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보는 번역자 이건 님의 책이라 일단 구매.
우리가 권한 범위를 넘어서지 않았다는 주장은 이사회에서 간신히 승인되었다. 나는 인덱스펀드의 비결이 ‘운용’이 필요 없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단순히 S&P500지수 종목을 모두 사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유사 운용을 통해 우리는 3대 펀드 서비스의 두 번째 요소인 운용 부문에 진입할 수 있었다. 이제 세 번째이자 마지막 요소인 마케팅 기능…..
거의 반세기 동안 웰링턴 주식을 판매해온 주식중개인 네트워크를 포기하고 판매자에게 의존하는 대신 투자자가 스스로 매수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유통의 필요성 자체를 없애버린다는 아이디어였다.
이런 현저한 변화에는 엄청난 위험이 따랐지만, 기회 역시 엄청났다. 또다시 치열한 전쟁을 벌여 가까스로 이사회 결정을 얻어낸 뒤, 1977년 2월 7일 우리는 하룻밤 사이에 선취 판매수수료가 없는 새로운 마케팅 시스템으로 전환했다.
이번에도 우리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 우리의 특징이 된 이례적으로 낮은 운용비용으로 판매수수료 없이 주식을 제공하는 방식은, 갈수록 소비자 선택과 가치 추구가 주도하는 세상에서 논리적이고도 시기적절한 조치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 마케팅 전략의 좌우명은 우리가 세우면 고객이 찾아온다 였다. 우리가 세운 것이 완전한 결실을 맺기까지는 수년이 걸렸으나, 투자자들은 결국 찾아왔다.
인덱스펀드의 탄생과 유통에는 생각지 못한 우여곡절이 있더라. 이전 회사와 계약관계 때문에 종목 운용도 마케팅도 안 하면서 사업을 해야했던 것.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너무 진부한 표현이 왜 언제나 들어맞는지. 클래식이 왜 클래식인지 다시금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수를 다 사니 별도의 포트폴리오 운용 개념이 필요 없고(운영 수준이겠지), 극단적으로 낮은 운용/판매 수수료로 구매자가 직접 찾아오도록 만든다.
첨단 금융 공학이 있을 법한 곳에도 결국 박리다매, 상품의 단순화를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 같은 개념이 다 들어있다.
19세기 영국의 훌륭한 경구부터 소개하겠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 손을 써서 자연으로부터 생계를 꾸려나간다. 이것을 일이라고 부른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 손을 써서 자연으로부터 생계를 꾸려나가는 사람을 통해서 생계를 꾸려나간다. 이것을 사업이라고 부른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 손을 써서 자연으로부터 생계를 꾸려나가는 사람을 통해서 생계를 꾸려나가는 사람을 통해서 생계를 꾸려나간다. 이것을 금융이라고 부른다.
* 일부 경제학자의 주장에 따르면, 부를 창조하는 사람이 아니라 부를 재분배하는 사람(대표적인 예가 정부, 법조계, 주식 중개인과 펀드매니저를 포함한 금융서비스 산업) 에게 과도한 보상이 돌아갈 경우, 경제가 큰 고통을 겪게 된다.
이렇게 부를 재분 배하는 사람들은 건축가, 제조업자, 엔지니어 등 부를 창조하는 사람들과는 전혀 다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오늘날 대학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공학 부문 은 항공, 전자, 기계 등 전통적인 공학이 아니라, 헤지펀드 매니저나 월스트리트의 ‘퀀트(정량분석가)’가 되려는 사람들이 공부하는 ‘금융공학’이다.
존 보글 아저씨의 진정성은 자신이 더 없는 금융쟁이인데, 금융쟁이들이 과도하게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에 문제를 제기한다는 점. 이게 영미권 청교도주의자 마인드인가.
첫 번째 변화를 나는 소유주 자본주의에서 경영자 자본주의로의 병적인 변이라고 부른다. 기업의 주식을 거의 다 주주들이 직접 보유했던 과거의 소유주 사회는 점차 힘을 잃었다.
1950년 이후 개인투자자가 직접 보유하는 주식의 비중은 92%에서 26%로 급락했지만, 기관투자가가 간접적으로 보유하는 주식의 비중은 8%에서 74%로 급증했다. 이는 소유구조의 혁명에 해당한다.
이제 과거의 소유주 사회는 가버렸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대신 대리인 사회가 새로 등장해서, 이제는 금융중개회사들이 미국 기업들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
대리인 문제는 시장 전체를 추종하는 ETF 거래량이 늘면 더 커진다. 존 보글 아저씨가 만든 시장 전체를 사는 ETF가 활성화될수록 대리인의 비중이 커지고 이 문제는 커지는 아이러니.
훌륭한 인력은 장기 자산으로 관리해야 하며, 훌륭한 리더나 경영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장기적인 관점을 유지해야 한다. 몇 가지 지침을 제시하겠다.
일시적으로 사업이 침체해도 해고를 삼가라. 보상에 대해 너무 각박해서는 안 된다. 단기적으로 예산이 부족하다고 복지를 축소하지 말라.
직원의 일정 비율에 대해 일률적으로 나쁜 평점을 매기지 말라.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된 다! (업계에서는 이 방식을 ‘등급 매겨 내쫓기’라고 부른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 집중하면 우리는 위대한 조직을 구축하는 적절한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다. 지속하는 기업의 근본은 인격이다.
보글 아재 회사가 실리콘밸리 기업은 아니지만, 이게 진짜 청교도스러운 기업경영 철학인가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