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의 첫 스마트폰인 모토로라 아트릭스는 참으로 내구성이 형편없었다. 스마트폰 계의 개복치랄까.
어느 날은 바닥에 툭 떨어뜨렸더니 메인보드가 고장나 교환에 20만원이 든댔다. 하… 그냥 소비자 과실이려니 체념하고 있었는데, 당시 입사동기 형이 이런 말을 해 준다.
“원래 휴대폰이란 건 생활 충격 같은 건 다 감안해 만든다. 그정도 충격에 부서지는 건 휴대폰 문제다.”
그렇다해서 메인보드 수리 가격을 깎을 수 있던 것은 아니고, 그 업보인지 모토로라가 망하는 것도 막을 수 없었다.
최근 대학동기랑 밤새 이야길 나누다, 잠자리 들기 전 화두가 이런거였다.
“삶이 늘 순탄하면 참 좋겠는데, 대부분 그렇지가 않다. 건강이나 관계, 돈, 일. 어느 분야에서건 충격이 오기 마련인데. 그 때 얼마나 잘 버틸 수 있는가. 즉, 내구성이 인간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 아닌가.”
얼마나 잘 생겼나, 몸이 좋나, 원만한가, 돈을 잘 버나. 이런 식의 긍정적인 스킬은 거의 상시 발휘되는 패시브 스킬 같은거라. 그 사람을 평가할 때. 아니 멀리 갈 필요 없이 각자 스스로를 평가할 때 중요한 잣대가 된다.
반면, 위기가 닥쳤을 때 그걸 얼마나 견뎌낼 수 있는가. 인간이 부서지지 않고 존버하며 개선을 꾀할 수 있는가. 이런 잣대가 이제 마흔을 바라보니 더 중하단 생각이 든다.
버핏 할배의 투자 원칙인 ‘절대 잃지 않는다’와 일맥상통하는 개념이랄까.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일단 크게 잃지 않아야 한다. 특히, 생활충격에 강해야 한다. 안 그러면 결국 망하더라. 모토로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