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문화된 투과율 70%
자동차의 앞면창유리(승용자동차의 경우 뒷면창유리 포함) 및 운전자좌석 좌우의 창유리 또는 창은 가시광선 투과율이 70퍼센트 이상이어야 한다(자동차안전기준 제94조 제2항).
– 출처 : 썬팅에 관한 두 개의 법과 모순, 그리고 지켜지지 않는 현실_한국일보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0092410140000195
한국에 사문화된 여러 법이 있을텐데, 그 중 하나가 틴팅에 관한 법률이다. 분명 나 국민학교 시절엔 교통경찰들이 빡세게 단속했었는데. 언젠가부터 그냥 죽은 법이 됐다.
너무 오랫동안 법을 지키는 사람들이 없다보니 틴팅 관련 사용자와 시장이 엄청나게 커져서. 이제 도로에 다니는 승용차의 99%는 틴팅을 하는 듯. 아마 이제서야 사문화된 법을 다시 제대로 적용하겠다고 하면 틴팅 업체들 시위가 벌어지지 않을까? 우버 도입때 택시 기사들이 막아섰듯. 이제는 국내 관련 시장이 너무 커져서 섣불리 손 댈 수가 없을 것.
그럼 왜 법이 투과율을 정해놓았나? 큰 틀에서 안전 때문. 뭐가 잘 보여야 차가 피해가기도 하고 서행도 하는 법. 여기에 하나 더해서, 내가 밖을 잘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 운전자가 나를 잘 보는 것도 꽤 중요하다.
이것도 다시 아버지 시절로 돌아가면. 틴팅이 엄격하게 단속될때는 그냥 맨유리로 서로 다니니까. 운전자 간에 수신호도 하고 얼굴과 간단한 수인사로 감사 표시도 전했다.
세계유일(?) 비상깜빡이 신호
전세계에 비상깜빡이 3회로 미안함을 표시하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을 진데. 과거엔 수신호로 감사함을 전했을텐데. 이제는 틴팅 때문에 차 안에서 수신호를 하건 헤드스핀을 하건 보이지가 않는다. 인간은 결국 길을 찾아낸다고. 블랙박스가 된 차량 안에서도 나름의 감사함을 비깜으로 해 낸 것.
언젠가부터 의문이었는데, 한국 운전자는 비상깜빡이가 만능 키다. 주차할때도 정차할때도 미안할때도 뭘 해도 다 비상깜빡이. 홍수가 나면 물은 흔해지는데 정작 마실 물은 없어지는 것처럼. 모든 상황에 비상깜빡이를 켜니 진짜 비상 상황에는 뭘해야 하나?
운전자 간 소통뿐 아니라, 거리에 있는 보행자와의 소통도 필요한데. 보행자는 보통 비상깜빡이 따위 잘 안 보이는 위치에 있다. 서로 누가 먼저 가야할지 등등. 이것도 사람 얼굴과 작은 제스처로 서로 통할 수 있는데. 마찬가지 깜깜이 필름지 안에 있으면, 보행자 입장에선 심지어 인간이 운전하는건지 전격제트작전 키트가 운전하는지도 알바 아니다.
안 하는 거 자체가 용기
이번이 4번째 차량 구매. 첫번째는 중고차를 샀기 때문에 틴팅 여부를 선택할 여지가 없었지만. 나머지 두번은 농도가 점차 옅어지고 있었다. 50%에서 70%로.
이번에는 아예 안 해볼까 하다가. 웃기게도. 눈먼자들의 도시에선 눈뜬자가 이상한 놈이듯. 모두가 틴팅을 하는데, 나만 너무 허여멀건 하다는 게 좀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한국 사회에선 ‘남과 다르다’, ‘소수자’인 자체가 어느 정도 스트레스를 준다. 그게 ‘재벌’이나 ‘스타’ 같은 남들이 선망하는 소수자가 아니면 어떤 카테고리건 다 적용되는 듯.
그래서 그냥 한번 더 농도를 밝게 해서 붙여봤다. 전면은 70%, 측후면은 모두 50%로. 이정도로 괜찮으면 다음에는 80%로 해보거나. 아니면 그냥 자율운전 시대가 먼저 올지도.
좌측이 전면 70% 틴팅된 내 차. 오른쪽이 아버지 차. 아마 일명 국민농도라고 하는 전면 35% 투과율이 아닐까 싶다.
고양이랑 함께 찍은 서비스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