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이자 경제 칼럼니스트로 유명한 시골의사 박경철 씨.
초복에 트위터로 보양식 이야기를 했는데, 요지는 “몸에 좋은 음식을 찾아 먹기 보다 몸에 나쁜 음식을 멀리하는 게 먼저”라는 것.
지금 같은 에너지 과잉 시대에 보양이라는 건 별 의미 없다는 말이지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결국 올바른 음식섭취라는 건, 조금 덜 쓰레기 같은 음식을 먹자는 이야기!
방금 동네 슈퍼에 장 보러 가서도 이것저것 몸에 안 좋은 것들이 산적해 있단 생각이 듭니다.
맥주 한 병 마실까 해서 안주를 고르려 하면, 육포건 오징어건 죄다 염분 덩어리 아니겠습니까.
과자는 영양 평가할 가치도 없고요.
여기저기 식품 선반을 기웃거리다 결국은 과일 안주랍시고 바나나를 고릅니다.
동남아에서 엄청 약품을 쳐 들어온다는 이야기가 한 두 해 전 이야기가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과일이니까요.
섬유질도 많고 자연상태에 그나마 가까우니 바나나칩 따위에 비할바는 못 되지요.
직장인이 되니 학생 때보단 주머니에 여유가 생기고 친구들끼리 만나 ‘몸에 좋은 것’ 먹으러 가잔 이야기가 종종 나옵니다.
그러면 쇠고기나 대게 같은 어금니를 살포시 깨물어야 사먹을 수 있는 음식을 먹으러 가지요.
그런데 뭘 먹나 술을 곁들이면 말짱 꽝입니다.
아무리 좋은 음식이면 뭐 합니까?
장기적으로는 간을 망가뜨리고 단기적으론 비싼 음식을 게워내게 하는 알콜이랑 같이 먹으면.
매끼를 수도승처럼 먹자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정말 좋은 음식이라면 그 자체의 맛을 즐기는 것이 가장 올바른 음미법 아닐까요?
취하면 몸의 감각이 둔해지면서 아무래도 미각도 무뎌질텐데…
얼마 전에 둘째 누나가 눈에 좋다는 블루베리를 주문 했습니다.
이 역시 건강을 생각한다는 측면에서 나쁜 일은 아니지만, 근본적인 눈 건강 방법은 TV 시청 같이 눈에 부담을 주는 일들을 최대한 줄이는 것입니다.
그건 저 역시 명심해야 하는 사항이고요.
지금 현대인의 건강 챙기기는 한 발짝 물러나서 바라보면 좀 해괴합니다.
예전 프랑스 귀족들은 먹을 음식이 너무 많아 시종이 들고 다니는 그릇에 토하면서 식사 했다고 하는데요, 이게 숙취 음료를 마시고 술 마시러 가는 우리네 모습과 닮아있지 않나요?
자동차가 달려들면 안 치이도록 피하는 게 먼저지, 어디 부딪혀야 덜 다칠까 생각하는 건 자해공갈단이나 하는 짓이죠?
우린 지금… 어느 정도 자해공갈을 자행하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