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 들어가며
주 5일제 정착, 레저문화의 확산. 그리고 직장생활 7년차.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게 주말마다 엠티니 여행이니 하며 전국을 왕복했지만, 펜션이나 리조트에서 보내는 단체여행은 하이트진로 사의 배만 채워줄 뿐, 내게 남는게 없더라.
이런 깨달음 이후 가능하면 해설사가 있는, 인솔자가 있는 패키지 여행을 가려 한다.
인생의 황혼을 지나는 아주머니 아저씨들이나 가는 거라며 패키지 여행을 무시하지 마라, ‘놀아보니 이게 더 유익하다’는 걸 아는 그들의 노련한 선택일 수도 있다.
이번에 선택한 한겨레 관매도 희망투어는, 일반적인 00투어에서 진행하는 여행과는 결을 달리한다. 컨셉이 명확한 것.
호텔 수준이 높은거 말고, 지적/의식적 수준이 높은 패키지다.
여행에 돌아오자 마자 쓰는 기록이라, 인상 위주의 짧은 기록이 될 듯 하다.
부디 다음번 희망투어나, 관매도 진도 팽목항을 갈 분에게 작은 도움이나마 되기를…
ㅁ 팽목항
엄밀히 말해, 이제 팽목항은 없다. 세월호 참사 때문인지(때문이겠지) 재빠르게 이름을 진도항으로 바꿔버렸다.
애초에 진도에는 진도항이 없었고, 고만고만한 크기의 몇몇개 포구 형태의 항만 있었는데, 세월호 때문에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게 부담스러웠던지, 나랏님들이 팽목항을 진도항으로 바꾼 것.
실제로 지켜질지는 모르겠으나, 진도항과 배후지 종합 개발계획 조감도가 떡하니 들어섰는데… 글쎄…
‘희망과 사랑이 넘치는 행복한 진도’라는 조감도의 글귀가, 이런 맥락에서 바라보니 작위적인 느낌이 든다.
서울 종각에서 새벽 12시에 출발해 대략 새벽 5시 30분에 도착.
분향소의 해는 ‘붉게 떠오르고’ 있었다.
팽목항의 새벽.
세월호 사건이 없었다면, 그저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의 멋진 풍경으로 보일.
인터넷에서 그렇게나 ‘귀족 노조’라며 까이는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가져다 놓은 듯한 컨테이너 박스.
한국에도 힘있는 노조가 있으니, 그나마 이런 든든한 컨테이너로 연대할 수 있는게 아닌가.
ㅁ 관매도
진도군에 속한 섬 중에서도 예쁘기로 손에 꼽는 곳이란다.
세월소 참사때 이곳 어부 분들이 어선으로 사람들을 구조했는데, 참사 이후 그 일대 반경 몇킬로 이내가 어업 금지 구역이 되고, 관광객도 발길을 끊어 섬 주민들 생업에 어려운 점이 많다고 한다.
이번 한겨레 여행의 기획 취지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래는 관매도 항구 대합실 옆에 있는 휴게실, 안에 들어가면 책 선반과 앉을 수 있는 소파들이 놓여있다.
작은 부분이지만, 대합실 인근에서 편히 쉬다 갈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게 사려 깊다.
대게의 관광지는 저런 위치에 only 특산품 판매점이나 가판만 즐비하다.
(물론, 관매도도 저 휴게실 옆에 특산품 판매장이 있다. 미역이 정말 싸다. 5천원부터 2만원까지)
세월호가 가라앉은 곳을 볼 수 있는, 기억의 전망대
우리가 간 날은 안개로 시계가 좋지않아 볼 수 없었다.
혹시 이곳에 가려는 분은 노란 리본을 준비해 가면 좋을 듯.
관매도에 차를 가지고 들어갈 수는 있지만, 차로 움직일 수 있는 거리는 극히 짧아 짐이 아주 많은 경우가 아니면 추천하지 않는다.
관매도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굳이 차를 가져가지 말고 민박을 잡고 자전거를 대여하면 좋을 듯.
민박집은 꽤 많고, 상시 영업을 하는 식당은 중국집 한 곳이 있다. 워낙 섬이 좁거니와, 유명해 못 찾을 일은 없을 듯.
중국집인데 회도 팔고 소라도 판다.
과자나 소주 같은 가공품들은 아무래도 육지보다 비싸긴한데, 섬에 왔으니 그들과 연대한다는 맘으로 이용하자.
캠핑으로 와서 섬에선 아무것도 안 사고 그냥 돌아나가면 운항사 좋은 일만 시키는 셈이니.
캠핑장도 데크 형태로 깔끔하게 되어있고, 취사장 시설까지 별도로 갖춰져 있었다.
육지 해수욕장에 비해 비교적 사람 손때가 덜 탄, 모래사장이 꽤 길게 이어진 해수욕장 인근에 위치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