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에 위치한 청옥산 자연 휴양림 ‘오토 캠핑장’ 후기

어느 캠핑 매니아가 책에서 청옥산 자연휴양림을 최고의 캠핑장으로 꼽기에 어떨까 싶어 한 번 가봤다. 

경북엔 BYC, 전북엔 무진장이란 말이 있다. 경북의 봉화, 영양, 청송. 전북의 무주, 진안, 장수. 다들 각 지역 오지다. 대구에서 나고 자랐지만 한 번도 봉화엔 가 본적이 없었다. 

봉화는 대구 경북지역 일기예보에서 ‘경상도 첫 눈이 봉화에서 내렸다’던가, ‘봉화의 아침 기온이 올 들어 처음으로 영하로 내려갔다’는 식으로 등장한다. 강원도 태백과 경계선을 마주하고 있으니, 여행 루트를 짤 때 봉화 그리고 청옥산은 경상도 보다는 강원도라 여기는 쪽이 더 수월할 듯 하다.

2박 3일 간 묵었던 소감을 간략히 풀어본다.

ㅁ 장점

– 자연휴양림 답게 자연이 멋지다. 청옥산 캠핑장 수식어로 ‘7성급 자연호텔’이란 말을 쓰던데, 부인하고 싶지 않을 정도다. 첩첩 산중에 있는 캠핑장이라 숲내음도 진하다. 자연 속 하룻밤을 원하는 사람에게 알맞다.

– 다람쥐를 꽤 자주 볼 수 있다. 요즘은 어지간한 산에 가도 보기 힘든데, 청옥산에선 어지간해선 다람쥐를 못 보기가 어렵다. 바위 위에 과자를 올려 두면 어느새 몰래 가져간다. 가끔 가져가는 모습을 목격하면 어찌나 반가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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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시간 온수샤워가 가능하다. 닷돈재를 포함한 몇몇 국립공원 캠핑장은 온수 샤워 시간이 정해져있고, 요금도 1인당 얼마씩인데 청옥산은 무료에다 24시간이다. 다른 국립 공원에 비해 엄청난 강점이다.

– 깨끗한 화장실, 깨끗하고 수압 센 개수대, 심지어는 식수로 가능한 수질. 개수대에 식수로 사용 가능하다는 증서?가 떡하니 붙어있다.

– 대부분의 캠핑 사이트가 데크. 취향일 수도 있으나, 패쇄석이나 마사토 보다는 데크가 편리하지 않나 싶다.

– 무지하게 넓은 휴양림. 총 5캠핑장까지 있는데, 1박 2일 일정이라면 캠핑장을 둘러보는 데도 모자랄 듯.

– 밤에는 별빛이 쏟아져 내린다. 군생활 했던 강원도 밤하늘을 연상시킨다. 이런 별빛을 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라면 아마 컴퓨터 바탕화면이나 인스타그램 사진이라고 생각할 듯.

ㅁ 단점

– 5캠핑장까지 있는데, 만약 만석이 된다면 정말 끔찍할 듯. 화장실도 샤워장도 개수대도 모두 아수라장이 될 것만 같다. 캠핑장은 몹시 넓은데 데크나 사이트를 너무 옹기종기 설치했다는 느낌이다. 데크를 반이나 30%정도 줄이고 가격을 그만큼 더 올려 받았으면 어땠을까 싶다. 내가 간 날은 2캠핑장에 손님이 나와 다른 한 데크 딱 둘 밖에 없어서 좋았는데, 만약 여기 데크에 손님이 다 찼다면 끔찍했을 듯.

– 매점이 없다. 근처에서 가장 가까운 매점도 차를 타고 좀 나가야 한다. 생각해보면 다른 국립공원 캠핑장도 내부엔 없지만, 문만 나가면 매점이 있었다.

ㅁ 기타

– 제5 캠핑장의 이름이 ‘불편한 캠핑장’인데, 이건 정말 관료화된 공무원에게선 나올 수 없는 컨셉이다. 갈수록 편리해져만 가는 캠핑 환경에서, 다시 불편한 캠핑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정확히 파악한 사람이 아니고선 낼 수 없는 의견이다. 그걸 승인해 준 윗선도 인정해줄만 하다.

내가 묵었던 224호 데크. 다른 데크보다 비정상적으로 크다. 230호 데크가 이곳 청옥산의 명물로 소개되는데, 실용성 측면에선 224호 데크가 더 나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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