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역도 대회 후기_2022 경기도의회 의장배 생활체육 역도대회

경쟁은 항상 피곤하다. 그래서 배울게 있다.

첫 대회가 2018년 경기도의회 의장배, 두 번째가 문곡서상천배. 그리고 이번 세 번째 배움을 기록해 본다.



첫 입상_존버는 가끔 상을 준다

자랑하기에는 좀 부끄러운 입상이다. 만 40세 이상 시니어 부에 같은 체급으로 총 3명 출전해 2등 했다. 원래 내 앞 두 분 기록이 압도적으로 높은 데 한 분이 아마 용상에서 세 번 다 실격 한 듯. 원래 기록으로는 내가 압도적 꼴찌인데, 한 분이 실격해 2등하게 됐다.

진인사대천명. 결국 내 할 일을 다할 뿐, 결과는 나 바깥 세상의 몫이다. 요즘 말로는 존버라고 할까? 그냥 가만히 있는게 아니라. 존나 버텨야 한다. 애초에 이외수 씨가 유행시킨 존버라는 말 자체가 존나 열심히에 방점을 찍고 있다. 아무것도 안 하고 멍하니 있는 걸 뜻하는 게 아니다. 그런 면에서 니체가 말하는 ‘(초인을)기다린다’는 개념과 일치.



기질_조급함과 빠른 포기

공부건 일이건 취미건. 뭐든 꾸준히 하면 거기서 자기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을 만난다. 오늘 대회 플랫폼에서 바를 잡으며 든 생각. 나는 왜 이 중요한 순간에 더 강하게 집중하고 폭발적인 힘을 내지는 못하고. ‘빨리 해치워 버려야겠다’고 생각할까. 그러니 더 뛰어난 성과를 내기 힘들다. 평소보다 못하는 수준은 아닌데, 무대에 오르면 분비되는 아드레날린을 충분히 사용하지 못한달까. 일명 ‘대회버프’가 반감된다. 이건 훈련의 문제(별개로 이것도 문제긴 하지)라기 보단 기질 문제다.

역도 연습할 때도, 한 동작 한 동작 들어갈 때 마다. ‘해 치우자가 아니라, 하나 하나 잡아가자!’ 되뇌어야 한다. 힘들고 어려운 건 회피하고 싶어하는 날 달래고 가끔은 싸대기도 때리면서 잘 부려야 한다. 참, 쉽지 않다. 부록이라는 불혹의 시니어에 접어들었으면서…



흥행_좋은 체험이 최고의 홍보

요즘 살사판에 워낙 센슈얼 바차타가 유행이라, 살사 강사 님들 입장에선 살사 부흥회라도 열어봐야 할 지경이다. 어제 살사 선생님 말씀 중 인상 깊은 부분이, ‘살사를 좋아해달라고 말만 하지 말고, 학생 들이 살사를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였는데. ‘콘텐츠 = 즐길 수 있는 모든 것’으로 정의해도 되지 않을까.

오늘 역도 시합을 통해 많은 역도 초심자가 ‘좋은 역도 경험’을 한 것을 엿볼 수 있었다. 이들이 주변인에게 역도 재밌다고 바이럴하는게 최고의 홍보다. 네이버 키워드 광고(를 하지는 않을 것 같지만)나 연예인 홍보대사(이것도 마찬가지로 안 하겠네) 보다 훨씬 효과적인게. 해당 취미에 만족한 사람의 입소문. 너무 당연한 현대 마케팅 이론이 새삼 다시 와 닿는다. 결국 신규고객의 체험 경험을 만드는 게 신규 유입 전략의 대부분이다.



대회 현장의 기록

자그마치 새벽 6시 계체를 위해, 새벽 5시 40분 쯤 도착. 이를 위해 새벽 5시 전에 일어나려니, 피곤한 수준이 아니라 너무 괴롭더라. 군시절 훈련뛸 때 잠 못 자 괴롭고 서럽고 그런 느낌… 이러니 아침 운동이 힘들지.

체육관 입구 양쪽에 댄스동아리 친구를 위한 거울 공간이 있었다. 고교시절 한적하고 평평한 바닥만 있으면 그냥 춤추던 시절 생각하면. 참으로 춤추는 인프라가 많이 발전했다 싶다. 결국 이것도 라떼라떼하는 말인가.
역도 인프라는 어떻게 변할까. 모든 인프라가 죄다 발전하면, 물리적인 공간이 감당 될까 싶기도 하네. 결국 대중의 선택으로 흥망성쇠가 갈리면서 생기고 사라지고 하는 거겠지.

아름다운 비주얼은 아니지만, 이런 한 컷이 묘하게 그 날 기억을 불러 오더라고. 2018년 경기도의회 대회에는 인근 식당 식권을 줬는데. 이번에는 도시락이다. 식사 질로 보면 식당이 좀 더 낫긴 하겠으나, 여건이 여의치 않았나 보다. 어쨌건 경기도 관에서 하는 대회는 밥을 준다. 이런 인식이 생기네. 이 역시 좋은 경험.

사기업이 주최하는 거라면, 3만원 참가비 내고 이런 편익을 누리는 건 어렵지. 역도가 돈 되는 스포츠도 아니고. 내 세금으로(정확히는 경기도민 세금으로) 이런 좋은 경험을 한다.

존버, 진인사대천명 해서 받은 은메달(인데 은색이 전혀 아니달)

이번 기록 & 다음 목표

77.76킬로 183센티미터 몸뚱아리가 스내치 하는 모습이 방아깨비를 연상케했다. 다음 대회는 89 급에서 뛰는 게 목표다.

[인상 ]

1차 70 성공

2차 75 실패_ 받는 자세에서 앞으로 구름

3차 76 실패_속칭 체육관 룰로는 성공, 팔이 한번에 안 펴쳤음

[용상]

1차 95 실패_마찬가지로 망할 저크에서 팔이 한번에 안 펴짐

2차 95 성공

3차 100 성공_ 저크 후 요리조리 댄스를 췄으나 2:1 판정 성공

합계 170으로 81킬로 급 시니어부 2위

올해 다음 시합에서 인상 80, 용상 110 합계 190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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