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메이드 최루탄
‘공업적 최루법’이라며 애써 폄하해보지만. 눈물나는 잘 만든 가족 극이다.
영화 도입부엔 애니메이션 해상도가 생각보다 낮아서 뭐 좀 별로네 싶었는데. 내가 영화관 가장 앞자리라 더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극에 몰입하면서부터는 해상도고 나발이고 생각도 안 나더라.
역시 서사가 최고의 그래픽카드요 최상의 랜더링이다.
친절함이 이긴다
전연령 관람가 영화답게. 후반부에 등장인물이 대놓고 ‘친절함이 가장 강력하다’며 영화 메시지를 요약해준다.
퇴사하고 나서 단발성의 새로운 자리에 참여하게 되는 경우가 잦다. 그럴때 내가 용써서 구현해보려 하는 목표, ‘재수없지 말자’. 이걸 긍정적인 표현으로 뒤집으면 곧 친절함 아닐까.
친절하려면 인격도 체력도 시간도 금전도 버퍼가 있어야 한다. 내가 곧 죽겠는 상황에선 어지간한 인격자가 아닌 한 친절이 나오기 어렵다.
단기적으론 친절함이 불편하고 내게 손해인 것 같아도. 장기적이고 반복적인 관계에선 결국 가장 강력한 무기다. 누가 먹튀를 사귀고 싶어하겠나.
내가 먼저 인사하고, 내가 조금 더 쓰고, 내 손과 발을 조금 더 놀릴 수 있는. 그런 친절함 버퍼를 유지하는 나날일 수 있길!
145석이지만 혼자서
잡담. 롯데시네마 신도림점 1관이 145석인가 하는데. 오늘 이 영화 보는 사람이 시작부터 끝까지 딱 나 한명이더라. 묘한 경험. 1만 3천원(실은 할인 받아 9천 몇백원) 내고 무지 넓은 안방에서 한 편 잘 보고 나왔다.
아무도 없는(끝까지 아무도 없던) 영화관, 젤 앞자리 나.