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버스와 골든구스, 아반떼와 C클래스

작년이었나. 옆에 별이 박힌 운동화가 컨버스의 새로운 모델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골든구스라는 다른 고가 브랜드더라. 한 켤레 최소 40만원이란걸 알고 나니 길에서 골든구스 신은 사람 볼 때마다 이해가 안 가는 눈으로 쳐다보게 됐다. 저 사람은 5만원짜리 신발을 최소 40만원주고 사는 사람. 계속 이런 시선으로 쳐다 본 셈.

정가 기준으로 컨버스가 8만원쯤 하는데 골든구스는 60만원. 뭐 병행수입으로 싸게 산대도 대략 40만원. 컨버스보다 7,8배 더 비싸다. 

차라리 나이키나 아디다스의 하이 퍼포먼스 신발이면 쿠션이라도 좋을텐데. 저런 패션화에 무슨 더 대단한 기술이 들어갈까. 아예 수백만원 하는 명품 신발은 또 아예 다른 시장이라 보는데. 5만원짜리 컨버스랑 헷갈리게 생긴 골든구스는 왜 40만원씩 주고 사는걸까. 이해하기 어려운 시간이 한 동안 이어졌다.

그러다 며칠 전 공원 산책 중 어김없이 골든구스를 신은 사람을 발견하고 눈길이 머물게 되는데, 그 날은 불현듯 다른생각이 들었다. 이건 마치. 2천만원짜리 아반떼 사면 될 걸. 굳이 3배 더 비싼 벤츠 C클래스나 BMW 3시리즈 사려는 맘이랑 완전 데깔꼬마니 아닌가.

왜 굳이 외제 아반떼를 6천만원이나 주고 사냐고 묻는다면. 그 나름의 논리는 있다. 출력이나 디자인 브랜드 밸류 등등. 근데 그게 세 배 이상의 돈을 쓸 이유가 되나? 골든구스 신는 사람 중 일부는 오히려 벤츠 사는 사람을 이해 못할지도. 골든구스는 컨버스보다 고작 40,50만원 더 줘야하지만. 차는 3,4천만원을 더 줘야 하거든.

애초에 물질의 사용 가치만 따지면 에르메스 백이 이마트 장바구니보다 나을 리 없다. 마케팅을 공부하고 기획한다는 사람이, 이렇게나 역지사지를 못해서야.

마케터라면 내 판단과 견줘 옳고 그름을 판단할게 아니라, 시장과 소비자를 이해하려 하자.

* 추가

오늘 이 글 쓰려고 컨버스 공식사이트에 들어가봤는데. 내가 아는 컨버스가 아닐 정도로 가격대가 올랐더라. ‘예쁘고 질기고 값싼’ 운동화에서 예쁘고 질긴건 여전하겠지만 값은 비싼 운동화로 바꼈더라. 컨버스 가격 덕분에 골든구스 가격이 좀 더 합리적으로 보일 정도.

생각해보니 이것도 아반떼가격 올라서 외제차 가격과 갭 줄이는 거랑 똑같은 현상이네.

“컨버스와 골든구스, 아반떼와 C클래스”에 대한 1개의 생각

  1. “신발과 옷은 단지 실용성이나 패션 아이템 정도가 아니라, 그 사람의 태도를 대변하는 것이랑 생각이 들었다. 옷을 입는 행위는 ‘태도를 입는 것’이라는 의류브랜드 배트멍 디자이너의 말이 생각났다.”

    – 기획자의 습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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