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사축제 10주년, 8회차 참가자의 소회

일년에 한번. 20대와 30대 초반까지는 매년 여름 캐리비안 베이를 가며 ‘한 해 동안 내가 무탈하게 잘 살았구나’ 돌아보며 감사하는 시간을 가졌다면. 언제부턴가 제주살사축제가 그 자리를 꿰찼다.

3일 내내 놀 수 있는 체력과 재력과 친구와 춤실력이 유지되고 있다는 증거.

제주살사에 첨 참석했던 게 2013년 제 2회 행사. 코로나가 끝나고 열린 제 10회 제주살사는 여러모로 가장 성대했다. 영영 안 벗을 것 같던 마스크도 일제히 벗어 이제 마스크 쓴 소수가 어색해 보일 정도.

2회부터 10회까지. 총 아홉번중 아마 한번 빼고 다 간 것 같다. 내 생활살사 인생에 상징적 행사이니 만큼 소소하더라도 후기를 남겨본다.

밥과 술 안 주는 깔끔한 행사 진행

처음에는 지역 동호회 파티 수준이던(첨에는 그게 맞기도 했고) 행사 준비도 이제 해외 락스타 모셔오는 락페스티벌 정도는 아니지만 어지간히 세금 들어간 지역행사 이상이다.

처음 몇 년 간은 무제한 생맥주 + 심야 데킬라/보드카 같은 스피릿 류를 무료제공하다, 언젠가부턴 팔기도 하다, 이제 아예 입장시 논알콜 음료 1개 나눠 주고 술을 팔지 않는 방식으로 바뀌었는데. 시행 몇해쯤은 야박하다는 말도 나왔는데. 이제 너무 당연히 정착된 듯 하다.

조금 오버해 비유하자면, PC방 금연시설되면 PC방 망한다 했지만 정작 금연이 정착되니 오히려 모두에게 더 쾌적한 시설이 된 것 같다. 그 북적거리는 행사장에 과거처럼 생맥주 잔이 늘어서 있었다면 얼마나 번잡했을지. 맥주와 끈적한 데킬라가 거의 필연적으로 바닥에 쏟아질테고.

한때 야외 무대 시간에 출장 뷔페 불러 저녁을 제공한 적도 있는데. 일회성 출장 뷔페의 한계인지, 참석자의 가격 대비 만족도가 낮았다. 어차피 고정된 식사 시설이 아닌 이상 좋은 식사 경험을 주기 어려웠을 것. 함덕 식당가에 힘을 보태주고 살사인들이 더 환대 받기 위해서라도, 밥 안 주는 행사 패키지가 정착된 게 좋은 결정.

함덕에 정착

10년 동안 제주 내 다른 장소에서 몇 번 새로운 시도를 해봤지만. 몇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함덕에서 열리는 걸 보니 아예 정착한 듯. 제주는 지역마다 다양한 매력이 있지만. 지금 이 행사 포맷에는 함덕 만한 곳이 없더라. 주최즉은 전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뚝방살사라는 명물도 생겼고. 호텔 한 곳을 아예 통째로 대관해 전층에서 즐기고 잘 수 있는 곳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국내 최대 해외댄서 라인업

해외 댄서를, 아니 국내 댄서와 동호인을 포함해 가장 많은 살사인을 볼 수 있는 곳이 제주 살사다. 모이는 사람 수가 압도적이니 당연. 근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건 원인이 아니라 결과겠지. 한해중 가장 멋진 행사를 하니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것. 물론 제주라는 지역이 주는 다른 곳에선 대체 불가능한 매력도 한 몫 했을테고.

참석자의 고령화

이건 제주 살사 행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살사 취미 시장의 문제인데. 새로운 동호인 유입이 줄면서 점차 평균 연령대가 높아졌다. 넓게 보면 인구 고령화라는 한국 전체의 문제니, 이걸 제주 살사 후기로 남기기에는 좀 뭣한 감도 있다. 다만 내가 첨 참석했던 2회와 지금의 10회 행사 간 차이점으로 빼놓을 수 없이 선명히 떠오르는 지점이긴 하다.

주최자 보다 결국은 참가자

세상에 완벽한 판은 없다. 주최자가 중요하긴 하지만, 결국 그걸 얼만큼 즐기냐는 건 참가자 몫이다. 주최자는 위치, 가격, 프로그램이 정해지면 이제 운영의 영역 외에는 관여할 수가 없다. 아니, 행사 운영의 진짜 주도권은 아마 참가자가 아닐까.

나는 매년 어떤 참가자였나. 내년에는 더 적극적으로. 더 깊이 빠져들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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