지느냐인데
그 행복지수는 부부의 취향에 따라 달라지겠지
허나 우리가 논할 수 있는, 그리고 바꿀 수 있는 저출산의 원인은 사회적 요인이다.
우리 사회는 부부가 애를 많이 낳아서 축구클럽을 만들고 싶다 한들 그게 호락호락한 사회가 아니다.
한 마디로 애 키우는데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
분유값, 기저기값 등은 그렇다 쳐(선배 이야기 들어보니 식비가 어른보다 더 들어간다는데)
맞벌이 해야 입에 기름칠 좀 하고 사는데 그럼 애는 어디다 맏기나
탁아소, 유치원은 기본
초등학교 들어가면 보통 두 세개씩 학원 보내 미칠듯한 사교육비
중학교부터 아이의 진학 커리어패스를 짜는 제갈공명 귀싸대기를 처 올릴 전략가도 되어야 하고
대학교 진햑률 80%가 넘었으니 대학은 무조건 보내야 해
대한민국에서 고졸은 인재로 쳐 주질 않으니
시덥잖은 대학이다 싶으면 재수학원 보내서 삼수라도 해야 해
그게 나중에 편입해서 주홍글씨 달게 하는 것 보단 나으니까
취업도 지지리 어렵지만 취업해도 문제야
얘가 기숙사도 없이 타지방에 가면 그거 전세라도 대 줘야해
그러다 결혼하겠다 발표하면 집 한채 사 주던지 전세하나 해 줘야지
근데 망할 집값이 일 이천인가?
……
…
.
애 낳기 위해선 생리적 능력보다 경제적 능력이 더 중요한 사회
애를 한 셋은 낳아야 겠다고 말하니까, 여자 후배들이 물에 들어간 드라이 아이스처럼 열렬히 반응하더구만.
선배 능력 되겠냐고.
”아니, 애들은 낳아놓으면 자라는거 아니냐’ 했더니
‘무책임 무책임’ 을 외치더라고.
아버지 세대처럼 첫째가 둘째 키우고 둘째가 셋째 키우는 시절은 지났다.
요즘 애들은 밥만 먹고 자라는게 아니라 사교육이란 것도 먹어야 하기에
출산 장려금은 (허경영 공약처럼)한 1억쯤 준다면 가시적인 효과를 볼 수 있을테지만,
평생 아이를 책임져야 하는 부모 입장에선 미친 사교육과 사다리 오르기 경쟁 구조 등이 고쳐지지 않는다면 책임있는 부모치고 맘껏 양껏 놓는 사람이 없을 것.
마지막으로,
꿈속의 아가씨야, 난 정말 손도 안 잡았어.
억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